공보길 교수( 명지대학교 상담심리학 . 기독교 신학과 교수)

Q. 고 2 딸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통통하고 건강해 보이는 체형이었는데 살이 쪘다고 항상 투덜거리더니 살을 뺀다고 밥도 먹지도 않고 운동을 계속했습니다. 처음에 자기가 빼고 싶은 만큼 몸무게를 빼더니 자신감도 얻고 생활도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계속했고 지금은 너무 심하게 말랐습니다. 그러더니 지금은 많이 신경질적이 되었고 외부와의 관계를 거부합니다. 건강도 많이 나빠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할지, 요즘은 가족과의 대화도 피하고 혼자 있으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위의 학생은 거식증의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은 날씬하고 마른 것이 미의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통통하거나 살이 찌면 게으르고 자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되어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기엔 보통인 사람들도 자신들이 살이 쪘다고 생각하고 다이어트를 합니다.

 이러한 다이어트가 심해지면 거식증까지 이르게 됩니다. 거식증의 사람들은 비만에 대한 공포, 즉 체중 증가에 대한 공포가 있으며 아무리 몸무게가 감소해도 자신은 살이 쪘다고 이야기합니다. 보통 극소량의 음식을 먹고 배고픈 것을 부인합니다. 처음에는 체중이 감소함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강박적인 운동을 하면서도 피로를 덜 느끼는 높은 에너지 수준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중 감소가 심해지면 생리불순, 심하게 추위를 느끼는 것, 몸과 얼굴에 가는 털이 나고 더불어 머리도 빠지게 되고 맥박이 느려지고 혈압도 떨어지는 등 신체적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처음엔 자신감에 넘치며 활력소가 되었던 체중 감량도 거식증으로 발전되면서 우울증, 사회적 회피, 심지어는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녀를 도울 수 있을까요? 우선은 자녀가 자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그것은 인정과 사랑입니다. 이것이 거식증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거식증의 원인으로 완벽주의와 낮은 자존감을 들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만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변화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낮은 자존감을 안고 시작한 체중 감량은 자기 만족을 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체중을 감량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이제 됐어', '만족할 만큼 체중이 감량했다'는 말은 '아직 괜찮지 않다'라는 강한 부정을 낳게 합니다. 이들의 내면에는 '나는 괜찮지 않은 사람이야'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고, 그들의 태도는 도우려는 사람을 오히려 적대적이고 부정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선 그들이 살을 빼기로 결심한 이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체중감량은 가족의 인정, 또래 모임에서의 인정, 그리고 이성과 사회에서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며, 그 이전에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없어서 시작한 일입니다. 어느 정도의 자기 노력과 변화는 칭찬할 일입니다. 하지만 거식증의 경우는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발전된 것입니다.

우선 우리는 당사자에게 당사자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하는데, 가족이 이야기 할 경우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상담자와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은 거식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를 격려하고 이해하고 그 사람의 장점과 강점 등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부분을 거부할 수 있음으로 진심이 담긴 글로 표현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거식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주위의 말과 친근한 행동에 대해 오히려 반감을 가짐으로 무엇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반항적이고 삐뚤게 나오더라도 화를 내거나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당사자는 몸과 마음이 매우 힘든 상태이므로 그러한 한마디는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인식하게 합니다. 가족들은 싫증이 나고 지쳐서 던진 한번의 표현이지만 이러한 행동은 이전의 모든 노력을 반증하게 하는 결과를 가지고 오며 당사자에게는 가족을 더욱 불신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서는 살이 빠진 후 몸에 맞는 옷을 산다든지, 기준 몸무게와 비교하여 판단하는 것과 같은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자신감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특히 여성의 경우, 거식증은 주로 여성에게 많이 일어난다)와,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이 해결되어야 근본적인 회복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서 존재는 외모로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며 자존감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외모 뿐 아니라 인격과 자신과 남을 사랑하는 마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 등의 전반적인 것이라는 것을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 자신의 가치를 여러 방면에서 얻고 삶의 의욕을 찾아 전인적인 인간을 추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 생각은 거식증을 겪고 있는 당사자 뿐 아니라 부모님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자신의 생각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치 평가를 통해 전달받는 것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지정의(知情意)를 가진 전인적인 존재로 만드셨고, 한 명 한 명을 절대적인 가치를 두고 창조하셨습니다. 이러한 전제 아래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또한 다른 사람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과 가족을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합니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인정과 사랑은 가정에서 대부분이 충족됨으로 이것을 인식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