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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소송금지법안 부결의 의미
오총균 목사의 논단
2022년 09월 26일 (월) 10:22:54 오총균 목사 skoh1112@hanmail.net

오총균 목사/ 한국특화목회연구원장. 시흥성광교회 담임, 한국목회자후원센터장, 정왕영재교육원이사장,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목회전문 박사

   
 오총균 목사

 
1. 서론

지난해 9월 28일 한소망교회에서는 예장 통합교단 제106회 총회(총회장/류영모 목사)가 열렸다. 그 총회에서 헌법위원회는 일명 「국가기관소송금지법」이라는 헌법 조문 2개의 신설 개정안을 제안했다.

①첫째는 “총회재판 없이 혹은 총회재판 중 또는 총회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국가기관(경찰, 검찰, 법원)에 고소, 소제기, 가처분신청 등을 하는 행위”라는 헌법 권징 제3조(권징의 사유가 되는 죄과) 제16항의 신설 개정안이었다. ②둘째는 “총회재판 없이 혹은 총회재판 중 또는 총회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국가기관(경찰, 검찰, 법원)에 고소, 소제기, 가처분신청 등을 제소한 자의 소속 치리회는 반드시 기소하여야 하고 기소 후 재판에 의해 면직 출교처분을 한다.”는 헌법 권징 제13조의 1항의 신설 개정안이었다.

1년간 입법안을 연구한 총회 헌법개정위원회는 신설 개정안을 제107회 총회 본회에 상정했다(2022.9.21). 여기저기서 국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기본권)을 어떻게 제한할 수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표결 결과 해당 입법안은 292:715로 부결됐다. 교단 입법자의 의중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 불가로 드러났다. 야심차게 「국가기관소송금지법」을 제정하여 교단 내 사건을 사회 법정으로 가져가지 못하도록 이를 막으려 했던 교권주의자들의 의도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해당 입법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2. 문제점을 지닌 해당 입법안

   
 

이 입법안과 관련하여 필자는 지난해 10월 12일 자 「한국기독공보」 기고문에서 해당 입법안과 국민에게 부여된 재판 청구권(국가 헌법 제27조 제1항)이 서로 충돌할 여지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여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종교단체가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종교단체가 내린 처분과 판결이 국가기관에 가서 뒤집히는 일이 없다면 굳이 국가기관에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으며, 이 법안은 자칫 힘 있는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음을 지적했었다. 그리고 국민으로서의 재판 청구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면직, 출교하여 억울한 직원을 양산한다면 이것이 자칫 교단 분열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나아가 해당 입법안과 교단 헌법의 국가기관 관련 기존 조항들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하여도 우려한 바 있다. 현행 교단 헌법 가운데는 국가기관의 판결이나 결정을 인정하는 조항들이 있다.

①헌법 권징 제3조(권징의 사유가 되는 죄과) 제7항, “파렴치한 행위(성범죄 포함)로 국가재판에 의해 금고(성범죄의 경우는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범죄행위(양심범의 경우는 제외됨)”, ②헌법 권징 제123조(재심사유) 제8항, “재판국의 확정판결이 국가법원의 확정 판결에 의하여 무효가 된 경우”, ③헌법시행규정 제73조(재심청구) 제2항, “헌법 권징 제123조 재심사유 중 제1항-제5항에서 증명된 때라 함은 그 증명이 공공기관의 증명이나 국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한 것을 말한다.” 등이다.

신설하려는 헌법이 기존의 교단 헌법과 충돌할 경우, 법적 안정성이 해쳐져 교단 공동체의 혼란과 분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법적 안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당 법안의 세심한 연구가 필요함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총회 헌법개정위원회는 국민 기본권 침해 소지의 해소 없이 해당 입법안을 본회에 상정했다가 결국 부결(否決)이라는 된서리를 맞고 말았다.
 

3. 해당 법을 제정하려는 이유

교단 총회가 ‘국가기관소송금지법’을 입법화하려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제104회 총회에서 결의한 총회 수습안 제7항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총회 수습안 제7항에서 “이 수습안은 법을 잠재하고 결정한 것이므로 누구든지 총회헌법 등 교회법과 국가법에 의거하여 고소, 고발, 소제기, 기소제기 등 일절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을 잠재하고 결정하는 수습안이기 때문에 어떤 소송도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수습안에는 소송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만 있을 뿐, 소송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모든 소송을 금한 상황에서 실제 소송을 강행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행위에 대하여 강제력을 동원하여 처벌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총회결의에 대한 실효성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실제로 소송을 금지한 총회결의에도 불구하고 이 수습안 제7항에 반하는 ‘총회결의무효확인소송’, ‘대표자지위부존재확인소송’이 각각 국가 법원(서울지방법원)에 제기됐다. 그 결과 총회결의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리하여 헌법위원회의 제안으로 교단법 최고형의 책벌(면직, 출교)로 처벌하는 내용의 입법화가 추진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107회 총회는 해당 입법안을 압도적인 표차(421표차)로 부결시켰다. 이제까지 교단 총회가 결정한 사항 중 가장 잘한 결정으로 국가기관에로의 소송 제기를 차단하려는 의도는 처참하게 무산되었다. 그 결과 제104회 총회에서 ‘소송제기 금지를 의결한 수습안 제7항’과 제107회 총회에서 ‘국가기관소송금지법의 부결 결정’이 서로 상존(尙存)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고 치리회(총회) 내 동급 결정이 서로 상충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선순위 효력을 규명하는 일이 교단 현안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4. 해당 입법안 부결의 의미

제107회 총회의 ‘국가기관소송금지법안’ 부결로 제104회 총회의 결정(국민 기본권 부정)과 제107회 총회의 결정(국민 기본권 승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양 결정의 우선 효력 여부를 규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은 다음 두 가지가 적용된다.

첫째는 ‘신법우선주의원칙’이다. 교단 헌법시행규정 제3조 제2항은 동급 중 신법(新法)이 우선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제107회 총회결정이 우선 효력을 지닌다. 둘째는 안건의 중요성이다. 제104회 총회 수습안을 의결했던 ‘일반 안건’의 의결정족수는 출석 과반의 찬성을 요한다(치리회 회의규칙 제41조). 이에 반해 제107회 ‘헌법 개정안건’ 의결정족수는 출석 3분의 2 찬성을 요한다(교단 헌법 제102조 제1항). 따라서 제107회 총회결정의 효력이 우선한다. 이 같은 사실을 전제로 살필 때 제107회 총회에서 처결된 국가기관소송금지법안의 부결은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신기하게도 ‘국가기관소송금지법’ 신설 개정안 부결은 국가 법원 소송을 금한 수습안 제7항을 삼켜버렸다. 또한 수습안 제7항에서 명시한 법의 잠재를 기속(羈束)해 버렸다. 그리하여 총회 수습안 제7항은 사문화되고 그 효력은 소멸되어 버렸다. 입법자의 기능을 무력화(법의 잠재)시킨 제104회 총회 수습안 결의(제7항-소송제기 및 이의제기 금지)는 도리어 역으로 무력화되고 초토화되어 버렸다. 이로써 총회결의로 잠재했던 모든 법의 효력은 본래대로 회복되었다.

결국 교단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세습방지법)을 잠재하고 교단 헌법 정치 제28조 제2항(일반청빙법)에 의거하여 진행되던 해당 교회 위임목사 청빙 절차에 대한 국가 법원의 판단은 재고(再考)를 요하게 되었다. 국가기관의 소송을 승인한 제107회 총회결정이 국가기관 소송을 금한 제104회 총회결의를 능가한다는 사실을 절묘하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5. 법을 잠재한 결정의 위법성

본 교단의 어느 저명한 법학자는 총회 수습안 제7항에서 잠재한 법이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으로 특정한 바 없기 때문에 해당 법조문만을 잠재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여기서 잠재한 법은 모든 헌법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정상 국가나 종교단체에서 법을 잠재하는 일은 국헌문란에 해당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형법 제87조, 제91조). 따라서 법을 잠재한 총회의 결정을 국가 법원이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헌법의 시행유보나 효력정지(법의 잠재)’총회결의로 할 수 없도록 별도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헌법시행규정 제4장 제7). 총회가 3분의 2로 결의하여 노회 수의 과반을 거쳐 입법 완료한 헌법은 총회 과반으로 의결하는 총회결의로 잠재할 권능이 없다. 그러함에도 국가 법원이 수습안 제7항에 의거하여 법의 잠재를 수용한다면 비법(非法) 세계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비법(非法)은 법치를 지향하는 사법체계에 반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이 불가하다. 이를 수용할 경우,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현명한 재판부라면 이 점을 간과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비법(非法)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 헌법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법(法)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국가 헌법 제27조 제1항). 법이 정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해야 한다(국가 헌법 제103). 법을 벗어난 비법(非法)에 근거한 심판은 그 심판의 정통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심판에 대하여는 재판부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그(사회법과 교단법에 정통한 법학자)는 또한 교단 ‘헌법’에 제2편 ‘정치편’과 제3편 ‘권징편’도 있지만, 제1편의 ‘교리편’과 제4편 ‘예배와 예식편’도 있다며, 법을 잠재한 총회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만일 국가 법원이 법을 잠재한 총회결정을 수용하고 그 사실을 전제로 사건을 심판한다면 이는 교리와 예배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하게 되어 종교기능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그리되면 법을 잠재하고 결의한 제104회 총회결의 자체도 법적 근거가 소멸되어 결국, 원인 무효가 됨을 면할 수 없다.
 

6. 결론

종교단체에 대한 국가 법원의 판결은 중요하다. 제107회 총회에서의 ‘국가기관소송금지법안’ 부결은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교권의 횡포로부터 보호하려는 입법권자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이해된다. 국가는 국민에게 부여된 행복추구권에 침해 입는 일이 없도록 이 불가침의 기본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국가 헌법 제10). 국가 법원은 판결로서 이 불가침의 기본권을 지켜 주어야 한다. 이것이 무너진다면 해당 종교단체에 속한 피해 국민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 헌법에 반하는 것으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법을 잠재한 종교단체의 결정을 국가 법원이 용인한다면 교단 헌법의 ‘시행유보나 효력정지’를 총회결의로 할 수 없도록 금한 법(법원의 판결, 명령으로도 금한 법)을 국가가 잠재하는 것이 된다. 국가 법원이 법을 잠재한 종교단체의 결정을 수용한다면 법의 잠재를 국가가 승인하는 것이 된다. 그리되면 해당 종교단체에서의 법의 잠재는 계속될 것이고, 법치를 벗어나 자정능력을 상실한 종교단체는 표류하며 끝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에 국가 법원은 해당 종교단체가 기존의 결정을 뒤집는 새로운 결정을 내린 그 의사를 반영하여 ‘법치’가 회복되도록 사법부의 역할과 기능을 다해 주어야 한다. 법을 잠재함으로 비법(非法)의 늪에 빠진 종교단체를 구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판결을 내려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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