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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제우스에 열광한다
서점가 휩쓰는 그리스-로마신화 열풍
2003년 05월 14일 (수)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만화·일반서적 베스트셀러
초·중학생 “안 읽으면 왕따”
神개념 혼란…신앙 악영향

신중의 신 제우스, 미와 풍요의 여신 아프로디테,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 지금 초등학생 사이에서 이러한 단어의 뜻을 모르는 아이는 정말 ‘왕따’ 당하게 된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이미 초등학생을 비롯해서, 중고생의 필독서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로 그려진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불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열풍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시작해서 성인 문화에까지 영향을 끼친 특이한 현상이다. 이번 열풍의 시작은 현재 15권까지 발간된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가나출판사)라는 만화책에서부터 시작됐으며, 이 시리즈는 어린이도서 부분에서 꾸준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시리즈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자 그리스-로마 신화에 관한 여러 만화들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그리스-로마 신화 뿐 아니라 북유럽 신화, 이집트 신화, 별자리 신화 등 신화에 관한 것이라면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현재는 일반 문화분야까지 퍼져나가 대부분의 대형서점에는 30여 권의 신화에 관한 책만 모아둔 신화코너를 마련할 만큼 출판문화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어린이들이 그리스-로마 신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예상외로 단순하다.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던 김요한 어린이(4학년)는 “그냥 재밌다”며 “특히 아폴론의 활약이 돋보여 가장 멋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극적인 전개와 등장인물의 다양성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하면 무조건 따라하는 아이들의 정서를 증명하듯, 다른 아이들이 모두 읽었기 때문에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읽는다는 아이도 있었다.

믿음을 가진 어린이들의 신앙생활에 그리스-로마 신화는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많은 어린이들은 신화는 만들어낸 이야기인 것에 비해 성경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록한 것이라는 점을 구별해 냈다. 하지만 그 판단이 아직 되지 않는 저학년에게는 신에 대한 개념에 혼란을 줄 수 있기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서점에서 만난 대부분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성경의 하나님과 신화의 신들을 동일한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특히, 신화에서 등장하는 신들의 행동이 질투와 시기, 음란함 등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어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과는 엄격한 차이가 있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이들은 자칫 하나님을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한 여러 신들 중 하나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를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이원복 교수(덕성여대)는 최근 작품인 <신의나라 인간나라: 신화의 세계 편>을 통해 “순수한 인간의 창작물인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전지전능한 종교의 신은 크게 다르다”고 했다. 주일학교 소년부 교사를 맡고 있는 김정택 씨는 “성경공부 시간에 제우스가 높은지, 하나님이 높은지 질문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신을 인간과 비슷한 존재로 믿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고 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신앙의 기초를 세우는 초등학교 시절에 하나님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게 할 수 있어 책을 읽기 전 각별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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