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로잔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정홍열 목사 / 아신대학교 총장

오는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대한민국 송도에서 제4차 로잔대회가 열립니다. 1974년 제1차 로잔대회로부터 1989년 마닐라에서 열렸던 제2차 로잔대회 그리고 2010년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던 제3차 로잔대회에 이어 로잔운동이 시작된 지 50년이 되는 해인 2024년 대한민국에서 제4차 로잔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1910년 에딘버러에서 열렸던 최초의 세계전도대회 이후 기독교 세계 내 한편에서는 제1차와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서구의 교회들이, 세계평화라는 주제를 교회의 사명으로 깨닫고 세계교회협의회(WCC)로 출범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도와 선교를 교회의 사명으로 받아들이는 복음주의자들에 의해 1974년 로잔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WCC는 교회들의 연합체로서의 세계교회연합의 특징을 이루는 반면, 로잔운동은 전도와 선교에 헌신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으로 전체를 구성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WCC는 세계평화와 정의 자유 등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적 이슈들을 선교의 영역으로 포함시키며 넓은 의미의 선교를 지향한다고 보는 반면에, 로잔운동은 전통적인 교회의 사명인 전도와 선교에 더 집중하면서,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두 운동에서 차이점을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로잔운동의 출범에 대해서는 이미 그보다 앞서 1966년 베를린에서 열렸던 세계전도대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0여 개국에서 2,000여 명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당시 분단의 상징이었던 독일 베를린에서 모여 “인류의 구원자 예수!”라는 주제로 세계복음화의 의지를 불태웠고, 그 운동의 연속적 작업의 일환으로 1974년 로잔대회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두 대회 모두 빌리 그래험 목사와 존 스토트 목사의 주도와 세계 복음주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세계 복음화의 열정을 고취하고자 하는 전도대회로 발족되었던 것입니다.
 

로잔대회 영향을 받고 아시아의 교회 지도자들을 아시아에서 키우자는 목적으로 설립된 아신대학교 전경(사진=아신대 홈페이지)

제가 섬기고 있는 아신대학교(구 아시아연합신학대학교)도 로잔운동의 출범의 역사와 공유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1966년에 베를린 대회에 참여했던 한경직 목사님과 사무엘 마펫 선교사 등 한국교회의 대표자들이, 베를린 대회에서의 세계복음화의 뜻을 이어받아 1968년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태평양 전도대회를 개최했고, 이 대회에서 아시아의 교회 지도자들을 아시아에서 키우자는 목적 하에 그 교육기관으로 1974년 대한민국 서울에 아신대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로잔운동과 아신대학교는 세계복음주의 운동의 귀한 열매로 탄생했다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74년 이후 아신대학교는 아시아와 세계복음화를 위해서 다음 세대 외국인 지도자들을 한국에 초청해서 교육한 다음에, 다시 본국으로 파송하는 교육을 통한 선교의 사역을 성실하게 감당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60여 개국에서 670여 명의 외국인 졸업생들을 배출하여, 이들이 아시아와 세계 곳곳에서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인 학생 졸업생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세계 도처에서 땅끝까지 이르러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로잔대회의 정신은 로잔대회의 표어에 잘 드러납니다.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 로잔운동은 한마디로 전도와 선교를 진작시키자는 운동입니다. 세계선교를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전도의 영역을 확대시켜서, 모든 인류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소식을 전해서 그들로 하여금 예수 믿고 구원받게 하자는 운동입니다. 세계교회협의회의 운동이 세계가 당면한 이슈들에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성격이 강하다면, 로잔운동은 다른 어떤 주제들보다도 전도와 선교에 집중하려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태복음 28장 19-20절에서 주신 선교 대위임명령을 따르는 것이고, 사도행전 1장 8절의 땅끝까지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리라는 지상최대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28장 19-20절은 복음전도의 대상을 “모든 민족”으로 말하고, 사도행전 1장 8절은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복음을 전달받을 대상은 온 세상입니다. 그리고 마태복음 28장 20절은 우리가 전할 복음의 내용을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즉 온전한 복음을 말하지 축소된 복음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명령은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모든 교회에 주어진 명령입니다. 복음을 전달받을 대상이 온 세상이라고 해서 보편주의나 혼합주의로 의심해서는 안됩니다. 복음을 들을 대상은 사도 바울의 말처럼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남자나 여자나 구분과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귀 있는 자들이라면 다 들어야 하는, 죄인이라면 더더욱 들어야만 하는, 생명을 살리는 말씀이 복음입니다.

예수께서 오히려 병든 자에게 의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에 비추어서, 우리가 죄인으로 여기는 자들에게 더 우선적으로 복음이 전달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경건하다고 생각하고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복음이 전달되고, 더럽게 여겨지는 사람을 금긋고 배격하는 것은 선교의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죄는 미워하더라도 죄인은 사랑해야 한다는 정신이 선교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로잔운동의 정신은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는 선교운동입니다.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는 로잔운동이야말로 현실적으로 가장 건강한 복음주의적 선교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로잔운동이 그런 정신을 지향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가 아닌 다음에야 비록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이라 해도, 이상과 현실 그리고 정신과 실천이 일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마치 설교자가 설교한 그대로 스스로 실천하지 못하며 사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 점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비판과 견제 그러나 애정 어린 격려와 응원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4차 로잔대회는 한국교회의 경사요 한국교회가 받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 모든 성도들의 마음을 모아 이 마지막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땅끝까지 이르러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더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사도 바울이 빌립보서 1장 18절에서 “그러면 무엇이냐 겉치레로 하나 참으로 하나 무슨 방도로 하든지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이로써 나는 기뻐하고 또한 기뻐하리라”라고 말씀하신 것 같이, 혹 각자의 눈에 부족하게 보일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 교회가 온 세상에 전하자는 로잔운동을 바라보며, 사도 바울의 마음으로 함께 축복하고 기도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