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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에 얽힌 멋진 추억
장경애 사모 칼럼
2024년 04월 04일 (목) 11:49:45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나는 꽃을 좋아한다. 그것도 주책없이 좋아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난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 땅 위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꽃이 피었다가 지기를 반복한다. 내가 지금까지 못 보거나 모르는 꽃까지 생각하면 하나님께서 어쩌면 그렇게도 많은 꽃을 우리에게 주셨는지 감사하고 감탄할 뿐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형형색색의 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 우리나라는 온통 꽃동산이 된다. 그렇게 많은 꽃이 마치도 순번을 정해 피는 것같이 한 종류의 꽃이 지면, 지기 무섭게 또 다른 꽃이 피어 꽃들의 릴레이 행진이 시작되어 나의 눈은 물론 나의 마음까지 화사하게 해준다.
 

그렇게 많은 꽃 중에서 내 머릿속에 기억되는 꽃과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꽃의 이름을 말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내가 이름을 아는 꽃 중에서 많은 사람에게 가장 인기 있는 꽃이 있다. 바로 장미꽃이다. 계절의 여왕이라 칭하는 5월의 장미는 글자 그대로 우아함의 극치를 이룬다. 5월은 날씨도 좋을 뿐만 아니라 지천으로 피었던 여러 종류의 꽃은 지고 다른 꽃들의 존재를 무시하듯 장미꽃이 만개하여 온통 장미 세계가 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계절의 여왕이 바뀌는 듯하다. 지구 온난화로 4월이 계절의 여왕이 되어간다. 그래서 요즘은 4월에 만발하던 벚꽃은 3월로 옮겨졌고, 4월이 장미의 계절로 바뀌었다.
 

장미꽃은 언제 보아도 우아하고 질투 날 정도로 아름답고 예쁘다. 가끔은 저 장미처럼 나도 우아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노래 중에 꽃을 노래하는 노래가 많지만, 장미를 소재로 한 노래가 무척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찬송가 가사에도 장미라는 말이 들어 있는 찬송이 여럿 있다. 이처럼 장미는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꽃의 대명사인 멋진 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지만 가시가 있어 가까이하기에 조금은 조심해야 하는 꽃이 바로 장미꽃이다. 장미에 대한 전설에 의하면 신이 처음 장미를 만들었을 때, 사랑의 사자 큐피드는 장미꽃을 보자마자 그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매료되어 장미꽃에 키스하려고 입술을 내밀었는데, 마침 꽃 속에 있던 벌이 깜짝 놀라 침으로 큐피드의 입술을 톡 쏘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여신 비너스는 큐피드가 안쓰러워 벌을 잡아서 침을 빼내 버리고 그 침을 장미 줄기에 꽂아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미에는 가시가 생겼지만, 큐피드는 그 후에도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견디며 여전히 장미꽃을 사랑했다는 신화가 있다.
 

장미는 꽃의 색깔에 따라 꽃말이 다양하지만 대체로 장미의 꽃말은 '애정', '사랑의 사자','행복한 사랑' 등 주로 사랑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혼식용 부케나 여성에게 주는 선물로는 최고의 꽃이 장미다.
 

장미꽃을 생각하면 친정집 담을 타고 피어나던 붉은 장미꽃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우리 집 마당에 피던 작고 가시가 있는 붉은 장미는 5월이 무르익음을 알려주는 전령사였다. 이렇게 장미가 피어날 때면 나는 괜스레 마음이 두근거리곤 했다. 분명 우리 집 마당에 피어 있는 꽃이라 창문만 열면 멋진 꽃을 볼 수 있는데도 나는 무슨 욕심인지 그 꽃을 따서 꽃병에 꽂아 내 책상 위에 놓고 즐겼다. 너무도 이기적인 행동이지만 가까이에서 꽃을 즐기고 싶은 욕심이었던 같다.
 

일 년 전쯤에 차를 타고 외출했다가 너무도 멋있고 기막힌 광경을 보았다. 차가 달리는 오른쪽에 붉고 노란 장미가 줄을 지어 피어 있었다. 반대편에는 아주 맑은 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그 광경이 얼마나 멋있고 평화롭고 조화로운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도 장미꽃 자태에 매료되어 한동안 아무 말도, 아니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남편이 목회할 때, 힘든 일이 생기면 나는 꽃을 사다가 베란다에 놓고 그 꽃을 들여다보며 힘든 일을 잊으려 했다. 물론 기도로 이겨내야 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울긋불긋한 꽃들이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기도 했고, 심지어는 내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그 꽃들을 통해 나의 고통을 해소해 주시는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 집에 꽃이 많아지면 그때는 내가 매우 힘들 때라는 암시이기도 했다.
 

나에게는 장미꽃에 얽힌 아주 멋지고,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근 10여 년 전, 회갑 때였다. 회갑을 맞은 생일을 다 보낸 저녁에 올 사람이 없는데 현관 벨 소리가 났다. 누군가 하며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교회 강단 미화를 맡아 봉사하시는 권사님이 현관 앞에 서 있었다. 깜짝 놀라 보니 권사님 옆에는 권사님 몸집보다 더 큰 꽃바구니가 함께 있었다. 이게 어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권사님은 대답도 없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회갑 때 남편 목사로부터 받은 백장미 꽃바구니.

그 바구니의 꽃은 꽃 한 개가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백장미로 만들어진 꽃바구니였다. 꽃 한 송이의 크기가 큰 것 못지않게 꽃송이 수도 만만치 않았다. 얼마나 무거운지 얼른 받아 들고 권사님과 함께 들어와서는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 꽃바구니는 나의 남편 목사가 아내인 나의 회갑을 축하하는 꽃바구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이전에도 내 생일이 되면 작은 꽃다발을 남편으로부터 받은 적이 있지만, 이것은 정말 상상하지 못할 깜짝 놀랄 일이었다.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는 법이지만 그 순간 나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멈출 줄 모르고 흐르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감격의 흥분이 조금 사라진 뒤, 남편이 멋쩍은 듯 말했다. 꽃을 너무 좋아하는 내게 회갑을 맞아 순결한 백색 장미꽃을 내게 선물하고 싶었단다. 그래서 내 나이만큼의 개수로 꽃바구니를 만들어 달라고 권사님에게 부탁했다는 것이었다. 즉시 꽃송이 수를 세어 보았다. 그런데 꽃송이가 60송이가 아닌 59송이였다. 권사님이 너무 많은 꽃송이로 바구니를 꾸미다가 한 송이를 실수로 빠트렸을 것을 생각하며 “한 송이가 부족하네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권사님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남편이 답변을 했다. 한 송이가 모자라는 것은 권사님의 실수가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는 말이 “모자라는 한 송이는 나야.”라고 남편답지 않게 조금은 수줍은 듯 얼굴에는 미소를 띠며 말하는 것이었다. 대체로 이런 경우 한 송이는 “아내인 당신”이라고 말하는 것이 상례이건만 남편은 그 모자라는 장미 한 송이가 자기라고 하니 이 얼마나 놀라운 발상인가? 그리고 곧이어 하는 말은 더 기상천외하였다. “여기 있는 59송이는 시간이 지나면 다 시들지만, 나는 그보다 더 오래 갈 것이니까”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 자리에서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10여 년이나 지난 지금, 59송이의 장미꽃은 다 사라지고 사진 속에서만 존재하는 꽃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남편 말대로 그 한 송이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꽃으로 사진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니 남편의 말이 다 맞는 말이었다. 내 생일이 있는 이 4월에 회갑 때의 멋진 추억을 생각하며 지금까지 한 송이 꽃이 건재함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그날의 멋진 일을 되돌아보며 또 생일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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