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읍면동에 있는 어느 교회에 ‘지역사회복지센터’가 들어선다. 그리고 교회를 중심으로 병원, 음식점, 세탁소, 미용실, 유치원 등의 시설이 사회복지활동에 참여하여 노인 및 노인가족,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에게 할인 등의 각종 혜택을 주게 된다. 교회와 지역의 연합활동으로 경로효친과 이웃사랑을 실천해 나간다. 이런 방식의 국내 최초의 읍면동 노인복지 네트워크가 바로 ‘사랑의 지팡이운동’이다.

‘사랑의 지팡이운동’은 사단법인 볼런티어크로스(VolunteerCross, 대표 홍광일)가 개발했고, 국민일보가 동참해서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복지 프로그램이다.
볼런티어크로스(www.vc.or.kr)는 올해 2월 27일 정식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노인사역의 시작은 대표인 홍광일 목사가 길교회를 세우면서부터 시작됐다. 홍 목사는 2000년 3월에 경기도 안양시에 길교회를 세우고 6월부터 인근 주민들을 초청해서 주일 경로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인근 이발소가 봉사에 동참할 것을 제안해 왔고, 그때 홍 목사는 볼런티어크로스 사역의 힌트를 얻게 됐다.

이후 인근 세탁소, 슈퍼마켓 등 지역주민들이 노인사역에 동참해서 ‘석수3동 지역경로망’을 구축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홍 목사와 동참한 지역주민들의 사역은 빠르게 확장됐다. 2001년에는 ‘토요 도너츠데이’를 만들어 도너츠를 나눠주기도 하고, 효도비 명목으로 어려운 노인들에게 용돈도 지급하기도 하면서 효도사역의 영역을 넓혀갔다. 그 밖에도 푸드뱅크, 청소년쉼터, 독거노인을 위한 목요반찬배달 등 다양한 형태로 사역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홍 목사는 이러한 지역과 교회가 연합한 노인복지사역을 좀 더 널리 보급하기를 원했고, 전국적인 보급을 위해서 국민일보와 손잡고 볼런티어크로스 사역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할 때는 국민일보뿐만 아니라 사역의 참신성과 현실성, 그리고 지지부진한 복지정책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가 사역을 후원하기에 이르렀다.

볼런티어크로스는 지난 4월부터 홍보를 시작해서 현재까지 세워진 ‘사랑의 지팡이운동’센터교회는 30개가 넘어섰다. ‘한 지역에 하나의 센터교회’ 원칙을 가지고 있어 신중하게 센터교회를 결정하고 있다. 전국에 총 5천612개의 동읍면이 있기에 아직 갈 길은 너무나 멀다. 하지만 홍 목사는 올 한해 목표를 전국 100개의 센터교회 설립으로 잡고 있다. 너무 빠르게 보급하다보면 일꾼이 준비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준비된 일꾼 없이는 사역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토록 볼런티어크로스가 참신한 기획과 방법으로 노인사역에 주력하고 있지만 교회라는 타이틀을 의도적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교회를 앞세우면 주민들이 오히려 전도하려는 목적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에 사역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교회가 지역봉사의 센터로 자리잡고, 성도들이 자원봉사자로 적극 참여하게 되면 그 때 복음, 즉 ‘크로스’의 의미를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표면적으로 교회를 내세우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자원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회의 성장과 전도의 효과는 단지 결과물에 지나지 않으며, 마땅히 해야 할 지역봉사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시종일관 지켜가고 있다.

홍 목사는 “사회봉사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교회가 지역사회를 이끌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교회가 지역주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이라고 지역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볼런티어크로스는 할 일이 태산이다. 가장 기본적인 경로효친 네트워크 및 자원봉사망을 우선 구축해야 하고, 교육부의 지원을 얻어 자원봉사 학생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시, 군, 구 복지시설을 위탁운영하고, 장묘문화 개선운동도 시작해야 한다. 2007년 이후에는 국제볼런티어크로스를 창립하고, 전국지부에 실버텔인 ‘지팡이 하우스’의 건립을 시작할 계획이다. 홍광일 목사는 이토록 원대한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단 한가지라고 말한다. 바로 “이웃사랑 없이는 하나님 사랑도 없다”는 진리를 지키려는 의지가 그것이다. 

“노인 섬기기는 교회의 필수적 의무” 홍광일  대표 볼런티어크로스 대표 홍광일 목사(길교회)가 처음 경로식당을 시작할 때에는 치밀한 계획이 없이 시작했다. 주일 예배가 있기 전 승용차로 인근을 돌아다니며 그냥 무료하게 앉아 있는 어르신들을 교회로 모셔와서 예배와 식사를 대접했다. 그런 과정에서 80∼90세 되신 어르신들이 매주일 빠지지 않고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고 홍 목사는 볼런티어크로스의 사역을 구상했던 것이다. 홍 목사는 교회가 노인사역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라고 대답한다. “한국교회가 노인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실천은 하지 않는다”며 교회가 노인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교회는 사회봉사에 대해서 책임의식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가 오갈 데가 없다는 것은 분명히 교회책임으로 봐야합니다. 하지만 많은 교회들이 사회봉사를 교회의 성장방법으로만 보기 때문에 교회가 사회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홍 목사는 우리 주변의 노인들은 세월이라는 강도를 만난 분명한 우리의 이웃이라고 한다. 예수님의 명령인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반드시 교회가 섬겨야 할 대상이라는 말이다. “교회 성장이나 전도의 방법론적으로 사회복지를 생각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신앙적인 측면과 신학적인 측면으로 봐야합니다.” 하지만 홍 목사는 경로사역을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동정심을 가지기 이전에 그들을 공경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의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