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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반도 어디로 갈까
낙관·비관론 팽팽한 대북문제 전망
2004년 01월 14일 (수) 00:00:00 이영종 yjlee@joongang.co.kr


2004년 새해가 밝았지만 한반도에 짙게 드리운 북핵 그림자는 쉽게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의한 핵개발 의혹이 증폭되면서 불거진 북핵위기 상황은 남북관계의 진전은 물론 한반도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여전히 핵을 내세워 체제보장을 미국측에 요구하고 있고, 부시 행정부는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에 대해 검증 가능한 방법을 통한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최가 예상됐던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새해 들어서도 날짜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의 올해 한반도 기상도를 짚어본다. 북한은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올해 북한 정권이 추진할 분야별 정책구상을 제시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북한군 신문인 <조선인민군>, 청년단체인 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에서 발행하는 <청년전위> 등 3개 신문의 공동사설은 94년 7월 김일성 사망이후 김정일의 신년사를 대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북한의 당·정·군 기관에서는 금과옥조로 여기는 시정방침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북한은 북핵 문제와 관련 “조(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을 말함)·미 사이의 핵 문제를 대화를 통하여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은 일관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정부당국과 언론에서는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같은 글에서 “그러나 우리는 존엄 있는 우리식 사상과 제도를 전면 부인하고 위협하는 미국의 강경정책에는 언제나 초강경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 핵개발 카드를 동원한 벼랑 끝 외교전술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북핵 문제의 파고가 낮아지기를 기대하는 게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이 때문이다.

2004년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북핵문제를 주축으로 해서 전개될 북·미관계라 할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올해 전망보고서에서 “북·미 양측의 양보 없는 대립으로 북핵 문제의 전망이 어렵기 때문에 북미관계도 전망하기가 어렵다”고 다소 어두운 관측을 내놓았다. 북·미관계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정부가 등장한 이래 계속 소강 상태에 머물러 있는 데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신보수주의자들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간주하고 있고 북한도 부시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올해 안에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내놓는다. 부시 대통령이 오는 11월에 있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에서다. 부시 행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비공식적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선 핵포기로 화답하면 북미관계가 극적으로 전환되는 국면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문제의 파랑 속에서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전될 수 있을지는 정부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가 제시한 평화번영정책의 추진전략은 당면안보위기 해결→한반도평화체제 구축→남북 경제공동체 형성 등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핵문제는 당면안보위기의 해결이란 초보 단계에서 평화번영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남북관계도 진전을 낙관하기에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미국을 환상적으로 대하면서 그에 의존하여야 전쟁위험도 모면하고 경제적 안정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황한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남북한간의 이른바 ‘민족공조’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한 북한은 “북과 남은 이 땅의 평화를 지키고 나라의 통일을 위한 투쟁에서 조선민족 대(對) 미국의 대결구도를 실천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북한은 “우리 민족 제일주의의 기치 밑에 민족공조로 자주통일의 활로를 열어나가자”는 것을 구호로 제시했다. 올해 통일운동을 내세워 민족공조 논리를 확산하고 반미감정을 고조시키는 움직임을 가속화 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물론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추진돼 온 굵직한 경제협력 사업을 주축으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의 연결공사가 이어지게 된다. 경의선의 경우 남측은 철도와 도로의 연결공사를 완료한 상태지만 북한은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3.5km만 궤도부설이 이뤄졌다. 동해선은 남측이 노반과 구조물의 공사를 진행중인데 반해 북한은 4.7km 공사를 마쳤다. 북한은 올해도 남측에 철도·도로 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장비를 지속적으로 요청하면서 공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착공식을 가진 개성공단 건설도 1만평 규모의 시범단지 개발과 개발사무소의 완공이 상반기 중 목표로 추진되는 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기에다 98년 11월 첫 시행 이후 58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온 금강산 관광도 지난해 9월 본격화된 육로관광을 주축으로 맥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렇지만 경제분야 이외의 남북관계에서는 복병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남북 교류·협력과 대북지원을 둘러싼 남한 내부의 보혁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인데다 국회의원 총선거, 비자금 사건, 대통령 재신임 문제 등 남한의 국내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느냐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2000년과 2002년에 이어 서해상에서 꽃게잡이 등을 빌미로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군사도발 행위를 감행할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 내부의 동향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도 관심거리다. 이와 관련, 통일연구원은 올해 김정일 정권이 체제를 강화하면서 폭넓게 경제개혁 조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와 함께 안보불안 및 경제난에 대응해 선군정치를 통한 정권강화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총 공개활동의 70% 정도를 군관련 현지지도에 치중한 김위원장은 2004년에도 군관련 활동을 중시하면서 사회전반에 대한 군풍(軍風)확산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안착시키기 위한 추가적 개혁조치들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2004년 북한 김정일 정권이 핵문제와 남북관계,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나 리비아 가다피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 선언 등을 직접 지켜본 북한 정권의 핵심부에는 적지 않은 충격파가 전해졌을 게 분명하다.

국제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무모한 힘겨루기에 나설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평양측도 심사숙고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일본인 납치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할 정도로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도 보인 바 있다. 한반도를 짓눌러온 먹구름을 일거에 걷어치울 수 있는 북한당국의 결단에 대한 기대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그토록 입이 닳도록 주장하고 있는 ‘민족공조’를 민족상생의 화두로 발전시키고, 한반도 운명의 주체로 남북한이 함께 손을 맞잡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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