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성원' '사역센터' 등 그럴듯한 명칭을 사용한 예언집회 광고들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예언 집회’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정확한 예언’, ‘자녀진로 예언’, ‘예언 상담’, ‘예언 기도’, ‘예언의 말씀’ 등의 문구와 함께, 집회 자체를 아예 ‘예언 성회’, ‘예언 능력 집회’, ‘예언과 내적 치유’ 등으로 홍보하는 광고가 <국민일보>를 비롯해서 여러 교계 신문에 계속되고 있다. 언뜻 용어만 보면 ‘기독교 홍보물인가?’를 의심할 정도다.

기자는 최근 광고되고 있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P교회. 그곳은 ‘예언성회’라는 이름으로 매주 수, 목, 금요일 오후 2시 집회를 갖고 있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30여 명의 신도들이 경쾌한 복음성가에 맞추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S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그때까지도 춤에 취한 듯 몇몇 신도들은 몸을 혼자의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곤 했다. S목사는 상담이 필요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상담해준다고 했다. 신도의 기도제목에 따른 예언의 말씀을 그때 해준다는 것이다.

기자도 상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집회가 시작되기 직전 강대상 밑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기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양력, 음력을 따지며) 그리고 직업 등을 먼저 물었다. 그런 후 상담 신청 내용을 듣더니 기도하자며 기자의 손을 잡았다. 기도 중 그는 “주님 말씀하십니다”며 “…하기를 원하노라”는 식으로  기도의 형식을 바꾸었다. 중간 중간에 “로우리아라바라스키야…” 등 소위 방언이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도 섞어갔다. 한마디로 직통계시를 받아서 말해준다는 식이다.

S목사는 기자의 상담 내용에 대한 결론적인 처방을 내려주었다. ‘보물을 심어라’와 ‘계속적인 기름부음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이는 헌금을 하라는 것과 자신의 집회에 참석하라는 의미다. 그는 ‘진행 중인 사업을 접어야 하는갗라는 기자의 상담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처방도 내려주었다. ‘사업을 계속하라’는 것이었다. 사실은 진행 중인 어떤 사업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은 명확하게 내려진 셈이다.

서울 대림동의 S기도원의 상황도 비슷했다. 여자 목사인 K씨도 개인 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물질을 심어야 한다며 은연중 헌금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헌금을 강요하는 잘못된 예언자들이 많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일산에 있는 H기도원의 L목사는 “직접 방문하는 이에게만 상담을 해준다”며 개인 상담을 위주로 한다고 했다.
 
본지는 소위 ‘예언 집회’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취재 보도해 왔다(월간 <교회와신앙> 99년 12월호, 2000년 10월호 등). 집회의 공통점은 대체로 신도들의 삶의 문제, 즉 재정, 건강, 진로 등을 헌금봉투에 적어 내면 강사가 집회 중 그것을 보고 즉석에서 처방을 내려준다는 식이다. 집회의 특징은 대체로 열정적인 노래와 춤, 방언, 직통계시, 헌금 요구, 자신의 집회 계속적 참석 요구 등이다.
 
최근 몇 가지 다른 특징이 발견되었다. 개인 상담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는 집회중 헌금 봉투에 적혀 있는 기도제목에 대해서 직통계시 형식을 빌어 ‘예언’이라는 것을 해주었다면, 이제는 그것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잘못된 예언에 대한 경계도 빠뜨리지 않고 심어준다. 즉, 자신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도원’, ‘교회’ 등의 이름 일색에서 ‘영성원’, ‘사역센터’ 등으로 단체의 이름이 다양화됐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박형택 목사(화평교회, 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 서기)는 이러한 예언집회에 대해서 “무당과 같은 짓이다”며 일축했다. 그는 “개인의 길흉을 점쳐주듯 하는 것은 기독교의 모습이 아니다”며 “신명기 18장에서 그러한 모습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본받지도 말고 쫓아내라고 말씀하셨다”고 지적했다.

이승구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는 “계시로서의 예언은 그쳤다는 것이 개혁신앙의 입장이다. 성경 외에 계시는 없다”며 직통계시성의 예언을 부인했다. 그는 “한정적인 의미로서 예언을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 한정도 성경의 가르침의 범위 안에 있다”며 “그러한 면에서도 위와 같은 집회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기독교의 예언은 앞의 일을 예고해준다는 것이 아닌, 성경 말씀을 선포하는 것 그 자체이다”며 “그것이 청교도의 신앙이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예언이다”고 말했다.

김상훈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 신약학)도 “앞길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좋으신 하나님께서 선을 이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기도하며 헤쳐나가는 것이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라며 “교회에서 잘못된 예언 집회와 참신앙에 대해서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