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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NLL을 문제삼나
북한 서해 군사도발 배경과 해법
2002년 07월 10일 (수) 00:00:00 이영종 yjlee@joongang.co.kr


6월 29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남북간 교전사태는 사건 8일만인 지난 7일 국방부가 “북한 해군이 치밀한 계획아래 저지른 의도적 도발사건”이라고 규정함에 따라 일단락 됐다. 하지만 99년 6월 서해 연평해전이 있은 지 꼭 3년만에 되풀이된 이번 군사충돌 사태는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 지역이 언제라도 유혈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긴장 수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또 남북간의 실질적인 해상 분계선으로 자리해온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논쟁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3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군사충돌은 ‘사실상의 해상 군사분계선’이라는 NLL에 대한 남측의 입장에 대해 북측이 ‘무효화 및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NLL은 본래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53년 8월말 마련된 해상분계선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NLL은 북한군의 남하를 막거나 통제를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군이나 미군의 항공기나 함정이 작전을 벌이다가 혹시 북쪽으로 넘어가 말썽이 일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그어놓은 말 그대로 북방한계를 설정한 선이다. 그렇지만 NLL은 당시 남한을 대표하는 유엔측과 북한을 대표하는 공산측이 합의에 따라 설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즉, 해안선의 굴곡이 심한 이 지역에서 수역의 관할권을 놓고 유엔측은 3해리를 주장하고 공산측은 12해리를 주장해 합의를 보지 못한 것. 이에 따라 서해 5도를 유엔군측 관할에 둔다는 점만 명시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서해 5도가 북한측의 군사 요충지인 강령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 돼버려 북한으로서는 안방을 그대로 들여다 보여주는 꼴이 되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당시 북한의 해군력이 극히 미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0년대 후반 NLL 북방해역에 대한 해상 통제력을 확보한 북한은 73년 10월 서해상에서 무력시위를  일으킨 뒤 경기도와 황해도의 경계선을 바다로 연장한 선을 남북간 해상분계선으로 하자는 입장을 처음 들고 나왔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에도 NLL을 해상분계선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84년 북한이 우리에게 수해물자를 지원할 때도 남북간 선박의 해상 접촉지점을 NLL로 했다. 또 92년 2월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의 ‘남북불가침 부속합의서’(92년9월)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구역은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발행한 조선중앙연감 59년판은 황해남도 지도에서 NLL과 일치하는 선을 해상분계선으로 소개하고 있는 점도 그렇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99년 6월 연평해전 직후 판문점에서 열린 북한과 유엔사령부간의 장성급회담에서 구체적인 좌표까지 제시하며 새로운 서해 해상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그해 9월에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나섰다. 서해 5도의 남측 관할권은 인정하되 수역은 북측 관할이니 섬을 오갈 때는 먼저 허가를 받으라는 주장이었다. 북한은 이번 교전사태 직후 유엔사측이 장성급 회담을 제안하자 “NLL을 먼저 제거하라”며 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북한측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첫째,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는 북한이 이의 일환으로 정전협정의 산물인 NLL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 서해 5도 일대를 국제적인 분쟁수역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것.

둘째,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NLL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실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남북간 당국대화나 군사채널로 이를 논의하자는 남한과 유엔사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셋째로는 교전사태가 주로 5, 6월 꽃게잡이 철에 집중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앞서 두 가지 정책적인 의도와 함께 경제적인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지상군이 송이버섯 수출로 외화를 획득하고 있다면 해군은 꽃게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북한측의 이런 의도와 주장에 대해 국제법 학자 등 전문가들은 문제를 제기한다. 북한이 NLL을 반세기 이상 인정해온 점으로 볼 때 NLL은 이미 관습법으로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이 문제를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과만 논의하겠다는 북측 주장도 정전협정의 체결권한은 현지 군사령관 이외에 전쟁 당사국 정부에도 있다는 게 국제법상의 정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NLL을 둘러싼 논쟁과 여러 견해들은 서해상에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면 반짝했다가 잠잠해지면 수그러드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NLL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남북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서해 5도는 남북 모두에게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전략상 요충지임에 틀임없다. 우리로서는 백령도의 해병여단이 북한 해안에 상륙할 경우 곧바로 평양으로 진격할 수 있다. 또 북측이 서해 5도를 차지할 경우 북한군이 김포반도를 통해 서울로 밀고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입장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도발과 보복전의 악순환을 거듭한다면 모처럼 마련된 남북화해 협력의 분위기도 일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북측 주장대로 NLL이 ‘미국이 제멋대로 그은 유령선(線)’이라면 남북한이 마주앉아 효율적이고 서로의 이해가 상충하지 않는 새로운 해상분계선을 마련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게 바로 남북신뢰와 평화공존, 민족의 공동번영을 약속한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올바르게 이행하는 첩경이라는 시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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