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원 목사 / 태봉교회

제109회 총회의 주제가 '성령의 능력으로 부흥하는 교회'로 결정되었다. 우리 교단 일원 중 부흥을 꿈꾸지 않는 이가 어디 있으랴. 나 또한 누구보다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의 진정한 부흥을 갈망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의아함이 든다. 왜 하필 이 시점에 부흥을 주제로 내세우게 되었을까?
 

총회주제연구위원회(위원장: 정해우 목사)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최근 탈기독교 사회와 세속적 가치관, 물질주의의 팽배, 기독교의 신뢰도 및 이미지 추락,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더불어 30~40대 세대의 이탈, 교회학교 부서의 축소,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예배 현장의 더딘 회복 등으로 인해 교회는 심각한 침체 및 쇠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성령의 능력으로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려는 의지를 담아 제109회기 총회 주제를 확정하게 되었다."
 

총회주제연구위원회의 진단대로라면 한국교회는 현재 중병을 앓고 있다. 한국교회를 들먹일 것도 없이 지금 우리 교단의 형편이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성령의 역사와 교회의 부흥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총회 주제 관련 성경(에스겔 37:14, 사도행전 9:31)을 보면 성령의 생명 역사로 교회가 평안해지고 그 수가 점점 많아지기를 바라는 부흥이다. 아마도 108회 총회 주제가 '주여, 치유하게 하소서'였으니, 이어서 '부흥'을 주제로 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회기 우리 교단은 총회장 사태로 인해 '치유'는커녕 '치료'가 시급한 상황에 이르렀다. 총회장이 치유를 주도하며 교회를 돌봐야 했으나, 오히려 당사자가 치유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령의 역사와 수적 부흥을 말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 참으로 죄송스럽고, 뭔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이 어색하다.
 

새로운 한 회기 주제를 보노라면 총회가 현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교회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총회의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 많다는 사실을 총회는 인지하고 있을까? 진정한 부흥을 꿈꾸며 성령의 역사를 기대한다면, 우리는 먼저 내부의 문제를 정직하게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와 필요성을 외면하고 덮은 채로 부흥을 말하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부흥을 꿈꾸기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회복이다. 하박국 선지자가 꿈꾸던 부흥(하박국 3:2)은 수적 부흥이 아닌, 회복(חַיֵּהוּ, 하예후)을 말한다. 단어적 의미는 '소생하다, 되살리다, 회복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살펴보면, 하박국 선지자가 소생하거나 다시 회복되기를 바랐던 것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다. 선지자의 기도는 "주께서 조상들에게 행하셨던 크고 놀라운 일을 오늘 우리 가운데서 다시 보게 하소서"라는 간구였다. 하나님의 일을 다시 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부흥이요 회복의 요건이다.
 

하나님이 한국교회, 아니 우리 교단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기를 원하실까? 하나님이 우리 교단의 총회장이시라면 어떤 일부터 행하실까? 수적 부흥의 역사일까? 복음이 회복되고, 법치가 회복되고, 양심이 회복되고, 정의와 공의가 회복되고 상식이 회복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근본적인 회복이 이루어진다면, 부흥은 그 결과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이 될 것이다.
 

성령의 역사와 부흥은 구호나 우격다짐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성령의 역사는 감동의 역사다. 한국교회와 우리 교단에 가장 시급한 것은 감동이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며, 그 속에서 하나님이 행하시는 일을 다시 보게 하는 일이다. 우리의 삶과 신앙이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하나님께 감동을 드릴 때, 그렇게 되므로 사람들이 우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교회와 총회가 될 때, 진정한 부흥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총회가 품어야 할 새로운 비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박국 3:2]

* 개역개정

여호와여 내가 주께 대한 소문을 듣고 놀랐나이다. 여호와여 주는 주의 일을 이 수년 내에 부흥하게 하옵소서. 이 수년 내에 나타내시옵소서...

* 새번역

주님, 내가 주님의 명성에 대하여 들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하신 일들을 보고 두렵습니다. 우리 시대에 다시 그 일을 행하여 주십시오. 우리 시대에 다시 그 일을 알려 주십시오.

* 공동번역

야훼여, 당신께서 하신 일 말씀을 들었나이다. 야훼여, 당신께서 하실 일에 겁이 나나이다. 이 오늘에 그 일을 되살려 주소서. 이 오늘에 그 일을 보여 주소서.

* 총회 주제는 연초(3월 28일) 총회 임원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이 주제를 계속 끌고 가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