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근 목사 / 비버튼 한인장로교회 정년은퇴 

32년 조선 사역을 마치다
 

1924년 안식년을 마치고 군산 지부에 복귀한 하위렴은 그 전보다 더 열심히 동부 시찰의 지역교회들을 순회했다. 군산에 돌아와 2~3년 그는 당회장이 공석인 교회들을 맡아 이끌며 순회 사역에 매진했으나 1926년부터는 더 이상 사역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몸이 쇠약해져 갔다.
 

그해 열렸던 선교부 연례회의에서는 하위렴의 건강을 고려해 순회지역을 조정하고 부여군 등의 5개 교회를 하위렴의 동부 시찰에서 매요한 선교사가 담당하는 북부 시찰로 옮겼으며 그동안 하위렴이 당회장을 맡았던 교회들도 매요한 선교사가 대신하게 했다. 1927년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는 거동조차 불편해지고 있었다.
 

그해 3월 광주에서 열린 내한 선교부 임시회의에 참석한 그는 자신과 에드먼즈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요청했다. 선교부에서는 하위렴의 순회 사역을 쉬게 하고, 스테이션 구내에서만 머물며 학교와 병원 관리만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해 가고 있었다. 하위렴은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예견하고 조선에서의 사역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은퇴를 노회에 통보했다.
 

1928년 1월 2일 제21회 임시노회가 구암교회에서 열렸을 때 노회장은 하위렴 선교사 내외의 한국선교에 대한 약력을 보고하고, 그의 사역에 함께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의 은퇴를 공표하자, 참석했던 노회 회원 일동이 기립박수로 그의 노고를 기렸다. 노회에서는 그의 조선 선교사역에 깊은 감사를 표했으며, 그의 귀국을 환송하기 위해 대표단을 꾸려 부산까지 동행하기로 하고 그와의 작별을 아쉬워했다.
 

하위렴은 1896년 30세의 나이로 내한해 32년간의 조선 사역을 마감하고, 그의 나이 62세가 되던 해인 1928년 미국으로 영구 귀국했다.
 

세계주일학교 연맹참가에 김중수를 추천하다
 

주일학교 사역은 내한 선교사들이 1905년 선교사공의회를 조직할 때부터 주일학교위원회를 설치할 정도로 선교 초창기부터 관심을 기울였던 사역이었다. 1911년 4월 세계주일학교연합회에서 파송한 브라운F. H. Brown목사의 자문을 얻어 세계기구와 연결을 맺고, 조선주일학교연합회를 발족했다. 1922년부터는 선교사공의회 산하에서 벗어나 조선인이 포함되는 연합체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선교사공의회에서는 주일학교연합회에 조선인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실무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도자 양성에 힘을 기울이던 시기였다.
 

하위렴은 은퇴 귀국하면서도 자신이 키우고 눈여겨 보아왔던 김중수 목사를, LA에서 개최되는 세계주일학교연맹 대회에 참가시키기 위해 노회에 추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쇠약한 몸이었으나 김중수 목사의 출국을 주선하고, 자신은 1928년 7월 4일 안식년을 맞은 인돈의 가족과 함께 고베에서 코리아 마루(Korea Maru)호에 동승해 7월 20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별세(1928.9.22.)
 

그리고 귀국 후 두 달 뒤인 9월 22일, 하위렴은 62세를 일기로 루이빌에 소재한 침례교병원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의 얼굴은 영광으로 변모한 스데반의 얼굴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때 가족들과 함께 그의 임종을 지켜보았던 인돈은 하위렴의 복된 죽음을 이렇게 묘사했다.
 

"He heard his beloved Master's call to Come up higher".

"그는 사랑하는 주님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고 하는 부름을 들었습니다."
 

하위렴이 눈을 감으며 부름에 임하는 순간, 에드먼즈가 머리맡에서 그의 손을 잡고 평소에 그가 즐겨 부르던 찬송 '후일에 생명 그칠 때'(Some Day the Silver Cord Will Break)를 조용히 불렀다.
 

후일에 생명 그칠 때 여전히 찬송 못하나

성부의 집에 깰 때에 내 기쁨 한량없겠네

내 주 예수 뵈올 때에 그 은혜 찬송하겠네

내 주 예수 뵈올 때에 그 은혜 찬송하겠네
 

그녀가 찬송을 다 불렀을 때 그녀의 손을 잡으며 하위렴이 남긴 마지막 말은 '승리'(Victory), 그리고 '주께 감사'(Thank to the Lord) 두 마디였다. 평생을 달려 온 조선 선교의 긴 여정을 끝내는 순간에도 그는 조선을 생각하고 교회를 생각했다.
 

그의 유해는 고향 켄터키 레바논(Levanon, KY)에 있는 라이더 공동묘지(Ryder Cemetry)에 안장되었다.

하위렴(William B. Harrison)과 에드먼즈(Margaret J. Edmunds)의 묘지

하위렴이 별세한 그 이듬해인 1929년 5월 30일 전북노회에서는 하위렴 선교사 선교 생애를 추모하고, 그의 34년 조선 선교를 기념했으며, 그해 7월 인돈 선교사 부부 역시 <Korea Mission Field>에 하위렴의 약력과 추모사를 써서 그의 선교행적을 기렸다.
 

"Servant of God, well done!

Rest from thy loved employ;

The battle fought, the victory won,

Enter thy Master's joy."
 

"충성된 하나님의 종이시여, 당신은 맡은 바 소임을 온전히 끝내셨습니다.

이제는 모든 수고와 짐을 내려놓고 쉬시기 바랍니다;

선한 싸움을 싸우고 승리를 쟁취하셨으니

이제는 주님이 주시는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한편 1904년부터 25년 동안 내한 선교사로 활약하며 남편 하위렴과 20년을 함께 동역했고, 조선에서의 사역을 평생의 긍지로 여기던 에드먼즈는 남편이 사망한 후에도 고향인 캐나다로 돌아가지 않고, 아들이 다니는 대학 근처로 이사해 노스캐롤라이나 무어스빌(Mooresville, NC)에서 생애를 보냈다.
 

1945년 일본의 패망과 함께 조선의 해방 소식을 들은 그녀는 조선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그해 10월 12일 74세의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녀의 유해 역시 남편의 고향(Levanon, KY)으로 돌아와 하위렴 곁에 안장되어 있다.
 

백종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