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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19호> / 관객·팬 분노하든 말든 ‘맘대로’
2002년 07월 24일 (수)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최근 개그맨 서세원 씨가  제작하고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 ‘긴급조치19호’가 개봉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떨어뜨렸다. 기본적인 틀조차 갖추지 못한 시나리오, 배우 흉내내는 가수들의 어설픈 연기와 장면마다 느껴지는 감독의 무성의한 연출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서 씨는 몇 해 전 ‘조폭마누라’란 흥미 위주의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통한 홍보작전 덕분에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조폭마누라’의 부정적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는 그 이후 만들어진 한국영화의 작품성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동안 우리는 극장가에서 질 낮은 조폭영화를 지겹도록 접해야만 했다. ‘조폭마누라’ 이전에 가끔 만날 수 있었던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최근까지 거의 만나지 못할 정도로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 이번에도 서 씨는 자신의 TV쇼프로에 출연한 가수들을 동원시켜 10대들만이 좋아할 영화를 만들었다.

요즘 인기 있는 가수를 총출동시켜 방학을 맞은 10대 청소년을 주 타깃으로 삼았으나 정작 영화 속에서 쉴새없이 쏟아지는 욕설과 저질스러운 대화는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만하다. ‘긴급조치19호’란 영화가 개봉되면서 우리 극장가에 긴급조치가 발령됐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가수들이 이런 형편없는 영화에 왜 출연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문제는 제작자에게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출연한 가수들은 대부분 비디오형 가수들이다.
즉 노래보다는 외모나 댄스, 쇼에서 보여주는 잡기들로 인기를 얻은 가수다. 일부는 정작 무대에서 자신의 본연의 모습인 가수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립싱크라는 가수에게는 치욕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기획사의 철저한 매니지먼트로 소위 만들어진 가수이기에 방송분야에 있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작자 서 씨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 씨는 제작자로서 영화를 만들어 수익만 올리면 자신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연예활동을 지속하려고, 아니면 노래 외에 다른 것들에 관심이 많아 영화에 출연한 가수들이 영화의 수준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된 꼴이다. 재주는 가수가 부리고 실속은 서 씨가 챙긴 모양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가수가 노래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가요계의 이런 풍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방송국 PD와 기획사 사이에서 오간 뇌물사건이다. 실력 없는 가수를 띄우기 위해선 방송과 스포츠 신문의 막강한 영향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기획사측에서는 소속가수를 인기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다. 기획사는 노래보다는 댄스와 외모에 치중한 가수 아닌 가수를 방송과 언론을 통해 노래 잘하는 가수라고 홍보해 왔다.

이런 방법으로 포장된 가수의 모습을 보는 10대들은 방송과 언론에 현혹되어 자질 없는 가수를 노래 잘하는 가수로 믿게 된다.
편법이 먹혀들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본업에 충실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면 ‘긴급조치 19호’에 출연한 가수 k씨는 노래보다는 개그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가수다. 자신의 말장난을 팬들이 좋아하기에 콘서트 때도 K씨는 노래는 뒷전이고 볼거리와 개그에 의존한다. 이 정도가 되면 더 이상 가수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는 늘 자신은 노래를 잘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당연히 그의 팬은 그 말을 맹신하게 된다.
이런 가수들이 득세하기 시작하면 가요계의 질적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립싱크가 계속되고 노래보다는 춤과 개그를 잘하는 가수만이 인정받게 되면 가요계의 앞날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영화계 또한 마찬가지다. 실력 있는 연기자와 감독이 고민해 만든 영화가 성공하지 못하고 특정 계층만 노리고 안일하게 만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투자자는 후자에게 투자를 한다. ‘조폭마누라’나 ‘긴급조치 19호’같은 영화만 계속 양산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이류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류가 되지 못했고, 일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예술인이 되기를 거부했다.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인기와 부를 노리고,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까지 기웃거리며 오로지 인기만을 쫓아가는 이류 연예인들이다. 이류가 일류보다 더 일류 같아 보이는 현상이 지금 가요계와 영화계에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정직한 가수와 배우가 많아져야 연예계는 건강해지고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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