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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뛰놀 곳이 없다
더이상 방치 못할 열악한 놀이환경
2003년 04월 23일 (수) 00:00:00 서대경 기자 kofkings@chol.com

강원도 어느 두메산골 조그만 분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선생 김봉두>(감독 장규성)에는 5명의 순박한 시골 아이들이 나온다. 학교 운동장에서 비석치기를 하고, 개울물에 세수하고, 물고기 잡아 구워먹고, 미술시간에 풀을 먹이기 위해 묶어놓은 염소를 그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는 다른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진다.

   

급속한 사회의 발전에 발맞춰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회색 빛 건물과 골목마다 빽빽이 주차되어 있는 차들은 그나마 조금 있던 아이들의 공간마저 빼앗아 버렸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을 대도시를 중심으로 볼 수 있었지만 자동차 천만 대를 넘긴 작금에 와서는 어느 지역에 가든지 어린이와 자동차가 같이 뛰어 노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을 길가에 내놓은 부모들은 늘 가슴을 졸이며 살아야 한다. 한 학부모는 “좁은 골목길을 레이스를 펼치듯 달려나가는 자동차를 보고 있노라면 아찔함마저 느낀다”며 “그렇다고 아이들을 집에만 있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시정개발연구원(원장 백용호)은 4월 13일 2001년 서울 시내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사망자 507명 중 53.4%인 271명이 보행중에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특히 14세 미만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의 경우 전체의 86.5%(38명)가 보행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던져줬다. 주택가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의 비율은 1995년에는 47%, 1998년 51%, 2000년 68%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여서 주택가 주변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또 어린이교통안전연구소(소장 허석)가 보행 중 어린이 교통사고 437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8.9%가 자전거 또는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타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그밖에 골목길에서 뛰어나오다 발생한 사고(8.0%), 주차 중인 차에 의한 사고(7.1%)가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한국 어린이들이 사고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지난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세계 어린이를 대상으로 안전사고 사망자 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사고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작년 가을 교통사고를 당한 김 모군(13)은 올해 6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했다.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차와 부딪혀 뼈가 으스러지는 중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김 군은 “친구들이 찻길을 뛰어가길래 주위도 살피지 않고 무조건 건넜다”며 “평소에도 자주 놀던 곳이었기 때문에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고 얘기했다.

어린이들을 위협하는 다른 요인은 X게임(extreme game)이라고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라인스케이트.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인라인스케이트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교회에 갈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심지어 학교에 갈 때도 인라인스케이트를 가지고 가는 학생들도 있다.
최근에는 운동화 속에 바퀴가 있어 언제 어디서나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제품도 등장했다.

골목마다 자동차를 헤집으며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아이들을 쉽사리 목격할 수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갖추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 넘어질 경우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X게임의 특성상 흙보다는 아스팔트와 같은 곳에서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인터넷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 회장 김진화 씨는 “인라인스케이트의 경우 순간적으로 스피드가 붙으면 제동을 가하기 어렵다”며 “어린이들은 내리막길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평지에서 이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씨는 또 “반드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야한다”고 당부했다.
 
이렇듯 도처에 어린이들을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똬리를 틀고 있지만 막상 돌아보면 이것을 대신할 만한 놀이문화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 정도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무절제하게 게임에 노출될 경우 학교생활을 멀리하거나 중독에 빠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 마저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못된다.

더욱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는 PC게임의 경우 구입 비용도 만만치 않아 가뜩이나 위축된 부모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박주원 씨는 “게임의 유행도 자주자주 바뀌고 제품 하나에 3∼4만원에 달해 아이들의 요구에 등골이 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박 씨는 또 “얼마 전 아들이 사달라고 하는 게임을 살펴보니 총으로 사람을 쏘는 것이었다”며 게임의 폭력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씨의 지적처럼 많은 게임이 불건전한 요소를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생명경시 풍조를 부추기고 있으며 또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과도한 폭력성을 지니고 있어 어린이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남연세상담센터 박인영 상담사는 “과도한 게임은 아이들에게 고립감을 심어줄 뿐 아니라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혼동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크다”며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어린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어른들의 상혼에 영혼을 빼앗기지 않으며, 마음놓고 놀 수 있는 놀이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이 시대에 주어진 시급한 과제다.
특히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교회교육전문가들은 교회가 어린이들에게 좀 더 개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수님께서 어린 시절 성전에서 계셨던 것처럼 언제라도 교회에 와서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좀 더 밝고 희망차게 살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교회교육선교회 회장 김흥영 목사는 “많은 교회들이 어린이들의 문제를 소홀히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일만 교회에 와서 몇 시간 앉았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올 수 있고, 또 가고 싶은 교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 포천 꾸러기학교

자연 놀이터서 키우는 무한한 상상력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꾸러기학교(교장 이월영)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는 자연이다.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의 모습은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놀거리를 제공해준다.
 
4∼7세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꾸러기학교는 1992년 4월, 사랑방교회(정태일 목사)에 다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꾸러기답게 키워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당시 종로4가 번화한 곳에 있었지만 아이들을 답답한 건물 속에서 교육하기보다는 들로 산으로 데리고 다니며 살아 있는 교육을 실시했다. 꾸러기학교는 그 후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하자는 계획에 따라 포천군 소홀읍 무림리 일대로 이전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월영 교장은 꾸러기학교를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우리의 교육이 가장 평범한 교육”이라며 “도심지 유치원에서도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아이들이 흙과 물을 만지며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꾸러기학교 입학생은 33명이다. 작년에 비해 3명 늘은 숫자다. 이 교장은 입학하기 위해 근처로 이사오거나 대기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더 이상 인원을 받을 수 없어 미안할 뿐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더 이상 입학정원을 늘릴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유치원처럼 교사가 주체가 되면 더 많은 아이들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저희는 교사가 학생을 찾아가는 교육을 합니다. 아이들이 뛰어 놀면 같이 놀고 흙으로 장난을 하면 같이 흙장난을 하는 식이죠. 그러다보니 7명의 교사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월영 교장은 아이들은 신나게 놀면서 밝게 웃고, 바르게 표현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생각은 꾸러기학교의 정신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부모들에게 “놀다왔다”고 얘기할 정도다. 어떤 아이들은 집에 가자고 하면 조금밖에 놀지 못했다고 해 애를 먹이기도 한다. 이 교장은 꾸러기학교 학생들은 꽃이나 개미하고도 놀 수 있을 정도로 노는 것에는 탁월(?)한 실력을 지녔다고 칭찬했다.

꾸러기학교에서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동기유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요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교육을 유도하는 것이다. 미술시간에도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면서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런 교육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부모들도 밝게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적극적인 후원자가 된다고 이 교장은 설명했다.

특히 꾸러기학교 학생들은 자연과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안정돼 있다고 이 교장은 설명했다. 상급학교에 진학한 꾸러기학교 졸업생들이 대부분 감수성이 예민하고 리더십과 포용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좋은 예다.

이월영 교장의 소원은 아이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장래에 장관이나 유명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 자리에서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보다 자신의 주변을 밝게 비추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이 사회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어떻게 놀면서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 하는 것은 일생을 좌우할 중대한 일이기 때문에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이 교장은 얘기한다. 특히 이를 위해 교회의 역할은 무엇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목회자들이 이 일에 나서야 합니다. 교회에서 아이들을 동등한 지체로 보지 못하고 소홀히 대접한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습니다. 현재의 투자가 미래에 큰 열매로 찾아온다는 평범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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