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변화되려면 교회 내부에서부터, 특히 목회자 그룹부터 변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교회의 주체가 누구냐 하는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목회자들이 교회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국민들이 정치인들만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선다고 말하는 이치와 같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이 90년대 들어 주요 교단의 30∼50대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교회갱신 그룹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예장통합의 바른목회실천협의회와 예장합동의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전국감리교목회자협의회, 예장합신의 개혁목회연구회, 예장고신의 고신정신잇기 목회자협의회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각기 창립선언문 등을 통해 교회의 타락과 부패상을 지적하고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대언하는 선지자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내부 갱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목회자와 평신도의 새로운 영성운동 전개와 교회와 교단개혁을 위한 제도개혁, 사회와 세계선교를 위한 비전 제시 등을 구체적 사업계획으로 채택했다.
이들 단체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바로 교회 내부이며 목회자 자신이란 점이 이제까지 있었던 다른 교회개혁 운동들과 양상을 달리한다.

각 교단별로 활동해오던 이들 갱신그룹들은 1998년 11월 뜻을 같이했다. 교회갱신과 일치 등 표방하고 있는 정신이 같고, 서로 연합해야 한국교회 갱신이라는 큰 틀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데 공감한 13개 교단 갱신그룹들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라는 한 이름 아래 모여들었다.

한목협은 옷로비 사건으로 한국교회의 꼴이 우습게 됐을 때 성명을 통해 교회의 참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운동의 못자리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예장합동 총회가 제비뽑기 제도를 시행해, 금권타락 선거를 막도록 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이 당초 표방한 정신이 ‘퇴색’ 됐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간혹 들리고 있다. 예장합동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는 여러 자리에서 교회갱신 그룹의 정치세력화를 반대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세력이 커지고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되자 정치권 인사들이 기웃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교단의 갱신그룹들은 처음의 거창했던 포부와는 달리 별다른 활동 없이 이름만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현재 14개 교단으로 늘어난 한목협 회원단체들.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한 이 시대의 젊은 목회자들이 뼈저린 자기성찰과 갱신을 통해 교회와 민족 앞에 바로 서려고 몸부림치고 있기에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