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영상 갈무리

박경민 / 신천지 탈퇴자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교회에 출석하였고 대학 땐 C.C.C.(대학생선교회)에서 교육받고 열심히 전도활동도 하였으며 믿는 남편과 결혼하여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해왔습니다. 
 

2001년 8월 어느 날, 고향이 같은 강원도라는 이유로 알게 된 아파트 위층에 사는 한 집사님으로부터 성경공부를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처음에 조금 망설이다가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집에서 몇 차례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3년이 넘는 긴 세월 지옥과도 같은 고통의 서곡이 될 줄은 당시로서는 꿈에도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 저는 이단에 대해 잘 몰랐고, 이단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보지 못한 터라 성경공부를 하면서 제가 성경을 너무 모르고 있으며, 성경을 알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껴 자연스럽게 신학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비유를 풀어주는데 그 말씀이 너무나 달콤하고 재미있어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경공부에 참여했습니다. 성경공부를 시작한 지 약 두 달 후에 남편에게도 같이 성경공부를 하자고 설득하여, 결국 남편은 없는 시간 쪼개서 주말에 따로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다른 두 가정의 집사님 부부와 같이 성경공부를 시작한 지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은 성경공부를 가르치는 곳이 이단이니 당신도 공부를 중단하라고 말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신학원 본부가 어딘지 궁금해하던 남편이, 어느 날 성경공부 도중 신학원 강사가 ‘보혜사’를 풀어주는데, ‘어떤 특정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아 이상하게 생각되어 밤새도록 인터넷을 검색했던 겁니다. 남편은 책 한 권도 넘는 자료를 출력해서 곧장 신학원 강사에게 찾아가 대판 싸우고 나서 공부를 중단해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남편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신천지에선 보혜사를 한자로 풀어 ‘은혜로 보호하는 스승’으로 가르쳤는데, 이미 미혹된 저는 그것을 철썩 같이 믿었고 남편이 이단이라고 주장하는 인터넷 자료는 ‘보암직하고 먹음직한 사단’으로 여겼기에 남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이미 비유풀이 말씀에서 미혹된 저는 신학원에서 나오는 말들을 믿고 실행하게 되어 남편의 극심한 반대도 뿌리치고 신천지 교회로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남편과의 싸움보다는 눈물, 고통, 사망이 없는 천국이 더 우선이었고 나 하나 희생하여 나의 가족, 조상들 모두가 천국만 갈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신천지에선 이만희 씨를 그곳 해석에 따라 ‘보혜사’라고 하였고 계시록이 이미 다 이루어졌으며, 단지 남은 건 14만 4천명 채우는 것만 남았다고 가르쳐 전도에 모든 것을 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4만 4천 명만 다 채우면 이 땅에 천국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천지에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시간을 투자할 것을 요구하며 전도에 힘쓰길 바랍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의 핍박 때문에 남편 눈 속이고 아이들 유치원 간 시간을 내서 낮에만 잠깐씩 함께 전도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바쳐 전도활동에 참여하지 못했기에, 저는 신천지에서도 믿음이 없는 자로 여김 받았고 남편에게서도 소외되어 너무 외로웠습니다.
 

3년이 넘는 전쟁과 방황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기억하기조차 두렵습니다. 가정적이던 남편은 차츰 폭군으로 변해갔고, 심지어 어느 차가운 겨울날 가출까지 한 후 나흘 만에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10층에서 같이 뛰어내리자고 협박하는가 하면 밤새도록 싸우고 출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 앞에서 부모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적도 많았습니다.
 

주일이면 저는 신천지로, 남편과 아이들은 기존 교회로 가서 예배를 드렸기 때문에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곤 했습니다. 편안한 안식을 얻어야 할 주일에 안식은커녕 불안하고 답답한 날이 되었습니다. 전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직 신천지만이 구원을 주는 곳으로 믿었기에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10월, 남편의 요청에 의해 이곳 상록교회에 상담을 받으러 오게 되었습니다. 진용식 목사님이 계신 곳이었습니다. 남편이 내게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나..!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전 너무 싫었습니다. 신천지만이 구원을 주는 곳이고 특별하다고 믿고 있었는데, 상담하시는 분들은 “신천지도 다른 이단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반발심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 충돌은 계시록에서 인을 떼는 자는 누구인가? 에서 난 예수님이라고 하였고, 상담하시는 분들은 신천지에서 그렇게 안 가르친다고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감정은 더 안 좋게 되었고 태도도 삐딱하기만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신천지에서 처음엔 인 떼는 자를 예수님으로 가르치지 않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자 바꿔서 가르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신앙생활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성경을 알고 싶어서 성경공부를 했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면... 모든 것이 싫었고 도피하고 싶었습니다. 한 달 정도 교회에 가지 않고 버티다가, 남편과 다툼 끝에 결국 다시 상록교회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상담받은 한 집사님을 만났는데 그 집사님의 ‘두 증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좀 석연치 않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함께 상담받은 네 가정을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몇 달 후 상록교회에서 이단 세미나가 있었는데 신천지 교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정확하게 확인하고 싶어서 처음으로 제 의지로 함께 참여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배도자가 될 수 없는 엘리야를 배도자라고 <계시록의 진상>에 써진 글, 신천지에만 있다고 배웠던 ‘두 증인’이 신천지에서도 이미 여러 번 바뀐 ‘두 증인’이라는 것, 신천지에서만 풀어진다고 배웠던 비유풀이가 이미 다른 이단종교에서도 거의 똑같이 이용돼 왔다는 점, 분명히 이만희 씨를 ‘보혜사’라고 배웠는데 정작 이만희 씨 자신은 몇 달 만에 ‘보혜사라고 한 적 없다’라고 말한 신문 내용 등등... ‘참 많이도 속았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천지를 다른 이단들과 동일시하는 상담자들을 보며 자존심이 많이도 상했었는데 ‘별 수 없이 똑같은 이단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신천지 교리에 세뇌된 사람들은 질문을 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뭔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다른 집사님께 물으면 ‘믿음이 없다’라든가, 아니면 ‘어린양이 인도하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가야 한다.’는 억지 속에 파묻혀 내 주장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자연히 눈이 가려져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진용식 목사님의 ‘구원론’ 테이프를 들으며 구원은 결코 ‘노력’에 의해 되는 것이 아니고 믿기만 하면 ‘값없이, 은혜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두 손 들고 고백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시고 나의 구원자이심을! 다른 이름은 있을 수 없음을! 새 이름을 사모했던 나의 무지, 창피함, 자존심 모든 것을 버립니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처음 신앙하는 자세로 하나님의 사랑을 하나하나 느끼고 배우고 싶습니다.
 

왜 이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야 제자리에 올 수 있었는지... 하지만 끝까지 참고 인내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제 고통의 경험조차도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지한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건져주신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고집스런 저를 사랑으로 상담해 주신 목사님과 전도사님, 집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제가 교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상록교회 모든 성도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딱딱한 표정 때문에 상처받은 상록교회 식구들이 있다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저의 답답함 때문에 고생한 남편과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 지혜와 승렬이, 그리고 시댁, 친정 식구들과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