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 악령, 복수와 살인으로 가득한 귀신문화가 여름 문화를 장악하고 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공포영화와 더불어 최근에는 서점가에 불어닥치는 귀신열풍이 거세다.
공포영화는 해마다 극장가의 최대 성수기인 여름방학 기간동안 스크린을 장악하는 고정손님이다.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공포영화 서너 편이 관객들을 오싹하게 만들고 있다. 원한을 품고 죽은 자의 끝나지 않는 저주를 그린 일본영화 <주온>,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우리 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장화, 홍련>, 한국 영화의 대표적 공포시리즈물인 <여고괴담 3>등의 공포영화가 개봉했거나 개봉 대기중이다.

올 여름 개봉하는 공포영화가 예년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경향이 있지만 관객동원 측면에서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장화, 홍련>은 기대 이상의 흥행성공을 거두어 개봉당시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고, 한국공포영화 사상 최다관객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포영화가 여름철 관객들로부터 사랑받는 현상은 더 이상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서점가에 넘치는 공포물은 그 대상이 어린이들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12세 이상 관람가를 지정하고 있어 어린이들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어린이들은 만화를 통해 공포물에 푹 빠져 살고 있다.

현재 대형서점에는 공포만화만 모아둔 특별코너는 필수가 된지 오래다. 그만큼 공포물을 찾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증거이다.

현재 서점 특별코너마다 수십 권의 공포만화가 진열돼있고 만화책을 읽기 위한 어린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현재 출판된 공포만화는 제목으로 우선 어린이들의 시선을 끈다. <말하지 말랬지>,    <공포특급>, <소리지르지 말라니깐>,     <유령의 집 탈출일기> 등 갖가지 제목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제목에는 반드시 짧은 설명이 붙어있는데 “등골이 오싹오싹, 절대 혼자 보지마세요”, “실화라서 더 무서운 공포 생생체험”등의 문구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극대화시킨다.

이런 어린이 대상 공포만화는 다양한 장르와 형태를 띠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얘기, 학교괴담, 전래귀신, 불가사의와 미스테리, 유령퇴치 등의 다양한 소재와 세계적인 공포소설을 어린이용으로 각색한 작품 등 여러 장르로 출판되고 있다. 평범한 만화가 아닌 착시현상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귀신이 나타나게 하는 이른바 ‘매직아이’를 사용한 만화책도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공포만화책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단연 <무서운게 딱 좋아>(ILB)시리즈다.
현재 9권까지 출판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서점에서 공포만화 삼매경에 빠진 초등학생의 대부분들은 이 책은 이미 필독서로 읽었다고 할 정도로 인기 상종가를 구가하고 있다.

종로의 한 대형서점에서 만난 초등학교 4학년 김동석 어린이는 “엄마 아빠가 사주시지 않기 때문에 서점에 와서 읽게 된다”며 “요즘 만화책은 덜 무서워서 재미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공포만화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이런 공포만화는 서너 편의 공포 이야기만을 가지고 한 권의 책을 만들만큼 엉성하고 조잡한 구성이라서 그 자리에 서서 10여분이면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분량이고, 한권당 8천∼9천원 정도의 비교적 고가라서 아이들은 현장에서 책을 읽기 위해 서점을 찾고 있다.

최근 이렇게 서점에서 책을 읽어버리는 어린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출판사는 공포만화를 포장판매 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동석 군은 “한 권씩은 포장을 뜯어서 읽을 수 있게 돼 있어 포장 안된 책을 찾아서 읽으면 된다”고 말해 어린이들이 선별과정 없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있음을 드러냈다.

주일학교 소년부에 다닌다는 홍주석 어린이는 “지어낸 이야기인 것을 알기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귀신이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며 “어린이 교육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명확하게 말한다. 그런데 왜 읽고 있냐는 질문에 홍주석 어린이는 “그냥 재미있어서요”라며 여전히 공포만화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