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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제107회 총회를 다녀와서
박상기 목사 단상
2022년 09월 28일 (수) 13:12:40 박상기 목사 webmaster@amennews.com

박상기 목사/ 시인. 수필가. 전 광나루문인회 회장. 전 한국 목양문학 회장. 빛내리교회 담임목사

   
▲ 박상기 목사


  서울서남노회에서 교단(예장통합) 제107회 총회 총대로 선출된 후에 필자는 무거운 책임감 같은 것들을 느꼈다. 그것은 우리 노회에 대한 안건들이 다루어질 예정이었고, 해당 노회 총대로서 노회의 권익을 위해 수행할 나름의 역할 때문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교단 헌법 제 2편(정치) 제 28조 제6항(목회자대물림방지법)에 대한 개인적이 소신 때문이었다.  특히 이 문제가 필자에게 무거운 짐으로 여겨졌던 것은 가히 명성교회와 견줄 수는 없지만, 필자 또한 교회를 개척하여 일생을 바쳐 나름 반듯한 예배당도 갖추고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필자의 아들 또한 소명을 받아 신학을 연마하고 있는 터이기에 어찌 보면 비슷한 입장에서 세습 문제를 예이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박상기 목사의 <다시 주님의 교회로> 

그즈음 필자는 다시 한 번 교회관을 정리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그래서 어머니가 쥐어준 1원짜리 동전을 손에 쥐고 동생 손을 잡고 먼 신작로를 따라 다녔던 ‘용성교회’(현재 신성교회)로부터 시작하여 교회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온라인에 담담하게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글들은 「다시 주님의 교회로」(쿰란출판사)라는 제목으로 한 권 책으로 묶였다. 그 안에는 ‘교회의 주인은 누구인가?’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그래도 교회가 희망이다’ ‘교회의 신앙고백 점검’ ‘우리가 꿈꾸는 교회’ 등의 주제들이 고백적으로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오롯이 필자의 교회관에 대한 고백이며 혹 변질이 될까봐서 교인들에게 필독서로 읽히고 토론까지 하였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얘기라 지겹기까지 하지만 다시 또 되짚어보게 되는 것은 ‘세습방지법(목회자대물림방지법)’은 우리 교단뿐 아니라 모든 교회가 가져야 할 선언적 고백과 같은 법이다. 우리 교단은 감리교단의 세습 문제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 민감하게 대두될 때 감리교단에 이어 두 번째로 ‘세속방지법’을 만들었다. 2013년 바로 명성교회에서 개최되었던 제98회 총회에서 7개 노회 헌의안이 총대 1033명 재석 중 870:81(84%) 찬성으로 가결되었고, 이듬해 총회에서 개정을 완료하고 노회 수의 과정을 거쳐 2014년 12월 8일에 공포된 법이다. 이 법이 공포된 후 장로교 최대 교회인 명성교회가 주목을 받게 되었고, 설마 하던 일은 결국 현실로 일어나고 말았다. 그 후 교회 세습은 뜨거운 이슈가 되어 교계와 사회의 이슈를 삼켰으며, 그 중심에 바로 우리 교단이 있고 지금까지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 예장통합 제 107회(2022년) 총회 모습

세습에 대한 신학적인 해석은 차치하고서라도 엄연히 헌법이 있고, 법 앞에 누구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기본 상식이 짓밟히는 상황에서 양식 있는 교회와 목회자는 분노했고, 들불처럼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소명을 받아 선지동산에서 경건과 학문을 연마해야 할 신학도들조차도 수업을 중단하면서까지 피켓을 들고 세습 중단을 외쳤다. 그러나 막강한 금권과 권력으로 똘똘 뭉친 명성교회는 끄떡하지 않았고, 명성교회에 호의적인 교계 인사와 어용 언론의 엄호를 받으며 지금까지 계속 버티고 있다. 교회는 세상을 구원하고자 주님이 핏값으로 세우신 거룩한 공적 기관이며, 공적 공동체다. 그런데 연간 400억 원 이상의 헌금이 걷히는 초 대형교회를 엄연히 세습방지법이 있음에도 자식에게 물려준 현상을 세상은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세상적인 기준과 상식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일을 교회가 저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의 거룩성과 그간 쌓아 올렸던 선한 영향력은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상처를 받았고 무너져 버렸다.

교단은 엄연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법을 유독 명성교회에만 적용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다가 제104회 총회에서 결국 ‘법을 잠재(潛在)한다’는 듣도 보도 못한 표현을 동원하여 ‘명성교회 수습안’을 결의해 버렸다. 명성교회만은 예외로 하자는 것이었다. 이 수습안이 통과된 후 교단은 돈과 권력 앞에 꼼짝 못 하는 교단으로 각인되어 버렸다. 그렇게 졸속 처리된 수습안을 철회해 달라는 헌의가 해마다 계속되고 있지만 명성 측 관계자들로 인해 번번이 거부당한 채, 급기야 그럴 바엔 아예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을 폐기해 버리자는 헌의안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그렇게 명성교회에 발목이 잡혀있는 동안에 교회는 헐렁해진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면서 각자도생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교단은 법과 현실에 교묘하게 타협하며 회색지대에서 방황하고 있다.

총회를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기도하던 중 자꾸만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금송아지 사건으로 하나님께서 진노하셔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진멸하려 하실 때 하나님을 말리던 모세의 기도 모습이었다. “여호와여 어찌하여 그 큰 권능과 강한 손으로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신 주의 백성에게 진노 하시나이까 어찌하여 애굽 사람들이 이르기를 여호와가 자기의 백성을 산에서 죽이고 지면에서 진멸하려는 악한 의도로 인도해 내었다고 말하게 하시려하나이까 주의 맹렬한 노를 그치시고 뜻을 돌이키사 주의 백성에게 이 화를 내리지 마옵소서”(출32:11-12). 영향력 있는 일개 교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이 법 때문에 수년 동안 세상의 지탄만 받아오다가 급기야 결국 이 법을 폐기하려는 모습이 마치 애굽이 비웃을 일이고, 세상이 조롱할 일이라는 마음이 부어졌다.

   
▲ 빛내리교회(박상기 목사 시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깊이 있는 연구도 없이 법을 만들었다가 결국 이 법을 폐기해 버린 것처럼 비추어진다면 세상은 더 이상 교회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에 어깨가 짓눌렸다. 개인적으로는 만일 제107회 총회에 세습방지법 폐기가 이루어진다면 “나는 아닙니다”라는 공적인 발언으로 내 발을 흑(黑) 역사(歷史)에서 빼내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님을 말리던 모세의 심정으로 소신 발언을 준비했다. 첫째 날 저녁 식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회의장에 지각 입장을 했다. 벌써 회의는 진행 중이었고 헌의안 보고를 하고 있었다. 총회에 접수된 수습안 철회 헌의안을 처리해 달라는 7개 노회 헌의안 처리에 대해 논의를 하던 중 흐름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얼떨결에 소신 발언을 해버렸다. 이에 총회장이 정치부로 보낼 헌의안 처리에 대한 건이라고 바로 잡아 주었지만 어쨌든 그 시간 후에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발언 기회가 없었고, 맥락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었기에 나름 발언 타이밍이 적중했다고 자평한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교회가 위축되고 영적인 분위기도 식어가는 즈음에 세상에 대한 교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영적인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살핌과 동시에 교회를 향한 세상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강력한 도전 앞에 서 있다. 그 같은 차원에서 명성교회 세습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고, 교단은 법대로 명성교회를 처리해야 한다. 이에는 그 어떤 프레임이나 진영논리, 그리고 사심이나 공명심도 배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순수한 마음을 왜곡하는 일부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의 ‘내로남불식’ 행태가 참으로 구역질나게 거북스럽고 불쌍하기까지 하다. 흑백논리나 진영논리만으로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며 명예를 훼손하는 비상식이 도를 넘는다. 필자는 그들을 교회의 적폐, ‘교회의 공공의 적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음해를 분연히 거부할 뿐 아니라 행태가 더 이상 지나치다 싶을 때는 공공의 이름으로 맞서게 될 것이다. 이미 파다하게 퍼져있는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만으로도 충분히 정죄되고 심판받고 있는 것일진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그들에 대한 불쌍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와 교단 헌법을 지켜내는 일은 어쩌면 교회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 따라서 누구든 중간지대에서 눈치를 살피며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비겁한 일이며, 누군가가 피 흘려 차려놓은 밥상에 은근슬쩍 숟가락만 올리는 간신들은 없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역사는 지나면 자연스럽게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지만, 그보다 앞서 오늘 하나님이 어떻게 평가 하실 지를 살피고 담대하게 행동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를 세워가는 일은 단회적인으로 그쳐서도 안 될 일임을 알기에, 한때 제철 만난 듯 마치 투사처럼 떠들던 사람들이 가장 필요하고도 중요한 시기에 침묵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진정성에 의심을 갖게 된다. 지상에 세워진 하나님 나라 모형인 교회를 통해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하나님의 것임을 선포하며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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