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씨의 요한계시록에 대한 오역의 핵심은 ‘사도요한=이만희’라는 데 있다(월간<교회와신앙> 1995년 5월호 pp.132~137). 이 논리를 펴기 위해서 이만희 씨는, 요한계시록의 저자 요한은 실제 인물이 아니고, 어느 누구(물론 자신을 말한다)를 언급하기 위한 빙자된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가상의 인물이라는 뜻이다. 요한이 왜 가상의 인물인가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만희 씨는 성도들을 오해하도록 하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을 비유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때 그가 종종 사용하는 성구는 마태복음 13장34절 등이다. “예수께서 이 모든 것을 무리에게 비유로 말씀하시고 비유가 아니면 아무 것도 말씀하지 아니하셨으니”(마 13:34). 이만희 씨는 공공연히 “성경의 말씀은 영적인 말씀이요, 육적인 말씀이 아니며, 다만 육계를 빙자한 비유 비사인 말씀이다. … 그러므로 성경은 때와 장소와 용도에 따라 빙자하여 비유 비사로 기록된 영적 말씀”(이만희, <계시록의 진상 2> 안양: 도서출판 신천지, 1988, p.512)이라고 주장해 왔다.

즉, 성경은 일반인들이 쉽게 그 뜻을 알 수 없도록 비유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를 통해서 볼 때, 마치 모든 성경은 비유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그 비유의 뜻을 정확히 풀어줄 존재가 필요하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이때 이만희 씨는 자신이 바로 그 비유의 감추어진 뜻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만희 씨는 필요에 따라서 성경의 본 의미와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해설해 가는 것이다. 

과연, 이만희 씨와 같은 비유에 대한 접근이 옳은가? 많은 경우 사람들은 비유에 대한 생각이 ‘그것은 천상적인 의미를 지닌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하곤 한다. 따라서 이때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필요가 그 비유의 뜻을 풀어주어야 할 인물이 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요한계시록을 이용한 오늘날의 극단주의자들은 바로 이 상황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관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교훈 중 비유 형태를 띈 것은 약 3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Robert H Stein, The Merhod and Message of Jesus’ Teachings, 오광만 역. <예수님께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셨는가> 서울: 여수룬, 1991, p.95). 로버트 스타인은 이때 사용된 희랍어 파라볼레(parabole)의 본래의 의미는 ‘비교, 대비’라고 말한다. 비교의 기본적인 형식은 직유와 은유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로버트 스타인은 “예수님의 대부분의 유명한 비유들이 이야기식 비유 또는 모범적 비유이긴 하지만 모든 비유가 다 ‘천상적 의미를 지닌 지상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사실”이라며, 오히려 “비유는 직유, 은유, 또는 간략한 형태든 확장된 형태든 하나의 속담이기도 하다는 사실”(Robert H Stein, pp. 105~106)이라고 지적했다.

이만희 씨가 인용한 마태복음 13장 34절의 문맥을 통해서만 보더라도 예수님이 비유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선지자로 말씀하신 바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리라 함을 이루려 하심이니라”(마 13:35). ‘이는’ 으로 시작한 이 구절은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를 설명한다. 그 내용은 창세로부터 감추인 것을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말함이다. 즉, 그리스도를 드러내기 위해 비유라는 형식을 사용했다는 말이다.

요한계시록의 저자 문제는 그 동안 종종 학계에 제기되어 왔다. 그 내용의 핵심은 저자가 사도요한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다. 전통적으로 주경가들은 요한계시록의 저자와 요한복음의 저자를 동일한 인물인 사도요한으로 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학자들 중에는 사도요한이 아니다는 견해도 밝히고 있다. 요한계시록과 요한복음의 문화적 배경과 문체 등에 상이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버쿰은 요한계시록의 저자를 사도요한이 아닌, ‘유대적 기독교 선지자’(a Jewish Christian prophet) 중의 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Richard Bauckham: The Theology of the Book of Revela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3, chapter 1. 참조). 요한계시록의 수신지 일곱교회 지역에서 활동하던 선지자 중 한 사람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 제기되는 요한계시록의 저자 문제는 그가 누구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요한계시록의 저자가 과연 실제 인물인가 아니면 가상의 인물인가에 해당된다. 즉, 이만희 씨가 요한계시록의 저자를 실제 인물이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앞의 요한계시록의 저자를 사도요한으로 보는 학자든, 또 다른 요한으로 보는 학자든 모든 이가 요한계시록의 저자를 소위 가상의 인물로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경 본문의 문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요한계시록에서 저자는 자신이 요한이라고 밝히고 있는 부분이 네 번 나타난다(1:1, 4, 9, 22:8). 요한은 자신을 예수그리스도의 종(1:1), “너희 형제요 예수의 환란과 나라와 참음에 동참하는 자”(1:9)라고 소개했다.

요한이 자신과 자신의 편지를 받아보는 이들과의 관계를 ‘형제’로 표현한 것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겸손히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이것들을 보고들은 자는 나 요한이니”(22:8)라고 했다. 이는 일반적인 선지자들의 역할과도 동일하다. 즉, 하나님의 이름으로 공동체에 하나님의 말씀, 책망과 구원의 선포를 대언하는 일을 한 것이다.

요한 스스로 고백한 “나 요한은 …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의 증거를 인하여 밧모라 하는 섬에 있었더니”(계 1:1)라는 글을 통해서도 그 내막을 들여다 보자. 그는 타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 편에 서서 마지막까지 인내하며 충성스럽게 자신의 맡은 바를 수행한 것이다. 이렇듯 요한계시록 자체가 저자를 여느 선지자와 동일한 실제 인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성경 스스로의 자증을 통해 볼 때, 과연 요한계시록의 저자는 실제 인물이 아니고, 가상의 인물이라는 말은 바른 견해가 아니다.

결국, 요한계시록의 저자는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사도요한이요, 최근 학계의 관점에서는 또 다른 요한으로 설명되지만, 공통점은 실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만희 씨가 주장하는 누군가를 빙자한 가상의 인물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