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풍 목사 / 워싱톤 지구촌교회 담임

체면은 “남들 앞에 떳떳하게 나타내 보일 몸체와 얼굴”을 의미합니다. 인격과 행실이 일치되는 체면은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재산입니다. 성숙한 인격과 책임 있는 행실은 체면을 건강하게 세웁니다. 덕을 세우고 선을 이루는 말과 행동은 체면을 유지하게 합니다. 그러나 덕스럽지 못한 생각과 말과 행동은 체면을 잃게 합니다. 부도덕한 언행으로 체면을 잃었을 경우에는 그 잘못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뉘우치고 고치면 체면을 회복하게 됩니다. 선을 행하면 떳떳하게 낯을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악을 행하고 죄를 지으면 부끄러워 낯을 들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체면의식은 “인격과 행실이 일치되지 않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방법으로 체면을 유지하거나 회복하고자 하는 병적인 사고방식”을 의미합니다. 체면의식은 체면을 유지하는 데에만 급급합니다. 체면의식은 인격이 뒷받침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체면의식은 말과 행동에 거짓과 위선을 섞어 넣습니다. 체면의식은 눈가림을 하게 만듭니다. 체면의식은 현실을 무시합니다. 체면의식은 실속이 없는 말과 행동을 취하게 합니다.

체면의식의 증상 가운데는 자기 나름의 주관적인 표준을 정해 놓고 그것을 고수하고,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자기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하는가에 지나친 관심을 두고, 자기 가족보다는 남들과의 관계에 치중하며, 실리보다는 명분을 고집하고, 자기 부족이나 허물을 무리하게 숨기려 하며, 자신의 외모와 언행에 과민한 신경을 쓰고, 자기 잘못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며 변명을 늘어놓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기 방어를 하는 것 등이 포함됩니다.

체면의식에 사로잡혔던 성경 인물로는 사울 왕이 있습니다(삼상 15:10∼31). 하나님께서 사무엘 선지자를 보내어 사울 왕이 아말렉 사람들과 그들의 모든 짐승을 다 멸하라고 하신 명령에 불순종한 사실을 지적하게 하셨을 때 사울 왕이 보여준 반응은 그의 체면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울 왕은 자기가 하나님의 명령을 순종했다고 거짓말을 하고(13절), 변명을 늘어놓고(15:20∼21:24), 죄가 명백히 드러났을 때에도 진정한 회개 대신에 자기 체면만 세우는 일에 급급했습니다. ‘내가 범죄하였을지라도 청하옵나니 내 백성의 장로들의 앞과 이스라엘의 앞에서 나를 높이사 나와 함께 돌아가서 나로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경배하게 하소서”(25, 30절).

체면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과대평가하여 비현실적으로 그려놓은 자화상을 갖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표준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다 보니까 그 이상과 현실 사이의 차이가 드러날 때 불안한 나머지 거짓말이나 변명, 또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체면의식은 과대평가된 자화상을 점검하여 자신의 주제를 정직하게 파악해야 고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용서받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성령의 은혜 안에서 자라가고 있는 자신의 참 모습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드러낼 때 체면의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