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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아픈 사랑
이원좌 권사의 시
2022년 10월 26일 (수) 13:37:53 이원좌 권사 webmaster@amennews.com

뼈 아픈 사랑 / 이원좌


미루어 둔 눈 수술을 했다
백내장 수술만으로도 조심스럽고
마음이 위축되는데
이런이런 그냥 지나가면 좋으련만
코로나까지 걸려버렸다

그래도 초창기에 걸려 격리당하고
두문불출 당하는 것보다야 낫다손 치더라도
입맛이 없고 귀차니즘처럼 크게 아프지도 않으면서
며칠 동안을 늘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큰며느리한테 전화할 일이 생겨서
전화를 했는데 무척 미안해한다
왜냐면 내가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라도 해서 챙겨드려야 하는데 제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

하는데 목소리가 젖어 있다
그러면서 심각하게 건강검진 받은 이야기를 한다
병명이 뭐냐 물으니 다음에 마음이 안정되면 이야기한다고

희귀병이라 국내에는 잘하는 의사가
거의 없는데 병원 한 군데에 의사가 십여 년을
그 병을 연구한 전문병원이 있다고

예약 환자가 1년도 넘게 밀려있다고 한다
한시가 급한데

여기까지 듣고 그야말로 맨붕이 왔다

   
 

문영아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내 몸이 필요하다면 네게 줄게
간이 필요하다면 간을 주고
콩팥이 필요하다면 줄게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문영이는 더이상 말을 아꼈지만
이미 나는 들은 거나 다름이 없어져 버렸다

현대의학으로
암을 정복한다면서도
그래도 사람들은 꾸준히 암에 걸리고 치료되는 환자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운명을 달리한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내 인생에 험악한 일은 없다고 하셨는데

안 그래도 허약한 아이가 ᆢ
병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차마 말도 못 하는 아이를 생각하며

안 그래도 입맛이 없었는데
하나님만 붙잡고 사정했다

겨우 잠들고 눈뜨면 기도하고
그동안 영상으로 본 교회 새벽기도 드리다가

옷 걸쳐 입고 한 번도 안 가 본
교회 가서 새벽기도를 했다

착한 문영(며느리)이의 심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타들어 간다
얼마나 무섭고 겁이 날까

그래서인지 자신의 부모님한테는
말씀도 못 드렸다 한다

그렇다 문영이는 무슨 일이 생기면
나에게 먼저 연락하고 교제를 나눈다

아직 엄마 껌딱지 어린 손주는 어찌할 것인가
아들은 어떡하지

삼일째 되는 날
늦을 것 같아 부지런히 걷는데
가로등이 없는 새벽길에서 뭔가 발끝에
걸리는 것 같더니 그대로
넘어졌다

정신이 아득한 채로 생각이 멈췄다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

* * *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신발은

사방으로 떨어지고 양쪽 무릎은 깨져서 피가 나고
몸은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내 몸 같지가 않았다
겨우겨우 다리를 끌어당기고 팔을 거두고

절룩거리면서 교회에 들어가
예배를 한참 드리고 밝아졌을 때 나와서

산책길 옆 냇가에 앉아서

문영이에게 전화를 했다

나와는 얼마나 추억이 많은 사람인가
한 번도 배반의 일이 없었다
이런 사람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내게 뿐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상냥하다
거의 화를 모르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예전에 문영이에게
얘야 언짢은 거 있으면 말을 해라
너무 참지마라 병 된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니까

진정으로 슬픔의 시간을 보내고
문영이는 대답을 기다리던 내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자궁내막염이에요~

자궁내막염?

* * *

뭔가 바람이 빠지는 듯하며
정신이 평안해진다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하다
그런데 얘는 뭐지?

그러면서 지나온 날들이 떠오른다

그동안 돌아보면 가장 최근인 작년인가?
손톱에 까만 점 같은 게 생겨 흑석종(암)이 아닌가 ᆢ
검사 기간을 기다리며 애를 태운 적 있고
그전에는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갈비뼈가 부러져 입원했었고

얼마 전에는 맹장이 이상하다 하며
시시하게 생각했는데 열흘 이상 입원하고
힘들어 한 적이 있었고

소장에 용정이 있다 하며
수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금까지도 근심하고 있다
그 외에 수많은 병원을 들락거리며 산다

아픈 것이 문제가 아니다
너무나 걱정이 많다
아플까 봐

그렇다
우리 문영이는 건강 염려증이 심하다 ㅋ

나는 네가 암인 줄 알았어!

아무 일 없으면 좋지만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염은
요즘 어느 정도 흔한데 병원도 꽤 많고 ᆢ

흐르는 물가에서 통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믿음이라는 게 뭐냐
이럴 때 하나님께 책임지워야지 평상시에 신앙생활 잘하고
헌금생활 잘하며 교회일도 솔선수범이면서
무슨 일 생기면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은 정말 신앙생활이랄 것도 없어
있으면서도 헌금 안 해
교회일 거의 안 해

그러면서도 무슨 일 생기면
기도하고 은혜주시려니 믿고 기다리는 ᆢ
이런 사람들도 있는데

물론 신앙생활 한다고 하나도 안 아프고
어려운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벅찬 일이 생길 때
우리는 기적처럼 나아가는 일을 얼마나 경험을 했는가

하나님은 너를 보면 안아주시고 싶을 거다
얼마나 어여쁘냐 너는!

많은 이야기 끝에
문영이가 보내온 글이다

* * *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익숙한 말씀이지만...
이 말씀이 요즘 너무나 새롭게,
또 마음 깊숙히 들어오네요..

어머니를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과 은혜가 너무 귀합니다.

저도 요즘 참 평안해요.
너무 신기한 거예요.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
지난 주 저와 지금 저는 완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어제는 운전을 하다 문득 감사의 찬양하는 제 모습에
그냥 저도 모르게 웃었어요.
너무 신기해서 ㅎ

어머니♡
저는 요..어머니가 너무 좋아요. ㅎㅎ
막 뼈 때리는 말씀도 해 주시고 혼내 주셔도
서운한 맘이 없고 그냥 좋아요.
너무 맞는 말씀이고 나를 살리는 말씀인 거 아니깐요..

인혁 씨는 들으면 아부한다고 놀릴 텐데
진짜예요!
어머니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 이원좌 / 동숭교회 권사, 종로문학 신인상 수상, 시집 <시가 왜 거기서 나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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