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모두 제작완료된 상태에서 매년 겨울 시리즈 순으로 개봉하던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이 최근 개봉되어 흥행순항 중이다. 판타지소설의 대명사인 J.R.R.톨킨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지만, 마지막편인 <왕의 귀환>에 관객들은 열광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왕의 귀환>은 전편들에 비해 한층 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활한 뉴질랜드의 풍광과 함께 펼쳐지는 대규모 전투씬은 다른 영화들과는 비교되지 않는 방대한 스케일과 최첨단의 특수효과 기술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 악의 무서움과 인간의나약함을 표현한 영화의 한장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감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선의 승리’가 아니라, ‘악의 무서움’인 듯하다.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원작자 톨킨은 악의 근원인 반지를 운반하고 결국 파괴하는 주인공 프로도를 세상을 구원하는 예수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프로도는 악의 세력에 끝없이 침략 당하는 인간들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반지를 파괴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결국 악에게 무릎꿇고 마는 모습을 통해 악의 세력과의 전쟁이 인간의 힘만으로는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악이 선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용한 최고의 전략은 바로 ‘명예와 권력’이다. 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원정대원 모두 반지를 가짐으로써 얻게되는 ‘명예와 권력’에 한없이 나약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명예와 권력’이 사탄의 도구로 사용된 경우는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The Devil’s Advocate)>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정의에 불타는 한 명의 변호사가 사탄과의 영적 싸움에서 힘겹게 승리하지만, 결국 ‘명예’라는 올무에 걸려 넘어지고 마는 장면은 ‘악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