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인도네시아 선교의 최종 종착지는 무슬림 선교입니다.”

▲ 강필구 선교사의 가정이 신학교 현장을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 후 찍은 기념 사진

인도네시아 선교 15년 차인 강필구 선교사(50)가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다. 그는 2007년 12월에 인도네시아 작은 도시의 한인교회에서 담임목사로 부임해 현지 신학교에서 선교학과 교회사를 가르쳤다. 한인교회는 3년 만에 사임했지만, 신학교 사역은 지금도 하고 있다. 올해(2022년)부터는 현지 교단과 협력하여 교단 소속 교회 및 타 교단 교회와 군부대 교회 등을 순회하며 말씀을 전하고 있다. 또한 현지 교회 개척과 보수 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 신학교 졸업식 때 모습. 왼쪽 두 번째가 데위(Dewi)이다.

강필구 선교사가 사역하는 떠루나 박띠 기독 신학교(Sekolah Tinggi Agama Kristen Teruna Bhakti)는 인도네시아 정부 교육부 인가를 받은 학교이다. 신학과와 기독교교육학과가 있으며, 기독교교육으로는 석사와 박사 학위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신학생들은 숨바, 파푸아, 니아스, 술라웨시, 칼리만탄 등에서 온 가난한 학생들이다. 그러다 보니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강 선교사는 “학업을 중단하지 않도록 장학 지원 사역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교회 개척이나 건축뿐만 아니라 현지 신학생들의 장학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기독교교육 학사 학위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 일반 학교(국공립 혹은 사립)에서 종교 교사로 일한다. 신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석사 과정을 거쳐 목회자의 길을 가고 있다.

강필구 선교사는 신학교 사역 가운데 겪었던 가슴 아픈 사건을 잠시 언급했다. 입학부터 가르쳤으며 졸업 때 최우수상까지 받았던 제자 데위(Dewi)가 지난 2020년 12월 12일, 20대의 젊은 나이였지만 갑작스럽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데위는 루푸스(전신 홍반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병을 앓고 있었다. 강 선교사는 “제대로 된 병원 치료만 받았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었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무슬림 선교가 중요하다. 강 선교사는 “현장에서 상황화(현지 문화와 상황을 고려하는 선교) 사역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와 같이 교회 사역을 통하여 무슬림 전도의 열매를 거두는 선교사들도 있다”고 밝혔다.

▲ 개종을 하고 세례까지 받았으나 신분을 감추고 예배하러 오시는 무슬림 모녀

하지만 외국인이 무슬림을 대상으로 직접 선교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현지 교회, 현지 교단, 현지 목회자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필요를 채움으로 인해 얻어지는 무슬림 선교의 효과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지역 교회를 통해 얻어지는 무슬림 선교의 열매는 회심, 교육, 세례, 제자화로 이어지고 있다.

강 선교사는 “무슬림에서 회심한 이들은 더욱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선교를 감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8년간 아내와 딸을 위해 헌신적으로 기도했던 남편이 올해 초 아내와 딸의 회심을 얻어냈으며, 신앙고백을 통한 세례의 열매를 거두었다”며 사례를 언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하베스트 미니스트리(Harvest ministry) 교회를 통해 무슬림 어머니와 어린 딸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은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이슬람 여인들이 쓰는 질밥(히잡)을 쓰고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왜냐하면 가족과 친척, 이웃에게는 무슬림으로 신앙을 숨기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강필구 선교사는 “개종 사실이 알려지면 폭행 또는 심한 경우 죽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신앙을 삶에서 드러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그런 이유 때문에 그들은 교회에서도 무슬림 복장으로 예배드린다. 하지만 “현지 교회를 통해 무슬림 선교의 열매가 드러나고 있다”고 알렸다.

선교사의 사역 보고나 자녀 유학 등의 이유로 선교사를 의심하거나 불신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자, 강 선교사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일단 “선교사 자신의 문제”라고 말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소셜 네트워크나 영상 통화가 없었을 시기에는 선교지 상황을 선교편지를 통해서 알 수밖에 없어 한국 교회는 선교편지의 내용만 의존해서 현지 상황을 알고 믿고 후원했다”면서 “그러다 보니 개중에는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상당히 부풀려지거나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위장해서 거짓된 내용을 편지에 담아 보내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전과 같지 않으나 선교사 자신이 정직하지 않으면 여전히 한국 교회는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선교사는 이러한 불신과 의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회의 담임 목사님과 중직, 그리고 선교 담당 위원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현지의 필요와 상황을 두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교사를 못 믿는 현실은 일차적으로는 선교사 자신에게 있지만, 어쩌면 현장에 무관심하며 선교사를 후원하는 교회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 임마누엘 군인교회 사역 모습

강 선교사는 “많은 선교사들이 저희처럼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인내하며 지금도 열심히 주어진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면서 “선교비와 생활비를 따로 구분해 후원을 받고 있는 선교사님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부분이 보내주시는 선교비를 쪼개어 생활에 보태며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다”고 알렸다.

그는 “결국은 일부 선교사들의 잘못된 욕심이 묵묵히 선교 현장에서 밀알이 되어가고 있는 다른 선교사들에게까지 불신이라는 짐을 짊어지게 만든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한국교회와 선교사가 서로를 믿고 순수한 동기에서 선교의 텃밭을 가꾸지 않는다면 선교현장에 대한 의심과 불신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재정적으로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코로나 기간 동안 재정적으로는 큰 어려움을 당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처음부터 넉넉치 못한 재정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재정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한인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할 당시 파송교회나 후원 교회 없이 시작했고, 예장 통합측 세계선교부에서 총회 선교사 업무교육을 받았으나, 당시에 파송교회가 없어서 총회 선교사 파송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감사하게도 15년의 세월을 파송교회와 소속 단체의 후원 없이 달려왔지만, 개인 후원자 및 몇몇 교회의 선교후원으로 넉넉하지는 않으나 순간순간 은혜를 경험하며 사역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9월부터 우기가 시작된다. 그는 “수년간 썩어 있던 현지 목사님의 교회 사택 대들보가 부러져 기도를 요청하고, 교회를 지지하는 기둥이 노화되어 2층 예배당이 무너질 위기에 있는 교회가 도움을 구하며, 지역 무슬림의 눈치를 보며 이곳저곳 쫓겨 다니는 교회가 안정된 예배 처소를 건축하기를 기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강 선교사만의 능력으로는 그들을 돕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길이 쉽지 않다. 그래서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한국교회와의 협력을 기대하며 기도하고 있다.

“저희는 소속 단체나 파송교회, 충분한 후원이 없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걱정하지 않습니다. 한국교회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충족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