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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어느 날의 추억
장경애 사모 컬럼
2023년 04월 04일 (화) 15:49:32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이 세상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자기만의 날이 있다. 혹 그날을 잊어 지나치거나 모를 수는 있어도 그날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날은 바로 생일이라고 하는 자신이 태어난 날이다. 그리고 태어났으니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일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날이고, 해마다 오기에 때로는 잊고 넘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의미 있게 보내기도 한다. 혹자는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 중에 생일 없는 사람이 없으니까 별것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일 년 중 오직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기쁘고 의미 있는 날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첫울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 생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날만큼은 자신을 세상에 보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축하도 받고, 즐겁고 뜻있게, 그리고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더욱 생각하는 날로 보내야 한다.

나도 지금까지 나이만큼의 생일을 맞고 보냈다. 그렇게 많이 맞았던 생일 중에는 흐뭇하게 보낸 날도 많았지만, 기억조차 없이 무의미하게 보낸 날도 많았다. 내 어릴 적의 부모님은 네 명이나 되는 자녀들의 생일을 어떤 방법으로든 꼭 챙기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은 중학교 2학년 때의 생일이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교회의 담임목사님을 직접 집으로 초대하셨다. 담임 목사님의 인도로 예배를 드리며 축복기도까지 받은 생일의 일이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그렇게도 멋지게 보낸 생일이었기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외에도 기억하는 생일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은 가장 최근에 맞았던 특이하고 행복했던 생일의 감격을 생각하고 싶다.

그러니까 꼭 4년 전에 맞은 생일은 지금도 생각하면 할수록 행복한 추억 속의 날이다. 그것은 여고 동창 친구 가족의 축하를 받은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살림하는 중년의 여인들이 다 그러하듯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절친한 친구라도 일 년에 한두 번 만나기도 쉽지 않다. 벼르고 별러서야 한 번 만나는 정도였다. 그런데 생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친구와 통화하며 만날 날을 정하던 중 서로에게 맞는 날이 바로 내 생일이었다. 대화 중, 얼떨결에 그냥 일상처럼 쉽게 만나자고 약속해 버렸다. 사실, 생일에는 홀로 계신 아버지를 찾아가서 나를 세상에 오게 하심에 감사하며 식사를 함께하려 했다. 그런데 전화로 아버지께 내 생일임을 말하지 않고 방문할 것을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는 마침 그날 선약이 있으시다고 말씀하셨다. 그날이 맏딸의 생일인 것을 잊으신 듯하여 조금은 서운했으나 도리어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아버지 계획대로 하시라고 했다. 그렇기에 친구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덕분에 죄송하고 불편한 마음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를 만나러 친구가 사는 곳까지 남편과 함께 드라이브 겸하여 달려갔다.

   
 

4월 중하순의 산천은 연록의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어서 그런지 너무도 포근하고 여릿한 풍경과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나의 탄생을 축하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런 광경들이 아름다운 계절에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더욱 그리워지고 보고 싶게 만들었다.

친구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다. 그런데 친구의 남편까지 함께 나와 나를 반겼다. 나는 친구에게 내 생일임을 말하지 않았으나 친구는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의 남편은 선약이 있었지만, 약속을 취소하고 친구와 함께 나온 것이었다. 또한 친구의 딸은 멋진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와 내게 안기며 나를 축하해 주었다. 마치 내 딸에게서 받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황송하고 미안하던지 몸 둘 바를 몰랐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내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미안한 마음과 함께 울컥거리는 마음을 애써 참았다.

사실 나는 세 명의 동생이 있건만 선물은커녕 축하 문자 하나만 받았을 뿐인데 친구가 이렇게 멋진 생일 축하를 해 주니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한 친구는 내 취향에 맞는 멋진 음식점까지 예약해 놓았다. 고마운 마음에 비용만이라도 내가 내려고 몰래 나가 계산대에 가서 계산하려고 하니… 세상에 벌써 친구가 계산을 마쳤던 것이었다. 이제는 화를 내도 될 것 같았다. 고마움은 고마움으로 표현함이 정상이건만 고마움에도 화를 낼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마음 저 바닥부터 올라오는 감정은 친구의 배려가 고마웠고, 우리의 관계가 너무도 귀하고 아름답게 여겨졌다.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담소하며 시간을 보내고 바쁜 시간에 나에게 시간을 내어준 친구와 헤어져 아쉽고 뭔지 모를 무거운 걸음으로 돌아왔다. 이럴 때 시간이 조금만 배려해 주어 천천히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시간은 그렇게도 유유히, 도도히 흘러만 갔다.

친구 덕분에 모처럼 생일을 멋지게 보냈다. 서산 넘어가는 해님이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해님의 미소가 내 행복을 같이 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보니 해님도 행복해 보였다. 나도 서산 넘어갈 때 그렇게 방긋 웃으며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갈 수 있을 것 같은 훈훈한 내가 태어난 날의 일화였다.

시간은 흘러 저렇게 훈훈한 생일의 추억이 있은 지 4년이 지났다. 그날이 그리워진다. 그 사이 코로나라는 복병이 등장하여 우리의 만남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 친구는 몸이 좀 약하기에 효심 짙은 딸이 자기 엄마를 보호하고 나아가 감시(?)하여 도무지 꼼짝을 할 수 없어 우리의 만남은 더욱 힘들었다. 친구 딸의 효심은 내가 봐도 눈물이 날 정도다. 딸을 잘 키운 친구가 더 대단하지만 말이다. 비록 만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통화하며 서로의 안부와 지내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우정이 이어져가고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 들어 세상 살아갈 때 꼭 필요한 것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귀중하고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은 친구라고 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친구가 수명에도 큰 관계가 있다고 하니 친구는 참으로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다. 내 말을 들어 줄 친구가 단 한 명만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를 위해 기도까지 해 주는 사이니까 행복 위의 행복이다. 그것은 이 땅에서만이 아닌 천국까지 함께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

바라기는 친구나 나나 주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더 열심히 주님 사랑 안에서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신앙도 다 건강하여 주님을 기쁘시게, 그리고 주님께 영광 돌리는 우리들의 삶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하나 더 노력할 것은 우리의 이 소박한 우정이 주님의 칭찬거리가 되도록 서로를 더 아끼며 더 기도해 주는 중보자의 역할을 그날까지 할 것을 다짐한다.

이렇게 멋진 생일의 추억을 안겨준 친구와의 우정을 점검하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친구의 생일에 내가 겪은 감격의 생일보다 더 큰 감격의 생일 이벤트를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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