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용주 씨(30)는 일주일 내내 토요일 오후만 손꼽아 기다린다. 주일예배로 한 주를 시작하는 그는 한강변을 달리며 한 주를 마무리한다. 그가 달리는 구간은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달리는 속도는 조깅으로는 낼 수 없는 시속 20∼30㎞가 된다. 바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한강변을 질주하는 것이다.
 
“일주일간 회사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죠. 특히 한강변을 달리면 서울이 정말 멋진 도시라는 걸 새삼 알게 됩니다.”

인라인스케이트 열풍이 분 지는 꽤 오래됐다. 유행이 식을 때도 됐는데 여전히 젊은이 문화의 한 분야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토요일과 주일은 말할 것 없고, 평일에도 여의도공원과 일산 호수공원에서는 인라인을 즐기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최저 10만원에서 30여만 원 정도인 고가의 인라인 장비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 초보자들을 위해서 대여점이 생긴지도 오래다. 대여가격은 시간당 3천원. 하지만 인라인스케이트를 대여해서 사용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보호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있다. 대부분 초보자들인 이들이 갖추는 보호장비는 고작해야 무릎보호대가 전부다. 이용주 씨는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는 기본이고, 처음 배울 때는 반드시 헬맷까지 착용해야 한다”고 보호장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운동량도 많아서 매일 저녁 조깅을 대신해 운동삼아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인라인은 대부분 동호회별로 모이기에 혼자 하는 조깅보다 훨씬 덜 외롭다.

인터넷 포탈사이트 갓피플 회원들로 구성된 인라인 동호회인 ‘GP INLINE’(http://cafe.godpeople. com/inline)의 경우 벌써 회원이 280명이 넘어섰다. 매주 토요일 시간이 가능한 회원 10~15명이 모여서 인라인을 통한 친교를 쌓고 있으며, 카페 홈페이지를 통해 묵상나눔과 인라인 기술 등 정보공유를 하고 있다.

카페지기 이순연씨는 “항상 욕구를 절제해야 하는 크리스천에게 적절한 취미”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는 동시에 “서로의 삶도 나누고, 격려와 도전도 받게 되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동호회 활동의 장점을 강조했다.

인라인스케이트 외에도 속도감을 선호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퍼진 이른바 ‘바퀴 문화’는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요즘 교회에서는 마치 괴기영화에 나오는 발 없는 귀신이 이동하는 것 같은 형상으로 걷지 않고 이동하는 아이들을 본 어르신들이 깜짝 놀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바로 ‘바퀴 달린 신발’ 때문이다. 최근 들어 초등학생을 비롯해 중고생에게 특히 인기를 얻고 있는 ‘바퀴 달린 신발’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더 이상 걸어다니지 않는 풍조를 만들었다. ‘힐리스’란 브랜드로 대표되는 바퀴 달린 신발은 신발 뒤축에 바퀴가 달려 있어 걷다가 앞꿈치를 들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굴러간다.
 
이외에도 예전부터 많은 매니아를 형성하고 있는 스케이트보드를 비롯해서, 몇 해전 초등생으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킥보드, 요란한 굉음을 내며 거리를 활보하는 모터보드 등 바퀴를 이용한 이동수단은 실로 다양해서 젊은이 레포츠를 대표하고 있다.

손쉽게 속도감을 경험할 수 있는 이런 레포츠를 통해 젊은이들은 질주하는 쾌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안전사고와 인라인 외 다른 대부분의 종류는 좀 더 편한 이동을 위한 수단일 뿐 운동으로서의 효과가 없다는 약점을 가진다. 이렇듯 걸음을 대신하는 도구들은 수많은 교통수단과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걸어다닐 일이 없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자칫 가장 기초적인 운동인 ‘걷는 것’조차 멀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