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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원칙’ 지켜진 구제·봉사
초대교회의 사회복지 실천
2002년 08월 28일 (수)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박경숙  경기대학교 교수

서유럽 복지국가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원칙으로 ‘연대 또는 통합(solidarity)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사회계층간의 분리 또는 분열을 부의 재분배에 의하여 예방하고 사회계층의 일치감과 협력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대의 원칙을 초대교회의 구제와 봉사를 통한 사회복지실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회는 그 시작에서부터 가난한 자와 병든 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말씀에 따르면 하나님이 마지막 날에 양과 염소를 가르듯 사람들을 가른 뒤에 오른편 사람들에게 복을 주면서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아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자기들이 언제 그렇게 하였느냐고 반문할 때 하나님은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31∼46)고 설명하였다. 이것은 기독교 가르침 중 핵심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초대교회 때부터 이러한 가르침에 기초하여 교회가 구제와 봉사에 열중하였다.

더 나아가 초대교회에서는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나눔의 모습도 있다. “믿는 무리가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제 재물을 조금이라도 제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 … 그 중에 핍절한 사람이 없으니 이는 밭과 집 있는 자는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매 저희가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줌이러라”(행 4:32∼35). 초대교회 교인들이 서로의 믿음과 사랑을 몸소 실천한 예이다.  

  이러한 구제와 봉사는 교회 외부로도 확대되어 나갔다. 성서에는 한 지역에 흉년이 들거나 어려울 때마다 사도들이 다른 지역에서 헌금을 모아 그 지역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예루살렘을 돕기 위해서 로마나 그리스로부터 모금이 왔다(고전 16:1, 고후 8:2, 9:5). 또한 기독교의 세력이 확장되면서 박해가 일어났고 남은 가족들을 돌보는 것이 교회의 주요한 일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구제하고 병자들을 돌보는 사역은 교회의 중요한 사업으로서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칼빈이 말하는 초대교회 때부터 오랫동안 적용되어 온 헌금의 사용내역을 보아도 초대교회에서 헌금 중 일부가 빈민을 위해 사용되어 ‘연대의 원칙’이 지켜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헌금사용내역은 총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부분은 감독, 즉 담임 성직자에게 맡기는 돈이다. 이 돈으로는 성직자를 찾아온 손님을 접대하기도 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도 하며, 외부의 성직자를 돕기도 한다.

두 번째 부분은 성직자들의 생활비이다. 다음은 교회의 유지나 수리비이며, 네 번째가 바로 빈민을 위한 돈이다. 즉, 세 번째까지 쓰고 남은 나머지의 전부가 빈민을 위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초대교회에서 보여지는 ‘연대’의 모습은 상당히 극과 극을 달린다. 한 쪽에는 자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구제하는 모습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 쪽으로는 있는 자가 그 있는 재산을 모두 팔아 사도들 앞에 두고 필요에 따라 나누어 갖는 모습이 있다. 혹자는 마르크스가 이 후자의 초대교회모습에서 공산주의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러나 초대교회에서 있는 자가 밭과 집을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가져다가 공동으로 필요에 따라 나눈 모습이 오랫동안 지속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공산주의식의 나눔의 문제는 초대교회의 공동규례를 어겨 목숨을 잃은 아나니아와 그 아내 삽비라의 모습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베드로와 그 사도들의 성령충만을 직접 보고 경험한 아나니아와 삽비라도 소유를 팔아 일부를 감추는데 일반 사람들이 그러한 공동생활규례를 어찌 지킬 수 있으랴?

사람들의 욕망의 현실 앞에서 공산주의의 이상향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이미 성경은 보여주고 있다.
성경은 누구보다도 먼저 오늘날 공산주의의 몰락을 예고하였던 것이다.
초대교회의 이상적인 나눔에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사례에서처럼 문제가 드러나고 교회외부까지 구제의 대상이 많아지자 초대교회는 좀 더 조직적인 구제와 봉사를 시작하였다. 일곱 집사를 세워서 그 일에 전념하도록 한 것이다.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집사는 “교회가 구제물자를 분배하며 빈민을 돌보고 빈민 구제금을 관리하는 일을 맡긴 사람들이다”고 하였다.

초대교회의 공동소유와 나눔의 실천이 오늘날 그대로 지켜지기에 어려운 이유들 중에  하나는 인구의 증가와 산업화에 따른 사회의 변화이다. 초대교회 이후 인구는 많아지고 도시화되고 인구이동이 잦아졌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옛날의 지역공동체는 많이 사라지고 대신 이익공동체가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대두되었다. 따라서 이웃이 어떤 재산을 가졌는지, 어떤 필요를 가졌는지 알기 힘들게 되었고 세금과 분배를 국가가 개입하여 조직적으로 하게 되었다.

세금과 분배가 국가의 개입에 의하여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이루어지는 방법으로는 진솔한 재산과 필요의 공개를 이끌어 내기가 더 어렵다. 복지국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부의 재분배의 비형평성 또는 비합리성이다. 국민들이 가진 것은 숨기고 받는 것은 필요이상으로 더 받으려고 하는 현상이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산주의의 몰락에서도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보상이 사람들의 의욕을 얼마나 저하시키는지가 증명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 복지국가들은 공산주의식의 공동소유와 나눔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민들이 소득의 일정한 양을 세금으로 내서 가난한 사람과 문제있는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사회통합을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연대의 원칙’의 모습이 있었던 초대교회의 구제와 봉사의 전통은 오늘날 교회들이 다시 회복해야 하는 소중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초대교회의 활력과 사회로부터 받은 존경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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