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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복귀하고 내각제 뜬다?
안개속 정치판 어떻게 돌아갈까
2003년 07월 09일 (수) 00:00:00 윤길주 ykj77@joongang.co.kr

윤길주 / 월간중앙 기자

시중에는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방송 코미디 프로에서 한 개그맨이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가 대선 때 나와서 한 말을 흉내낸 것이죠. 이런 말이 유행한다는 것은 요즘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서민들의 어려워진 살림살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함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있죠. 바로 여의도 정치판입니다. 지금의 정치판은 그야말로 거대한 지각변동을 앞에 둔 혼돈 그 자체입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시끄러울까요. 권력 때문에 그렇습니다. 누가 얼마의 권력을 가질 것이냐를 놓고 정당끼리, 정당 안에서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죠.

정당의 존재 목적이 권력을 잡는 것이니까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만 우리는 좀 심한 편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앞으로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갈지 독해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특히 점차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내각제 개헌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한나라당은 이번에 최병렬 대표가 당의 얼굴이 됐고, 홍사덕 의원이 원내총무를 맡았습니다. 알려진 대로 두 사람은 내각제 신봉자들입니다. 최 대표는 대표가 되기 전에는 여러 차례 공사석에서 우리 실정에는 내각제가 좋다는 말을 했습니다. 대표가 된 후에 그는 4년 중임제 개헌 얘기를 했습니다만 내각제에 대한 소신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홍사덕 총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나라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간다면 국회도 나라를 구하기 위한 대규모 구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부 기자들은 ‘대규모 구상’을 내각제 개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최 대표는 대표 경선 때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이회창 전 총재를 모셔오겠다고 말했습니다. 득표 전략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이 전 총재의 복귀가 내각제와 깊은 함수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정치권 주변에는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나라당은 지난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내세워 대권을 잡으려고 했으나 두 번 다 실패했습니다. 두 번 다 이 후보가 이길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과는 패배였습니다. 특히 지난 대선 때는 10명 중 8명은 이 후보가 당선 될 것이라 믿었고,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샴페인만 터뜨리면 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다시 주저앉았습니다. 이 후보는 곧바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회창 복귀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측근들이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다시 모여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나라당에는 이 전 총재를 다시 모셔와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물론 이 전 총재 측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복귀 가능성이 꽤 높아 보입니다.

복귀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다시 대권에 도전할까요? 정치권에서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으로는 안 된다’는 한계를 분명히 노출했다는 것입니다. 한 정치 평론가의 말입니다.

“이회창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의 평가가 내려졌다. 어떤 조건에서도 다시 출마한다면 또 떨어질 것이다. 지역 정치에 기대 어느 정도 표를 얻었지만 더 이상 확산될 수가 없다. 이회창에게는 아마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지금 현재로서는 이 전 총재나 한나라당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권력구조를 바꿀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한나라당의 다수는 지금의 당 구조로는 2007년 대선에서도 패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음 대선에서 또 지면 한나라당은 무려 15년이나 야당 생활을 하게 됩니다. 권력의 달콤한 맛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로서는 참기 어려운 인고의 세월이 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개헌을 해서라도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내각제가 되면 다수당이 내각을 장악하게 되니까 보다 쉽게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죠. 겉으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고 포장을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내각제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것이죠.

분위기도 점차 성숙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각제 개헌의 원조격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버젓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있고, 한나라당에도 내각제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또 민주당 구주류 측에서도 내각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한화갑 전 대표가 내각제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체로 내각제를 미는 사람들은 권력에서 소외되거나 밀려나 있습니다. 오랜 내각제 신봉자인 JP가 그렇고, 한화갑 전 대표 또한 처지가 순탄치않아 보입니다. 최병렬 대표는 관리형 인물이지 대선 후보로는 적합지 않다는 평가고, 한나라당에는 뚜렷한 차기 주자도 없는 형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게 되면 내각제 개헌은 금방 수면위로 부상할 것입니다. 올 가을쯤 쟁점이 됐다가 내년 총선에서는 개헌 여부를 두고 큰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회창 전 총재까지 가세해 내각제 깃발을 든다면 더욱 힘을 받게 되겠죠. 아마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고, 민주당이 분당돼 패배한다면 2007년 대선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고, 국민투표도 해야 됩니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경우 내각제 개헌을 위한 조건이 무르익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권력 구조가 우리 실정에 맞는지는 견해차가 큽니다. 대통령제든, 내각제든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죠.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살림살이도 어려운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는 분도 있겠죠. 아무튼 내년 총선까지 여의도 정치판은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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