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뱅크한인장로교회는 유기황 목사(56)와 최봉호 목사(50)가 해외선교를 위한 공동목회의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3년 전(2000년 4월), 각각 독립적으로 담임 목회를 하던 두 목사가 보다 효과적인 해외선교 사역을 위해 두 교회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미국 대학생 선교를 위해 활동했던 유 목사와 필리핀 선교를 위해 뛰었던 최 목사가 지구상 최고의 비복음화 지역 중 하나인 네팔 선교를 위해 뭉친 것이다. 목회 연륜이 있는 유 목사가 버뱅크한인장로교회 내부 목회를 맡으면서 선교 지원을 하고, 해외선교 경험이 풍부한 최 목사가 직접 발로 뛰며 외부 선교 현장을 맡는 형식이다. 

네팔 선교
“네팔을 선교 지역으로 삼은 이유는 그곳이 세계에서 가장 비복음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네팔 목사님을 우연치 않게 미국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었지요.”

비복음화 지역을 위한 최 목사의 오랜 기도가 있었다. 문맹률 70%에 힌두교 국가인 네팔을 직접 방문한 후, 그곳에 하나님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함을 그는 발견했다. 교회 내부 목회를 담당하고 있는 유 목사도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 네팔은 지난 90년 이후 어느 정도 선교의 문이 열리기는 했지만, 개인전도가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말라리아 등의 질병으로 외부 선교사들에게 적지 않은 장애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다. 선교사의 비자 유지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최 목사는 현지 중간 지도자를 세우는 전략을 세웠다. 현지 여건을 잘 아는 현지인 사역자를 세우고 본인은 그 사역자를 재교육시키는 방식으로 선교의 기본 틀을 잡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교회에서 공급하는 물질 때문에 모이는 사람들도 다소 있지만, 선교를 시작한 지 3년만에 12개의 개척교회와 중간 지도자 1명을 포함해 13명의 현지인 교회 지도자를 세우는 결실을 맺었다. 현지 교회 지도자들은 분기별 또는 수시로 간증 및 사역 보고를 해온다. 동시에 필요한 자료와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네팔 선교에 위기가 한 번 있었다. 최 목사는 빈곤 지역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9년간의 필리핀 선교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선교 지원금이 선교의 마지막 현장까지 제대로 전달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최 목사는 현지 지도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네팔을 방문했다. 감사(監査)도 중요한 선교 사역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문제가 발견됐다. 최 목사는 사역자의 재교육과 신뢰함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 ‘믿음 중심’, ‘현지 목회자 중심’이라는 그의 선교 철학 때문이다. 오는 9월 최 목사는 네팔을 다시 방문한다. 현지 사역자들 재교육과 새로운 사역자 발굴을 위해서다. 이미 믿음으로 헌신의 뜻을 보인 17명의 새로운 사역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 교회 앞에 선 유기황 목사

공동목회
“두 목회자가 잘 연합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온 교인의 자부심이 아주 큽니다. 목회자가 서로 사랑하는 것만큼 성도들 간의 사랑도 넘쳐남을 봅니다. 아주 좋습니다.”

유 목사는 설교 때 선교 관련 내용을 자주 언급한다. 2개월에 한 주를 선교주간으로 정하기도 했다. 선교 사역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가 하면, 이를 위한 기도 시간을 갖는다. 물론 헌금 시간도 있다. ‘선교의 이론과 실제’라는 과목을 성경공부 반에 넣기도 했다. 성도들이 더욱 능동적으로 선교 사역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세계가 우리의 목회’라는 그의 목회 철학 때문이다.

두 교회가 하나로 합쳐진 직후, 원거리 등의 이유로 성도들이 다소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두 목회자의 헌신적인 사역이 알려지면서 최근 성도들이 꾸준히 늘어 출석 성도 200명이 넘어섰다. 성도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선교를 향한 열정과 헌신은 여느 교회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유 목사는 선교를 위해 교회 재정의 10%를 먼저 떼어놓기로 했다. 교회 성장 추이에 맞추어 그 비율은 점차 높아질 예정이다. 또한 성도들의 선교 헌금 전량은 당연히 선교를 위해서 사용된다. 선교 헌금이 계속해서 늘어가는 추세다.
 
선교 현장에서 월 30~40달러면 현지인 선교사 한 사람의 생활비가 된다. 현재 월 700여 달러가 선교비로 사용되고 있다. 선교비 사용에도 원칙이 있다. 즉, “내가 얼마를 줄 테니 교회를 세워라”는 방식으로 무작정 후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믿음으로 열심히 뛰고 있으며 자립 정신이 있는 이들을 찾아내, 그 사람들에게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역자들의 생활비 전체를 후원하지만, 현지 교회에 의한 자립을 목표로 지원액을 조정한다는 것이 유 목사의 생각이다.
 
버뱅크한인장로교회의 비전도 역시 선교다. 현재, 네팔에 12개 교회와 사역자 13명 그리고 필리핀에 5개 교회와 사역자 6명을 돕고 있다. 총 17개 교회와 19명의 사역자다. 이것을 금년까지 30개 교회로 내년까지 50개 교회로 늘리는 것이 단기간의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700개 교회를 바라보고 있다.

“네팔을 기점으로 히말라야 산맥 인근의 비복음화 지역으로 선교 사역을 넓혀나갈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부탄’과 ‘티벳’이 다음 목표입니다.”
 
선교를 향한 버뱅크한인장로교회의 공동목회는 이미 히말라야 지역 전체를 또 하나의 구역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