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쌓인 고즈넉한 예수원.

예수원은 강원도 태백시내에서 버스로 30분 더 들어가는 오지인 하사미라는 동네에 있다. 거기서도 산골짜기로 20여분 걸어가야 한다. 예수원은 지난해 8월 주님 품으로 돌아간 고 대천덕 신부의 가족과 성미가엘신학교 학생들, 그리고 그 지역 교회 성도들이 1965년 설립한 기도하는 공동체이다.

노동과 기도를 통한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성경에서 가르치는 하나님과 개인과의 관계, 그리스도인 상호간의 관계, 기독교 공동체와 사회와의 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됐다.

즉 기도와 친교와 지역선교를 목표로 세워진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예수원을 체험하고 온 신자들의 입소문과 대천덕 신부의 저서를 통해 한국교회에서 명소가 된 예수원은 오지에 있어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문할 수 없을 정도로 찾는 이가 많다.

예수원이라고 쓰여진 안내판을 보고 골짜기로 걸어 들어갔다. 내린 눈이 얼어붙어 길은 미끄러웠다. 앞서 걸어가는 예수원에 살고 있는 세 명의 꼬마들을 만났다. 꼬마들은 아랫동네에 있는 하사미 분교에서 예수원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걸어서 20분 거리인데 아이들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두 배 가량 시간이 더 걸렸다. 꼬마들은 가다가 눈싸움하고, 빙판길이 나오면 신발로 스케이트 타기도 하고, 서로 장난치면서 그렇게 자연을 즐기면서 갔다.

예수원이 좋은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초등학교 1학년인 지원이는 “그냥 좋다”고 대답하며 해맑게 웃었다. 꼬마들은 낯선 외부인에게 전혀 경계심을 가지지 않았다.

▲ 창문 들에도 깃들여 있는 에수원의 기독교 향기.

예수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30분 경. 사방이 너무 조용했다. 점심 식사 후 1시부터 2시까지의 개인기도를 위한 침묵시간이었다. 산책하는 사람, 조용히 오후 일과 준비하는 사람 등 몇몇 사람이 눈에 들어왔지만 다들 침묵하고 있었다. 2시가 넘어서자 예수원은 살아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후 노동을 나가고, 서로 대화하고, 사진 찍고, 예수원 주위를 산책하는 등 예상외로 많은 인원이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수원에서는 그곳에서 생활하는 이들과 방문객들이 어울려 지낸다. 방문객은 노동은 선택이지만 예배와 기도는 필수다. 아침 6시, 정오, 저녁 6시에 침묵으로 기도를 드려야 하는 삼종, 작은 소리로 말할 수 있는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의 소침묵과 10시 이후부터 온전한 침묵을 하는 대침묵 등의 침묵시간, 조도, 대도, 만도의 하루 세 번 있는 예배 등은 꼭 지켜야하는 규율이다. 식사도 하루 세 차례 필수여서 금식은 허용하지 않는다.

노동은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전기배선, 보일러 수리, 문서작업 등의 기술적인 부분과 공동작업 등에 동참할 수 있다.

▲ 침묵 속에 찬양은 뜨겁게 할 수 있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제공하는 곳이 예수원이다.

예수원은 조용한 분위기의 예배와 기도만 있을 뿐 어떠한 집회도 없다. 특히 열광적인 분위기의 기도회는 찾아볼 수 없기에 예수원은 늘 조용하다. 산을 타고 오르면서 계단식으로 지어진 자연친화적인 본 건물은 오래됐지만 독특한 양식으로 아늑한 느낌을 준다.

나무십자가 창틀이 있는 옛 예배실은 도서관이 됐고, 티룸에서는 누구든지 따끈한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다. 원하는 이는 누구든 예수원을 찾아올 수 있지만 2박3일을 넘겨서 머무를 수는 없다. 오래 있고 싶을 경우 지원한 후 예수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원자는 3개월을 있어야 1년 이상의 수련이 허용된다. 2년 수련 후에는 정회원이 되어 계속 예수원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예수원에서는 정해진 단체생활만 참석하면 자유롭게 쉼을 얻을 수 있다. 또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다. 늘 기도하고 힘써 일할 수 있다. 공동체의 사랑도 느낄 수 있다. 연이은 집회와 세미나로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는 일부 대형 기도원에서는 진정한 쉼을 얻기가 쉽지 않다. 예수원은 앞으로 한국교회의 기도원과 수양관이 추구해야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40여년 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