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택시를 탔다. “기독교100주년기념탑으로 가주세요.” “여인이 팔 벌리고 서 있는 개항기념탑 말인가요?” “아니오. 기독교기념탑이요.” “어딘지 모르겠는데요.”

대부분의 택시기사가 몰랐다. 개항100주년기념탑은 연안부두 가는 길에 거대한 규모로 서 있어 인천시민이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은 찾기조차 힘들다. 연안부둣가에 도착해서 관광 안내도를 보고나서 드디어 알게된 기독교100주년기념탑의 위치는 인천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였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해서 감격적인 마음으로 바라봤으나, 찾기조차 힘든 외진 곳에다 주변이 주차장이라서 차들이 에워싸고 있어 답답하고 초라했다. 방금 본 개항100주년기념탑과 비교되어 더 그랬다.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에 아펜젤러 목사와 언더우드 목사는 인천을 통해 입국했다. 동방의 한 작은 나라에 공식 파송된 최초의 선교사인 그들의 손에는, 당시 일본에서 한국에 선교사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성경을 한글로 번역한 이수정의 한글 성경이 들려 있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백년이 지난 후 이 땅에는 1천만 명 이상의 영혼들이 하나님을 알고 구원받게 됐다. 성공적인 그들의 선교를 기념하기 위해 그들이 처음 이 땅에 발을 디딘 곳에 기념탑을 세운 것이다. 기념탑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 땅에 무작정 보내진 두 선교사의 마음이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이 땅을 밟았으나 박해로 인해 순교했던 수많은 선교사들의 비보를 듣고서도 이 땅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했던 그들의 심정을 생각하며 안쓰러운 맘을 갖고 발걸음을 인천내리교회로 옮겼다.

입국하고 3개월후 아펜젤러 목사는 한국 최초 감리교회인 제물포교회(현 인천내리교회)를 세웠다. 그 인천내리교회를 찾아가니 교회 정원에 낡은 종이 하나 있다. 1901년 예배당 건축 시 2층 종각에 매달았던 종이다. 이 종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1942년 2월 일본이 싱가폴 함락 후 축하예배를 강요했고, 국방헌금, 애국헌금, 비행기헌금 등의 명목으로 교회 종을 비롯해서 놋주발, 숟가락까지 거두어갔는데 그 상황 속에서도 지켜낸 종이라고 한다.

아펜젤러 목사는 그 후 서울로 옮겨 17년 동안 배재학당과 정동감리교회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 그의 마지막 흔적을 좇아 서울 합정동에 있는 외국인 묘지를 찾았다. 조그만 언덕에 자리잡은 보잘 것 없는 공동묘지. 잡초와 흙이 뒤섞여 황폐하다는 느낌이 밀려온다. 먼저 헐버트 선교사의 묘비에 쓰인 글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 원하노라.”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선교사가 한국을 사랑했었다. 아펜젤러 목사의 무덤 앞에 서니 그는 목포로 가는 선상에서 배가 난파되었고, 아이를 구하려다 죽음을 맞이했다고 적혀 있다. 또 그의 무덤에는 1885년 부활절 아침 제물포항에 도착해서 드린 기도문이 적혀있다. 기도문을 보는 순간 기념탑 앞에서 그들의 심정을 추측해서 애석해 하던 마음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부활절 아침에 이곳에 왔습니다. 그 날 사망의 권세를 이기신 주께서 이 백성을 얽어맨 결박을 끊으사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자유와 빛을 주시옵소서.”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에는 이 땅에 대한 희망과 사명, 그리고 반드시 이루어주실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배어 있었다.

지금 한국교회에 많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분명히 아펜젤러 목사의 기도는 이루어졌다.
아펜젤러 목사의 목숨을 건 용기와 같은 용기를 가진 많은 선교사들이 지금 이 시각 복음을 모르는 위험한 땅에 담대히 들어가고 있다.

110여년 전에 그가 뿌린 믿음의 씨앗은 현재 수많은 선교사를 통해 세계 방방곡곡에 다시 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