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찬송가공회(공동회장 한명수·김홍규 목사)가 6년 동안 준비해 온 ‘21세기 찬송갗가 올해는 빛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찬송가공회는 ‘21세기에 걸맞는 한국형 찬송가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1997년부터 지금까지 18억여 원을 들여 현재 모든 교회가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통일찬송가의 곡들에 새로운 곡을 첨삭하는 등 새찬송가를 발행하기 위한 대규모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 한국찬송가공회가 5월 2일 14명의 공회원이 모인 가운데 정기총회를 열었다.

6년 동안 동원된 음악가는 100여 명, 참고로 활용한 외국 찬송가는 35권, 심사한 곡은 1만 5천여 곡에 이르는 등 장기간에 걸쳐 많은 인력이 매달려온 한국교회의 연합 사업중 하나인 셈이다.

그러나 공회측은 21세기 찬송가를 2001년부터 “올해는 꼭 발행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발행 시기가 적절치 않다”, “찬송가 교체 비용이 과다하다”는 등 각 기관·교단들과 의견이 상충하며 2003년을 맞았다. 올해도 변함없이 공회측은 5월 2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연내 발행’ 계획을 밝혔다.

오는 6월경 21세기 찬송가와 관련한 공청회나 발표회를 갖고 9월에 열릴 각 교단의 총회에서 인준을 거쳐 새로운 찬송가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11월에 열렸던 21세기 찬송가 공청회에서 나온 음악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재 97% 이상의 수정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발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게 공회측의 설명이다.

앞으로 출간될 21세기 찬송가는 수록곡이 통일찬송가보다 89곡이 늘어난 647곡에 한국인이 쓴 찬송가를 대폭 보강해 기존의 26곡에서 128곡으로 크게 늘였다. 이로 인해 한국 찬송가의 비중은 4.7%에서 20.0%로 증가했다.
 
찬송가의 분류도 기존 51개에서 77개로 늘여 “나라사랑”, “종교개혁 기념일”, “자연과 환경” 등의 주제를 새롭게 추가했다. 교독문도 기존의 76편에서 131편으로 확대된다.
큰 파장을 일으킬 21세기 찬송가의 출간은 먼저 일반 평신도들의 ‘호주머니 경제’와 직결된다. 현재 한국교회 교인들의 80%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성경찬송 합본 가죽 제품은 권당 평균 가격이 3만원 정도다.

만일 한 가정에서 4식구가 각자 성경찬송을 구입할 경우 적어도 12만원의 가계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국교회에서 성경찬송 합본을 새롭게 구입해야 할 성도수를 1천만 명 선으로 추산할 경우 3천억 원대의 천문학적인 숫자가 오가는 초대형 사업인 셈이다.

21세기 찬송가 발행은 또 출판사들에게 크고 민감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출판사들은 21세기 찬송가가 출시되면 이미 출간한 성경·찬송가의 합본을 전량 회수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게다가 한국찬송가공회가 21세기 찬송가의 출판권을 현재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만 각각 50%씩 독점적으로 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해설찬송가를 성경과 합본으로 발간했던 아가페, 생명의 말씀사, 성서원 등의 반발과 상호간 이해 관계가 상당 부분 얽혀 있는 판권 논란에 대한 해법은 21세기 찬송가를 과연 차질없이 발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핵심적인 문제의 관건으로 분석되고 있을 정도이다.

한편 한국찬송가공회는 5월 2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공회 사무실에서 열린 정기 총회에서 공동회장에 한명수·김홍규 목사, 공동서기에 신신묵·김활용 목사, 공동회계에 유재양·엄문용 장로, 공동감사에 최복규·배성산 목사, 공동총무에 김상권·김우신 장로를 각각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