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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 생명 경시 시대에 던지는 경고장
2003년 05월 14일 (수)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 영화 <살인의 추억> 중에서

현재 극장가에서 가장 좋은 흥행성적을 내고 있는 우리영화 <살인의 추억>은 그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이다. 대부분의 영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과 과장된 표현으로 현실세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간접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영화적 정의에서 본다면 이번 <살인의 추억>에서 소재로 등장한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영화의 소재로 사용해도 충분할 만큼 극적인 전개와 엽기적인 살인행위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이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영화의 수작으로 꼽히는 것은 사건 자체를 영화의 중심으로 세우지 않은 감독의 역량이다. <살인의 추억>을 감독한 봉준호 감독은 사건보다 ‘왜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지 못했는갗에 대해 초점을 맞췄고, 그 원인이 당시 사회적인 문제 때문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감독은 당시 형사들의 비합리적인 수사방법을 공개하고 있다. 아무나 대충 잡아넣으면 징계는 면한다는 형사들의 안일함을 다소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당시 사회가 범인을 잡으려는 것에 충실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정치적 행사에 경찰력을 동원하느라 정작 사건현장에는 투입하지 않았으며,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했던 정치적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은 살인사건의 장면과 현장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많은 조폭영화들처럼 살인을 미화하지 않는다. 연쇄살인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으나, 영화는 당시 인간존중의 풍토가 무너진 사회현상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정치행사에 동원되느라 경찰은 민생치안을 등한시했고, 무고한 시민들을 잡아다가 고문을 통해 범인으로 몰아 사건을 무마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인간생명의 경시현상이 범인으로 하여금 ‘한 생명 정도는 죽여도 상관없다’라는 생각을 심어줬다고 감독은 은연중에 말하고 있다. 화성살인사건은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기독교적인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은 사회에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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