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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잃어버린 페이지를 찾아서
남북나눔운동, 월북·납북화가 33명 작품전
2003년 04월 16일 (수) 00:00:00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

   
1950~60년대 북한 미술계를 풍미했던 정종녀, 길진섭, 리팔찬, 정영만 등 화가들의 작품이 서울에서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나눔운동’(회장 홍정길 목사)이 1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일원동 밀알컴플렉스에서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미술전을 개최하고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회는 월북했거나 납북되어 그동안 남한에서 볼 수 없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해금 이후 처음으로 볼 수 있는 미술전이어서 기독교는 물론 일반 미술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한국미술의 잃어버린 페이지’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월북 또는 납북 화가 33명의 작품 65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가들은 1950년 북한 정권이 수립되면서 자진 월북했거나 6.25 전쟁이후 납북되었던 인사들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확립되어가는 주체 사상 때문에 이들이 50~60년대에 그렸던 그림들은 대부분 북한의 공개석상에서 사라져갔다. 1970년대 이후 북한 미술은 순수미술은 사라지고 주체사상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건설에 복무하는 작품 제작이나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방향을 틀어 작위적인 작품만이 생산되었다. 더구나 이전의 그림들은 부르주아 계급이 기호품이나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 배격 받아 사장될 위기에 처했거나 상당한 작품들이 폐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1993년부터 지금까지 북한돕기 사업을 펴온 남북나눔운동이 북한과 교류하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한 미술품이 5백여점이다. 이중 엄선된 것이 이번에 전시되었다.
 
홍정길 목사는 “개인적으로 미술에 관심이 있어 북한과 교류하면서 북한 미술품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의 상황을 인식한 가운데 보존 차원에서 모으기 시작한 것이 5백여점이나 되었다. 이중에 가치가 있는 것은 3백여점이 된다”며 “작품 중에는 한국미술은 물론 세계 미술에 중요한 함창연(1933~2000)선생 같은 분의 작품이 있고 또 분단으로 인해 사라진 한국미술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이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 눈에 띄는 작품은 함창연 화가이다. 함창연 화가는 195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6년 동안 유학하였으며 피카소와 함께 유학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대전인 비엔나, 모스크바, 라이프치히를 필두로 전 유럽 화단의 큰 상을 입상한 쾌거를 이루었다. 함 작가의 이런 입상은 지금도 북한에서 노장의 작가들 사이에는 회자될 만큼 자랑스러운 일로 기억되고 있다.

러시아 미술 백과사전의 한국 란에 한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세 명의 화가로 겸재(謙齋), 단원 김홍도와 함창연이 소개될 만큼 세계미술사에도 인정받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판화작품이 특별전 형식으로 동시에 소개된다.

홍 목사는 “함 화백은 생전에 화집 한 권 가져보려는 소원을 갖고 있었다”면서 “우리(밀알) 미술관이 화집을 제작한 뒤에 그 분이 2000년에 작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북에 갔을 때 그의 가족에게 화집을 전해주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조선화가 정종여(1914~1984)의 경우 이산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작품 ‘참새’가 연작으로 전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이산에 대한 애뜻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정 작가의 작품 진위를 알아보기 위해 남한에 남아 있는 그의 딸 정혜옥 교수(총신대 미대 교수)에게 ‘참새’를 보여주었다. 그림을 펼치자 정교수는 ‘아버지다’라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정 교수 눈에 들어온 그림은 철조망을 두고 한 쪽에는 한 마리 애절한 몸짓으로 철조망 건너편에 있는 다섯 마리 참새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당시 그의 그림을 첫 대면했던 정혜옥 교수는 “첫눈에 아버지의 그림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참새 다섯은 남한에 남아 있는 어머니와 저희 네 남매였거든요. 아버지는 남한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옆에서 그림을 보고 있다가 ‘할아버지네’라고 외떨어진 참새를 가리키더군요.”

정 교수의 말처럼 정종여의 ‘참새’ 두 작품 모두 남한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산의 아픔의 현장을 보여준다.

유럽 유학 화가 제1호인 배운성(1900~1978)의 경우 ‘다듬이질’ ‘제기차기’ 등의 판화작품이 선보인다. 조선화 ‘노인 습작’이 출품된 리팔찬(1919~1962)은 이당 김은호의 문하에서 그림을 배웠으며, 역시 조선화 ‘참새’를 그린 김기만(1929~)은 운보 김기창의 동생으로 2000년 가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서울에 온 바 있다.

이밖에 유화가 최연해(1919~1967), 오택경(1913~1978) 등의 작품도 일반에 처음 공개되며 청전 이상범의 맏아들 리건영(1922~)이 1950년대 후반에 그린 조선화 ‘경축’도 만날 수 있다.

한편 남북나눔운동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북한에 500억 원 이상의 물품을 지원했다. 약 450만 개의 라면, 강원도 평창의 농부들이 지은 감자 1천700여 톤, 어린이들을 위한 우유와 이유식, 아이들의 생필품이 현물로 지원되었다.
 

 인터뷰

“북한돕기가 통일 앞당깁니다”

 홍정길 목사/ 남북나눔운동 회장

“남북나눔운동 10년은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함께 했던 많은 분들이 민간단체나 정부 기관에서 통일 문제의 기초를 다지는 최전선의 중요한 사역을 하게 되었고 또 한국교회가 북한 돕기에 표나지 않으면서도 믿음으로 나서서 통일의 초석을 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정길 목사는 남북나눔운동의 10년 동안의 결실은 한국교회가 통일을 앞당기고 또 보다 효과적이고 안목 있는 통일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홍 목사는 통일운동이 침체되어 논의가 없던 때에 교회가 주도해왔고 또 북한의 외적인 변화 가운데서 통일에 대한 계속된 연구를 통해 남북나눔운동이 많은 통일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말했다.

“남북나눔운동 초기에는 북한과 연결된 중국의 한 지역에서 3년 동안 북한으로 들어가는 북한주민에게 쌀을 지고갈 수 있는 만큼 가지고 가게 했습니다. 3년이 지난 후(96년) 남북한 적십자가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민간단체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했습니다. 그동안 500억원 정도의 물품을 지원했습니다.”

홍 목사는 북한에 생필품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에 모아지는 대로 각종 물품을 보냈다고 한다. 작년의 경우 112억원의 물품이 지원되었고 올해도 15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고 한다.

그는 북한에 왕래하면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이 북한의 어린아이들의 심각한 영양실조라고 했다.
 
“태아의 경우 24개월 내에 사람의 기관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그 때 영양이 골고루 전달되지 않으면 영양결핍으로 인해 발육부진은 물론 뇌에 영향을 주어 지진아는 물론 정신지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민족적으로도 큰 문제입니다.”

홍 목사가 지적하는 어린이 영양문제는 이미 알려진 사안이다. 하지만 홍 목사는 북한의 어린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민족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북한의 청소년들은 물론 어른들조차 발육부진으로 남중학생 정도의 키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나눔운동은 단순히 물품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위한 연구 활동은 물론 다니엘기도운동을 통해 기독교적인 통일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와 기독교 기업들이 믿고 계속적인 지원을 해주어 정말 감사합니다.”
 
홍 목사는 지금의 북한돕기는 통일을 앞당기는 실제적인 지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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