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박인재 취재부장】 ‘목사와 장로의 정년을 73세까지 연장하는 것을 허락하되 개교회와 노회의 상황과 형편에 따라 지교회와 노회에 일임하여 시행한다’는 안건이 치열한 찬반토론 끝에 부결됐다.

예장합동교단(총회장 김종혁 목사)은 2024년 9월 26일 총회 4일차 오전회무에서 정치부가 보고한 ‘73세 정년연장안’을 부결시켰다.

해당 안건에 대해 보고하는 정치부 서기 김재철 목사 (사진출처 : 기독신문 CTV 캡처)

정치부 서기 김재철 목사가 ‘73세 정년연장안’에 대한 보고를 한 뒤 허락해 주기를 총회장에게 요청했고, 김종혁 총회장은 곧바로 찬반을 묻고 “(정치부안이) 통과됐다”며 의사봉을 두들겼다.

하지만 총대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회의를 계속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총대들이 반대를 외치고 단상 앞으로 나와 항의를 했다.

김종혁 총회장의 정년연장 결의선언에 대해 항의하는 총대들이 강단 앞에 모여있다. (사진출처 : 기독신문 CTV 캡처)

김 총회장은 “알겠습니다. 숨을 고르고 다시 하겠습니다”라며 찬송을 부른 후 “정년 관련 (논의를) 다시 하겠다”라며 총대들에게 재론에 대한 동의를 요청해 총대들의 허락을 받았다.

김종혁 총회장의 정년연장 결의선언에 대해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사진출처 : 기독신문 CTV 캡처)

이후 총대들의 치열한 찬반토론이 찬성 측과 반대 측을 번갈아가며 진행됐다.

먼저 정년연장안을 찬성하는 측은 교단이 처한 여러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정년연장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경성노회 이승준 목사는 “한 나라의 제도가 옆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며 중국고전 삼국지의 에피소드 한 대목을 소개한 후 “현재 백석 교단은 정년을 75세로 연장했고, 경우에 따라 80세까지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렇게 백석 측이 정년을 연장하자 우리 교단(예장합동교단) 내 1천 개 교회가 백석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합동교단이 정년연장이 안되면 교단 내 교회 숫자가 1위에서 2위로 가게 되는 위기가 발생한다”며 통계적 위기론을 제시했다.

목포서노회 이형만 목사는 “정년문제는 성경, 교리문제가 아니라서 변경이 가능하고, 때에 따라서는 보완도 필요하다”며 “개척교회, 농어촌교회 상황을 생각해 주셔야 한다”며 농어촌 교회의 어려운 현실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법은 그대로 두고 앞으로 1년간 시행세칙으로 보완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평양노회 박상걸 목사는 “정년문제에 대해 목사. 장로직분에 국한해 이야기 하는데 이렇게 되면 서리집사, 안수집사, 권사 등 교회 전체 직분에 대한 정년연장이 이루어져야 맞다”며 “그렇게 해야 교회의 직제에 안정성이 유지되기에 노회의 수의를 거쳐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반대 측은 이 정년연장안을 시행했을 경우에 발생할 혼란에 대해 지적했다.

함평노회 정 남 목사는 “(정년연장안에 대해)개교회나 노회에 일임해서 시행하라고 말하면 각 개교회와 노회는 싸움판이 된다. 특히 노회에 일임해서 시행하라 하면 난리가 나기에 그렇게되면 결국 총회에 올라가게 된다”며 “헌법개정이나 그에 준하는 개정안을 총회에서 결정해 주셔야 한다”고 요청했다.

서울동노회 이석관 장로는 “교회의 성도들과 노회가 목사와 장로의 정년이 연장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걱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고 짚으면서 “교회가 역동적으로 가려면 교회 리더십이 젊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제도적으로는)정년을 연장하려고 하면 그건 모순이다”고 꼬집었다.

또 회의 진행상의 미숙함을 이유로 반대를 한 이도 있었다.

산서노회 조영기 목사는 “총회 결의 시에는 절차를 지켜야 한다”며, “이미 의장(총회장)이 고퇴(의사봉)를 두들긴 이후에는 (같은 안건에 대해) 재론하려면 24시간 지나서 해야 한다”면서 해당 규정을 지켜야 할 것을 강조했다.

찬반투표 마무리 후 법적 문제에 대해 정리하는 발언도 있었다.

예장합동 교단에서 법률통으로 알려진 강중노회 소재열 목사는 “이 법(정년 연장안)은 교회의 대표자 지위와 재산에 대한 문제”라며 “이 법을 현장에서 결의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데, 문제는 총회결의와 헌법이 충돌하면 헌법이 우선이 되기에, 이대로 결정되면 우리 교단은 분쟁의 화약고가 된다”고 지적했다.

모든 발언을 들은 이후 김종혁 총회장은 “찬반여부를 모바일 전자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모바일 전자투표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상 시청과 운영업체 대표의 설명이 있었다.

그러나 총대들이 “어렵다”고 말해 결국 거수로 투표를 진행했고, 대다수의 총대들이 반대의견에 손을 들어 정년 연장안은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