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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이겨내기로 맘먹은 사람
2003년 01월 29일 (수) 00:00:00 장경애 jka9075@empal.com

<한 길 가는 순례자> 중에서
유진 피터슨/ 김유리 옮김
IVP 펴냄


인간이 된다는 것은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인생은 고난을 위하여 났나니 불티가 위로 날음 같으니라” 는 욥의 탄식은 곧 우리의 비문이기도 하다. 고뇌는 우리의 전유물이다. 동물도 상처를 입을 수 있으나 고뇌하지는 않는다. 지구도 황폐화될 수 있으나 고뇌하지는 않는다. 피조물 중의 남자와 여자, 즉 인간만이 고뇌한다. 왜냐하면 고뇌는 보태어진 아픔이기에 그렇다. 육체적, 정서적 아픔 외에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우리 자신의 가치가 위태롭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피조물로서의 가치가 의심스러우며, 영원한 영혼으로서의 자신의 운명이 심판을 앞두고 있다는 자각이 보태어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버림받을 운명인가? 육신이 쇠약해지고 정서적 기능 장애가 오고 지력이 혼미해지거나 가족이 우리의 허물을 들추고 사회가 우리를 외면할 때. 결국 우리는 우주에서 추방되어 인간 폐기물이 될 운명이란 말인가? 이 중 한 경우에만 해당되어도, 아니면 대개의 경우 그런 현상들이 겸해서 찾아올 때, 우리는 시편 130편이 묘사한 나락, 곧 ‘깊은 데’ 떨어지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고통을 직시하고 이겨내기로 마음먹는 사람이다. 만일 그렇게 마음먹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는 데마다 넘어질 것이다. 고통을 인정하고 그것을 다루는 데 실패하는 신앙인은 결국 냉소주의자나 우울증 환자, 자살 충동자가 될 것이다. 시편 130편은 고통과 격렬하게 씨름하면서 그것을 헤쳐 나가는 길을 노래하는  자의 고백이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로 이르는 믿음의 길을 여행하기로 헌신한 이들에게 유용한 체험을 제공해 준다.

본문은 절규로 시작된다. “여호와여 내가 깊은 데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간구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본 시편은 고뇌에 찬 기도시이다.
시편 130편에서는 우리들 사이에서 너무나 흔한 현상- 고통으로 인간성을 잃고 아픔을 훨씬 견뎌내기에 어렵게 만드는 것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청산유수 같은 그럴싸한 대답은 찾아볼 수 없다. 불행에 관해 우리를 교실로 불러들일 만한 강의나, 고난에 대해 대학원 과정으로 이수할 만한 강의는 없다.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우리의 환부를 가려 줄 신속한 응급 처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어떤 선지자, 제사장, 시편 기자도 고난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처해 주지 않는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휴가를 떠나라거나 약을 한번 써 보라거나 취미를 가져 보라는 식의 얘기는 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사고라는 미명하에 괴로움을 감춰버리는 인위적인 선전용 미소를 권하거나 사실 은닉 따위를 도모하지도 않는다. 다만 고난을 드러내 놓고 선포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물론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고난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고난 자체를 종교화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통당함으로써 거룩해진다거나 자기가 당하는 불행이 남다른 의로움의 징표라고 생각하는 매저키스트가 아니다. 우리가 겪는 고난 중에는 무익하고 불필요한 고난도 있다. 그러나 주의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그릇된  이유들로 고통 당하는 것을 막아 주는, 그리스도인 나름의 적절하고 상식적인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헨리 나우엔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릇된 전제 위에 삶의 기초를 세운 까닭에 고민한다. 그것은 두려움이나 외로움, 혼란스러움 또는 의심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인간 삶의 조건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고통으로 이해하면 창조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역이란 바로 직면하게 하는 섬김이다.”
조지 맥도날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경구를 남겼다. “하나님의 아들이 죽기까지 고난을 받으심으로 인간에게 더 이상의 고난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이제 인간도 그분과 같은 고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시스트 장경애/ 빛과소금교회 최삼경 목사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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