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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祭祀)와 차례(茶禮) 그리고 우상숭배
김성일 단상
2023년 01월 20일 (금) 10:26:58 김성일 집사 webmaster@amennews.com

김성일 / K&Lab 대표이사, 배우(탈랜트), 집사

   
▲ 김성일 집사

  설 명절이 며칠 남지 않았다. 명절이 오면 제사에 대하여 갈등도 하고 따라서 질문도 많다. 우리 민족은 조상에 대한 예를 깍듯이 지키는 민족이다. 때문에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는 ‘기제사’부터 각종 절기의 차례에 이르기까지 조상을 향해 수많은 제사를 드리고 있다. 그리고 성묘할 때마다 간략하게 축소한 형식의 제사도 수시로 드린다.

제사는 음식을 진설하고, 위패나 영정 앞에 엎드려 절을 하며, 지방(紙榜)을 불태우는 순서로 진행된다. 따라서 조상 섬김은 조상에 대하여 단순히 예를 갖추기보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원래 제사의 유래는 조상을 신격화하여 섬기던 조상신 숭배가 그 근간을 이룬다.

제사(祭祀)와 차례(茶禮)에 대한 정의와 형식을 보자. 사실 많은 사람이 제사와 차례를 같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둘은 상당히 다른 것이다. 제사(祭祀)에 대하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신령(神靈)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거나, 돌아간 이를 추모하는 의식.”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냄. 또는 그런 의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차례(茶禮)는 다례하고도 하며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 등의 낮에 지내는 제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차례(茶禮)는 글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를 의미하며 다른 말로는 ‘다례’라고도 한다. 예전에 우리 선조들은 조상의 신주를 모신 사당에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 등의 낮에 제사를 지냈는데, 이때는 술을 올리지 않고 대신 차를 올렸었기에 차례라고 부르게 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날이 되면 후손들만 명절을 즐기기에 송구스러워 조상님들께도 명절 아침에 ‘차례’라는 제사를 올린 것으로 일종의 잔치 행위로 별도의 예법 없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또한, 원래 ‘차례’ 때는 차를 올려야 하나 종종 술로 대치하여 올렸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차 생산량이 부족해 백성들이 제례에 차를 사용할 경우 중국 등지의 비싼 외국산 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차 대신 술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반면에 제사(祭祀)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 아니라 중국의 예법이 흘러들어온 것으로 실제 뿌리는 주자학(朱子學)이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쯤에 들어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에 ‘퇴계 이황’을 중심으로 한 ‘성리학’을 통해 ‘제사법’이 본격적으로 기틀을 잡게 된 것이라고 한다.

다시 정리해보면 ‘차례’가 명절날 아침에 다같이 즐기는 잔치인 반면에 ‘제사’는 부모님 등 조상님과 귀신에게 올리는 엄숙한 제례이며 주로 영혼의 활동이 활발하고 자유롭다고 믿었던 한밤중에 지냈다.

잠시 우리나라의 제사의 종류를 살펴보자. 돌아가신 날, 즉 기일에 모시는 것을 ‘기제사(忌祭祀)’라 하고 ‘기제사’와 ‘차례’ 외에 ‘시제(時祭)’가 있다. 이는 조상의 묘소에서 지내는 제사라 하여 ‘묘사(墓祀)’라고도 한다. 대개 조상의 제사는 4대까지만 ‘기제사’로 지내고 그 이상의 조상은 함께 ‘묘제’를 지낸다.

이미 언급했지만, 세상 사람들은 물론이고 간혹 기독교인 중에도, ‘제사’(祭祀)는 돌아가신 부모를 추모하고 남아 있는 가족의 화목을 위하는 우리의 미풍양속일 뿐 ‘귀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며, 제사를 드리지 않는 기독교인을 욕하거나 핍박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제사’의 유래와 원래의 취지를 전혀 모르는 분들의 잘못된 생각이다. 이에 관해서는 제사에 대해 우리네 조상들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조금만 살펴보는 것보다 유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을 통해서, “정월 초하루 정조(正朝) 와 동지, 초하루와 보름에는 참례(參禮)하고, 속절(俗節 단오ㆍ추석ㆍ중양절 등에는 제철 음식을 올려야 한다. 이렇게 하고서야 제사를 드릴 때에 얼굴이 보이는 듯하고, 음성이 들리는 듯하니 정성이 지극해야 신령이 흠향하실 것이다”라고 영적인 존재가 제사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였다.

‘율곡 이이’는 또 다른 저서를 통하여, “오늘날 풍속이 대부분 예를 알지 못하여 제사를 지내는 법이 집집마다 같지 않으니 매우 가소롭다. 만일 예로써 한번 재단하지 않으면 끝내 문란하고 질서가 없어져 오랑캐의 풍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므로 ... 중략... 대개 이와 같이하여 교제(郊祭)에는 천신이 감응하고, 묘제(廟祭)에는 인귀가 흠향한다면, 정기(正氣)가 유행하고 사악한 기가 일어나지 않아 세상을 현혹하고 백성을 기만하는 설이 천지 사이에 용납되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여 ‘천신과 인귀의 존재가 제사의 대상’임을 분명히 밝혔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인문고전연구소에서 발행한 <원문과 함께 읽는 삼국사기>를 보면, 고구려와 백제의 제사 제례는 명확하지 않으므로 다만 고기(古記)와 중국 역사에 쓰여 있는 내용은 이렇게 기록되었다. 후한서(後漢書)에 “고구려는 귀신과 사직과 영성(靈星)에 제사 지내기를 좋아하였다. 10월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려고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데 이를 동맹(東盟)이라고 한다. 나라의 동쪽에 큰 굴이 있는데 이를 수신(襚神)이라 부르고, 역시 10월에 그 신을 맞이하는 제사를 지낸다”라고 했다. 또한 양서(梁書)에 “고구려는 왕궁 왼편에 큰 집을 세우고 귀신에게 제사를 지냈으며, 겨울에는 영성과 사직에 제사를 지낸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아서, 제사는 귀신 즉 ‘우상’과 밀접한 관계를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태조실록>에 보면, “예조 전서(禮曹典書) 이민도(李敏道) 등이 상서(上書)하였습니다. 나라를 보유(保有)하는 전례(典禮)는 제사(祭祀)가 큰 것이 되므로, 옛날 사람이 제사 지낼 때를 당하면 7일 동안을 재계(戒)하고 3일 동안을 재계(齋)하므로서 천신(天神)이 감동하고 인귀(人鬼)가 흠향하게 되니, 모두 자기로 인하여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공자는 말하기를, ‘제사 지낼 때는 조상이 있는 듯이 여기며, 신(神)에게 제사 지낼 때는 신이 있는 듯이 여긴다’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내가 제사에 참여하지 아니하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하였으니, 삼가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종묘(宗廟)와 적전(籍田)의 제사에는 반드시 7일 동안을 재계하고, 3일 동안을 재계하여 몸소 친히 작헌례(酌獻禮)를 행하시어 뒷세상에 법을 전하고, 만약 유고(有故)하면 세자(世子)로 하여금 이를 섭행(攝行)하게 하소서”라고 한 점만 보아도 ‘제사는 천신과 인귀가 대상’이란 말이다.

이제 우상숭배에 대한 말씀을 살펴보자. 성경은 우상숭배와 우상에게 절하는 것을 같은 뜻으로 사용했다(삼상 15:23, 계 9:20). 때문에, 기독교에서 ‘존경과 섬김의 표현으로서의 절’은 살아 있는 인격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설이나 명절 때에 살아 계신 어른이나 존경하는 분들에게 절하는 것은 조금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이미 돌아가신 조상이나 생명이 없는 물건을 대상으로 하여 절을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런 대상은 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미 돌아가신 조상들에게 절하고 복을 비는 것은 우상을 숭배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혼동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자손들이 부모님이나 조상의 돌아가신 날에 함께 모여 조상을 생각하고 남겨준 교훈을 되새기고, 자신들의 가문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일이다. 또한 그분들께서 좋아하시던 음식을 만들어 자손들이 나누어 먹으며, 그 조상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앞에서 몇 차례나 강조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 제사 방식에서 행해지는 대로 돌아가신 조상들을 위해서 음식의 진설하는 것이나 위패나 영정이나 무덤 앞에서 절을 하는 것은 절대로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그 음식을 먹거나, 절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께서는 성도들에게 부모에게 순종할 것을 명령하시고, 그 명령을 약속이 있는 ‘첫 계명’으로 삼으셨다(출 20:12, 엡 6:1-3). 그러므로 성도는 부모를 잘 공경하고 효도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돌아가신 이후에 제사를 드리는 방식이 아니다. 살아 계신 동안에 최선을 다해 순종하고 섬겨드리며 돌아가신 이후에는 그분들이 남기신 훌륭한 교훈이나 업적을 잘 이어가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옳은 일이며 바람직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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