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회 예장통합 목사 부총회장 후보들. 기호순으로 왼쪽부터 황세형 목사(전북노회, 전주시온성교회)·양원용 목사(전남노회, 광주남문교회)·정훈 목사(여수노회, 여천교회) (출처=한국기독공보 캡처)

【<교회와신앙> 박무종】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요즘 말하는 ‘상남자’였습니다. 더하여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얼마나 됐다고 저렇게 설교를 잘할 수 있지? 졸업할 때쯤이면 나도 저런 선배가 될 수 있을까?’ 한두 해 선배일 텐데 한마디로 부럽고 닮고 싶을 따름이었습니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그날 예배에 참석한 모두 은혜받았을 것입니다. 신학도가 된 지 2년째인 저에겐 교사헌신예배 강사로 강단에 선 그분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첫 인상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교육전도사 3년을 포함한 부교역자로 16년 7개월, 담임목사로 22년 5개월, 합하여 39년간의 일반교회 목회자 생활을 마치고 올해 초부터 교계 인터넷 신문사에서 전도목사로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실은 기자가 아니라 기자 ‘흉내’입니다. 처음엔 웹 사이트에 올라간 베테랑급 기자들의 기사나 외부인이 기고한 연재 기사를 올리고 살피면서, 오자나 탈자를 교정하고 적합한 단어로 바로잡으며 가끔은 문장도 살짝 다듬었습니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평소 조금은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관심이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일반 목회자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 감히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나름 갖다 붙였습니다. 보람을 느꼈습니다.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몇 달이나 지났을까요? 매일 읽고 교정하고 다듬는 일이 더는 보람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같은 일을 하는데 시작한 지 얼마 되었다고 더 이상 자부심도 아니고 감사도 아니었습니다.
 

‘왜 매일 이런 글을 읽어야지? 경찰도 아니고 검사는 더더욱 아닌 부름받은 목사인데... 왜 매일 이런 기사나 읽고 수정하고 다듬어야지?’ 신문의 속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긴 교계 신문사인데 도대체 감사와 기쁨과 은혜는 어디 있는 거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날아드는 제보 속에서 거의 매일 반복되는 ‘불륜 의혹’이란 4글자의 힘은 컸습니다. 기자 흉내 내기에도 버거운 탓인지 답답하고 속상했습니다. ‘이럴려고 기자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사역을 수년 수십 년 하는 분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어떻게 버틸 수 있지? 목사의 불륜 의혹은 소문이나 언론으로 아주 가끔 접하기도 했지만, 총회장 그것도 현직 총회장의 불륜 의혹, 더욱이 내가 속한 교단의 현직 총회장의 불륜 의혹이라니!
 

신학도 시절 ‘어찌 저렇게 설교를 잘할 수 있지? 졸업할 때쯤이면 나도 저런 선배가 될 수 있을까?’ 부럽게 생각했던 바로 ‘그분의’ 불륜 의혹이었습니다. 젊은 날 안겨주었던 부러움을 강탈당한 듯, 그때의 부러움은 빼앗고 그 자리에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실망감을 속상함으로 바꾸더니, 이제는 속상함을 분노로 갈아치우려는 듯합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베테랑 기자가 며칠 간격을 두고 두세 번 물었습니다. 매번 동일한 문장으로. “통합은 왜 그래요? 우리 교단 같았으면 그냥 안 둡니다. 당장 쫓아냅니다.” 그때마다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예장통합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통합 교단의 목사라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교회 세습'과 ‘4글자’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아시다시피 리더십은 한 집단, 그 공동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동일한 집단, 같은 공동체라도 누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국가의 최고 리더십이라면 총회장은 교단의 최고 리더십입니다. 그만큼 국가에는 대통령이 중요하고 교단에는 총회장이 중요합니다.
 

최근 우리 교단은 총회장의 윤리 도덕적 문제로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 안팎까지 시끄럽습니다. 리더십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느낍니다. 교단 109회 총회가 코앞입니다. 해마다 그런 것처럼 총회를 앞두고 올해도 목사 부총회장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큽니다. 110회기 총회를 이끌고 섬길 최고 리더십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목사 부총회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후보자의 윤리 도덕적 문제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목사 부총회장 후보에 3분이 나섰습니다. 그동안 정견도 발표하고 저마다의 포부를 밝히며 후보자 자신만의 열정과 의지를 보여 주려 힘썼습니다.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도 힘들겠다 싶은데 선거 운동하느라 동분서주한 후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합니다. 정말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신대원 입학을 준비하고 있을 때 먼저 신대원생이 된 대학 선배가 어느 신학교의 교훈이라면서 들려준 말이 생각납니다. “사람이 되시오. 신자가 되시오. 목사가 되시오.” 먼저 사람이 되고 그다음 신자가 되고, 그래서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라는 겁니다. 외우려 한 적도 없는데 아직도 잊지 않은 것을 보면 그만큼 목사 이전에 신자가 되어야 하고, 신자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자명한 사실 때문일 겁니다.
 

신문사에 있기 때문일까요? 믿기지 않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커피값을 지불한 적이 있다더라’, ‘술 문제가 있다더라’, 심지어 ‘여자 문제 의혹이 있다더라.’는 제보도 있습니다. 후보 3분에게 각각 하나씩은 드러난 대표적 흠결이라는 겁니다. 치열한 선거를 예상한 각 후보 측의 음해성 발언이라면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한두 사람도 아닙니다. 복수의 제보라면 뭔가가 있는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따라옵니다. 특히 이른바 ‘주초’ 문제와 ‘여자’ 문제, 이 둘은 목사 이전에 신자라도 문제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총회장은 이른바 ‘목사 중의 목사’라고들 하니까요.
 

109회 총회 총대님들!

누구를 뽑으시렵니까? 3분 중에 어떤 후보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3분 모두 우리 주님이 아니니 완전무결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분들임은 믿고 인정합니다. 그러니 출마하셨고 그러니 소속 노회에서도 추천하고 지지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분들이 목회하는 교회 규모만 보더라도 보통이 아닙니다. 분명 '능력과 실력'이 있는 검증된 분들입니다. 백번 양보하여 혹 총회장의 능력과 실력이 좀 부족하다면 임원들이 함께 하면 넉넉히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주초’와 ‘여자’는 그 누구도 대신 채워줄 수 없는 본인만이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닙니까?
 

모 후보는 초청받은 교회의 헌신예배 설교자로 가서 대표기도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던지, 설교를 시작하면서 “우리 교회는 장로들이 대표기도 2분 넘으면 나한테 혼나요!.. 죽어!”라고 했답니다. 이른바 목회에 성공하고 당회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래도 통합측 목사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운 발언 같습니다. 처음 간 교회이니 어색한 분위기를 녹이려는 ‘아이스 브레이킹’이라고 하기에도 선을 넘은 표현 같습니다. 우리 장로님들이 들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하지만 그 뒤에 이런 말을 했답니다. “그런데 이 교회는 (길게 기도하는데도) 괜찮아. 이 동네(교회)는 다 이뻐!” 했답니다. 정말 그랬을까 싶어 인터넷 유튜브 동영상을 열었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이 교회’가 어떤 교회였나? 인천의 백○교회였습니다. 소위 귀신 쫓는다는 ‘배 안수, 눈 안수’로 널리 알려진 이○희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교회였습니다. 이단 의혹 논란이 있었던 목사 교회의 초청을 받고 헌신예배 설교하러 간 자리였습니다. 양보하여 그런 교회라도 가서 바른 메시지 선포하는 것도 필요하다면 필요합니다. 평소에 엇나간 소리만 듣던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면 다행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목사를 초청하여 내가 목회하는 교회 강단에 세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했다는 제보였습니다. 에이 설마! 확인해야 했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사실이었습니다. 교회설립 70주년기념 부흥회 주강사로 초청했습니다. 후보도 이런 일들이 총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예견했는지, 현재는 양쪽 교회의 2개 동영상 모두 유튜브에서는 구독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는 내내 느끼셨겠지만 이 글은 신문 기사로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많습니다. 알면서도 침묵만 하자니 ‘직무 유기’란 4글자가 몇 개월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불륜 의혹’이란 4글자와 함께 양쪽 어깨를 누르고 있습니다.
 

예언자들을 생각해 봅니다. 정의를 외쳤던 아모스와 미가, 특히 성전의 거룩마저 사라진 시대에 거룩을 부르짖어야 했던 이사야와 에스겔! 하나님의 선택을 받고 사랑 받아온 백성들이 하나님을 떠나 바알을 따르고 온갖 죄악을 저지르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협박과 보복을 무릅쓰고 회개를 외칠 때,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며 적반하장으로 대들던 백성들을 대해야 했던 그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분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아팠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지금껏 총회 총대로 두 번 참석했습니다. 그저 총회 분위기만 ‘직관’했다고나 할까요? 수많은 안건을 처리하느라 안건 하나하나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음을 압니다. 그러나 그 어떤 사안보다 목사 부총회장 선거, 특히 이번 선거는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존경하는 제109회 총회 총대님들,

누구를 뽑으시렵니까? 3분 중에 어떤 후보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다시 우리 모두 예장통합을 자랑할 수 있도록, 통합 교단 목사들의 자부심을 회복하도록 힘써 주십시오. 다시 보람과 감사와 기쁨을 되찾도록 도와 주십시오. 그러기 위해 추(醜) 총회가 아닌 결(潔) 총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성(性) 총회가 아닌 성(聖) 총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