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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잡힌 민간교류 화해 기여
평화 통일을 위한 남북 민족대회를 보고
2003년 03월 05일 (수)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이영종 / 중앙일보 통일외교팀 기자

남북 공동으로 치러진 3·1 민족대회에 참여했던 북한의 종교·민간단체 인사 105명이 3월 3일 북측 고려항공 전세기 편으로 평양으로 돌아갔다. 장재언 조선종교인협의회장을 비롯한 이들 대표단은 사흘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민족대회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도착 당일인 1일에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 민족대회’에 참여하고 2일에는 종단별 합동 종교행사와 분야별 상봉모임·학술토론회·평화통일기원의 밤을 가졌다.

개신교는 이날 오경우 그리스도교연맹 중앙위원회 서기장 등 북측 대표단 14명이 참가한 가운데 소망교회에서 합동예배를 가졌다. 평양 칠골교회 성가대원 4명은 합동예배에서 찬송가 ‘빈 들에 마른 풀 같이’를 부르고 다른 한 명은 ‘인류는 하나되기’를 독창했다. 이어 각 종단 관계자들은 오후에 워커힐호텔에서 별도의 접촉을 가졌다.

올해 처음으로 치러진 남북 공동의 민간행사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열렸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 양측간 민간교류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5년간 물꼬가 트이고 자리를 잡은 민간교류가 보다 폭넓고 깊이 있게 진행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됐다는 얘기다.

이번 행사가 비교적 무난히 치러짐에 따라 4월 부활절 연합예배나 6·15공동선언 3주년 행사 등 올해 남북간 민간교류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남북간의 민간단체 교류는 지난 2000년 10월 북한의 노동당 창건행사에 우리 민간인사들이 참여한 이후 농민·청년학생·여성단체 등을 주축으로 부문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2001년에는 6·15 공동선언 1주년 민족통일 대토론회(금강산)와 8·15 남북 공동행사(평양)가 열렸고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8·15 민족통일대회가 북측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또 9월에는 14회 부산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해 남북 민간차원이 교류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남북간 종교교류도 각 종단·교단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돼 98년 8월 평양 장충성당 축성 10주년 기념미사에 남측 인사들이 참가한 이래 99년 6월에는 묘향산의 보현사에서 남북 불교도 합동 법회가 열리기도 했다. 2000년에는 부활절 평양 연합예배가 개최됐고 2001년 3월에는 금강산에서 남북 종교인 평화모임이 성사됐다.

지난해는 남북간 종교교류가 봇물을 이뤄 4월 남북 불교도 공동법회 개최에 이어 5월에는 조국평화통일기원 금강산 남북기도회가 열렸다. 또 7월 도쿄 기독자 회의에는 남북 기독교인이 참가했고, 10월에는 평양에서 개천절 남북공동행사가 이뤄졌다.

이처럼 지난 5년간 남북간의 민간교류 신장세는 인적왕래에 대한 통계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북한을 다녀온 남한주민은 모두 3만7천572명으로 한 해 평균 7천514명이다. 89년 6월 방북이 처음 허용된 이후 97년까지 9년간의 방북인원이 2천405명(연평균 267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같은 기간 남한을 다년간 북한주민은 2천11명으로 89년에서 97년까지 9년간 남한을 다녀간 인원 575명의 약 3.5배에 달한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서는 남북 민간 교류는 더욱 장려·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남북간의 교류는 당국간 대화와 함께 민간차원의 접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상호 보완을 이룰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북 당국간 대화도 오는 4월 평양에서 열릴 10차 남북장관급회담을 필두로 속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4월로 합의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착공과 함께 경의선·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과 금강산 육로관광, 개성공단 건설 착공식 등이 착착 이뤄질 경우 남북 당국과 민간차원의 가시적인 화해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활성화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꼼꼼히 짚어야 할 점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 남북간의 민간교류도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틀 안에서 점진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아무리 남북 상호간의 접촉과 이해증진이 중요하다 해도 국민여론이 등을 돌리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3월 2일 소망교회에서 있은 남북 개신교 합동예배에서 북측 인사들의 정치색 짙은 발언들이 물의를 빚은 사례는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당시 3·1절 민족대회 참가를 위해 서울에 온 오경우 조선그리스도연맹 중앙위원회 서기장은 답사를 통해 “외세는 절대 우리에게 통일을 선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민족끼리 공조해야 한다.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전쟁 나면 남북이 모두 피해를 본다”고 말해 남측 교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신도들은 “신성한 교회에서 무슨 소리냐”며 고함을 지르며 항의했고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가 답사를 마무리 짓도록 유도해 오 서기장은 간신히 답사를 마무리 짓고 단상을 내려왔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명동성당과 삼성동 봉은사 등에서 열린 의식에서도 북한 대표들은 “핵전쟁이 일어나면 한민족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 힘을 합해 외세와 반통일 세력을 막는 데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아 남측 신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같은 사태는 민간교류의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3·1절을 계기로 진보단체와 보수 단체가 각각 주도한 대규모 집회에서 나온 주장들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내용들이었다는 점도 이른바 남남갈등이란 측면에서 곱씹어 보아야 할 점이다. 이런 상황들은 말없이 남북 민간차원의 접촉과 교류에 성원을 보내던 국민들도 이를 둘러싼 잡음이 일거나 북한이 국민정서가 수용하기 힘든 부적절한 태도를 보일 때 하루 아침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북 식량지원 등에 힘을 보탰던 한국교회나 일반 국민들이 북한 인사들의 상황에 맞지않는 언급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때 북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는 북한 핵문제로 인한  전쟁 위기상황이 조성된 가운데 벽두부터 북한측이 남한에 대한 ‘민족공조’ 공세를 부쩍 강화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북한은 미국을 외세로 규정하고 핵문제와 관련해 남북한이 공동보조를 맞추자며 남측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공조와 대북 화해·협력이란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문제도 올해 남북간의 당국대화는 물론 민간교류 분위기를 좌우할 주요 변수다. 미국이 이라크 전에 이어 북한과의 대결국면에 들어가게 될 경우 한반도 긴장조성으로 인한 남북관계의 경색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경우 곧 핵전쟁으로 번져 아시아를 비롯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핵재난을 입게 될 것이라고 관영 매체들을 통해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김대중 정부 때 현대의 5억달러 대북지원을 둘러싼 퍼주기 의혹이 아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민간교류나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발전 구상으로 내세운 평화번영정책이 ‘국민과 함께 하는 대북정책’을 한 축으로 표방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5년간 당국관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끈을 이어온 남북 민간교류가 한 단계 성숙된 차원으로 발전하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민간교류를 지탱시켜 준 것이 통일과 민족 화해·협력의 뜨거운 열기였다면 이제는 올바른 방향성에 역점이 두어져야 한다는 게 그 동안의 남북민간 교류를 지켜봐 온 관련 인사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로 남북간에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통일의 염원을 하나로 녹여낼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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