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초기에는 강대상 중심으로 남녀가 따로 앉았다.

전북 김제시 금산면에 있는 금산교회에는 ‘ㄿ자 모양의 예배당이 있다. 그 독특한 모양새와 오래된 역사 때문에 ‘ㄿ자 예배당은 전북 지방문화재 136호로 지정돼 있다.

금산교회가 있는 금산리에는 도보로 10분 거리에 국내 사찰 중 보물과 국보를 가장 많이 보유해서 5대 사찰에 포함되는 금산사가 있다. 그리고 증산교가 시작된 곳이기도 해서 금산리는 증산교의 성지이다. 이렇듯 토착종교가 뿌리깊이 자리잡은 이곳 두메산골에, 게다가 약 100년 전인 1905년에 이미 교회가 세워졌다는 것은 한국교회사에 큰 의미가 있다. 열악한 주변환경에서도 불구하고 금산교회를 이 곳에 세우기 위해 복음전파에 온 열정을 쏟아 부은 세 명이 있었는데, 테이트(L.B. Tate) 선교사와 조덕삼 장로, 이자익 목사가 그들이다.

테이트 선교사는 전주와 정읍을 오가며 전도를 하던 중 금산리에 머물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곳에 교회를 세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당시 부자였던 조덕삼의 사랑채에 머물면서 집주인을 전도했고, 조덕삼의 하인이던 이자익에게도 복음을 전했다. 인근 주민들도 복음을 받아드려 1905년 10여명이 조덕삼의 사랑채에서 처음 예배를 드린 것이 금산교회의 시작이다.

이자익은 주인인 조덕삼보다 먼저 금산교회 첫 장로가 됐다. 자신의 하인이던 이자익이 먼저 장로가 됐을 때, 조덕삼은 “이것은 하나님이 내린 결정”이라며 “교회의 결정에 순종하고 이자익 장로를 받들어서 열심히 교회를 섬기겠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어 장로가 된 조덕삼은 이자익 장로를 섬기며 그가 평양신학교를 거쳐 목회자가 돼 다시 금산교회를 섬기기까지 뒷바라지했다. 교회를 위해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이들의 정성으로 인해 금산교회는 현재도 그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 100년 됐어도 원형그대로…내달 종탑 복원.

‘ㄿ자 예배당은 1908년에 지어진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있다. 건축당시 쇠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건축한 것이 훼손을 줄인 큰 원인인 듯하다. 2001년 봄에 대대적인 수리를 했지만, 좀더 완벽한 보존을 위한 작업이었을 뿐, 작업 전에도 거의 손상 없이 잘 보존돼 왔다.

전통문화를 존중해 남자석과 여자석이 나눠져 있고, 가운데 있는 강대상에서는 남녀 좌석을 모두 볼 수 있다. 지금은 없지만 당시에는 남녀가 서로 쳐다보지 못하도록 흰 천으로 완전히 가려놓았다고 한다. 마루바닥으로 된 예배당 실내는 가운데 기둥이 없이 여러 개의 큰 대들보가 받치고 있는데 대들보 가운데가 휘어져 마치 지붕이 원형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강대상 뒤편에는 쪽문이 있어 목회자의 출입문으로 사용한다.

남자석이 여자석에 비해 두배 정도 긴 것으로 보아 당시 남존여비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또 상량문을 통해서도 당시 문화를 알 수 있는데, 고린도전서 3장 16∼17절의 같은 문구를 남자쪽은 한문으로, 여자쪽은 한글로 써 놓았다. 놀라운 것은 붓으로 쓴 그 글이 아직도 선명하게 완벽히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예배당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문화재로만 개방중인 예배당 내에는 옛 당회록과 복원작업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이교가 만연한 이곳 금산리에 복음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이 지역 전통의식을 존중한 당시 성도들의 정신이 지금까지 ‘ㄿ자 예배당을 보존시켜왔다. 금산교회는 올해 4월에는 목조 종탑을 복원할 계획이며, 앞으로 조선식 우물, 화단, 그리고 조덕삼 장로의 아들 조영호 장로가 세운 유광학교 구 교사의 복원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