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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목사의 자전거 세상(6)
2024년 06월 26일 (수) 09:27:27 이현진 webmaster@amennews.com


어느 자전거 유튜브 영상이다. 망치로 헬멧을 내리친다. 높은 데서 떨어뜨리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자전거의 헬멧이 어떤가를 실험하는 장면이다. 나는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헬멧을 깨 먹은 적이 있다. “퍽!”하고 내 머리가 길바닥에 부딪혔다. 마치 솜에 머리가 닿는 느낌이다. 이게 헬멧의 역할이다. 헬멧은 한 번 충격을 받으면 다시 사용할 수 없다. 일회용이라는 뜻이다. 이 비싼 헬멧을 단 한 번의 머리 보호를 위해 쓰고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뇌진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안다면 헬멧의 가치를 돈으로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전거 사망사고에서 4분의 3은 머리부상 때문이고 그 머리부상에서 97%가 헬멧을 쓰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자전거가 고속으로 달릴 때만이 아니라 저속에서도 위험은 동일하단다. 자전거에 헬멧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을까? 1975년 이전 만해도 자전거의 헬멧 개념은 없었다. 유럽의 유수한 사이클 대회에서 선수들이 헬멧을 착용하는 것을 의무화한 것도 2003년에 와서다.
 

프랑스의 어느 대회에서 한 선수가 사고로 죽고 나서야 강제로 이 규정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에 사용하는 장비들을 첨단화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대부분 역사가 짧다. 자전거를 탈 때 입는 옷을 ‘져지’와 ‘빕숏’이라고 하는데, 소위 민망하기 그지없는 쫄쫄이 옷이다. 입문자들의 고민은 ‘이걸 입어야 하나 마나?’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쫄쫄이를 안 입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입어 본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여기 맛 들이면 그렇게 된다. 왜 그럴까? 첨단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땀 배출을 잘하면서도 더위와 추위와 바람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는 소재들로 만든다. 그래서 착용감이 뛰어나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자전거의 장비들인 헬멧이나 복장은 매우 중요하다. 자전거는 아웃도어 스포츠다. 밖으로 나오면 온갖 자연을 극복해야 한다. 더위와 추위와 비바람과 습도까지 상대하다 보면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그래서 ‘아웃도어는 장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장비는 몸을 보호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장거리 라이딩에서 펑크는 큰 위협이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면 이런 펑크에서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웃도어가 장비다.’라고 한다면 신앙생활은 영적 무장이다. 사도바울은 에베소서 6장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그는 우리의 신앙 여정에 큰 싸움이 있다는 것을 일러주는데, 그 싸움은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벌써 척 듣기만 해도 묵직한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 전쟁은 결코 만만한 싸움이 아니다. 아니 이 전쟁은 우리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싸움이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두 가지를 주문한다. 주 안에서 강건하라.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
 

사도바울이 말하는 영적 아웃도어 장비는 6가지다. 허리 띠, 호심경, 신발, 방패, 투구, 그리고 검이다. 이 6가지는 진리, 의, 평안의 복음, 믿음, 구원, 성령(곧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이미지들이다. 당시 로마 군인의 모습에서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왔을 것이다.
 

딸이 내가 라이딩하러 장비를 챙겨 입는 것을 보더니 이런 말을 한다. “아이고, 챙겨 입는 것도 많네요. 번거로워라.” 사실 자전거 정도 타는 것은 그냥 운동화 하나 챙겨 신고 자전거 끌고 나가면 되는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빕숏과 져지를 입고 헬멧을 쓰고 고글을 착용하고 선 크림을 바르고 물통에 전조등까지 챙겨 나가는 모습에 번거로움을 느꼈으리라.
 

이상한 것은 이렇게 챙겨 입으면 라이딩에 집중이 더 잘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챙긴 장비가 주는 마음가짐이다. 신앙 여정에서 장비를 번거롭게 여기는 것은 큰 손실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 무장들이 무겁고 버거워도 평소에 잘 갖춰 놓는다면 어느 날 자전거에서 낙차하여 내 머리가 아스팔트 바닥에 부딪힐 때 느꼈던 그 폭신한 안전함을 누릴 것이다.
 

   

https://free3d.com/ko/3d-model/bicyclist-in-red-suit-riding-bicycle-rigged-6167.html

 
이현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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