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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면 되겠니?
이원좌 권사의 시
2022년 08월 23일 (화) 10:32:20 이원좌 권사 webmaster@amennews.com

얼마면 되겠니? /이원좌

 

어떻게 잘 있나 하고
그녀의 집에 들렀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는데
그녀가 내 가방쪽을 흘깃 쳐다본다 여러 번

마침내 화장실에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좀 전에 그녀의 태도가 생각나서

내 가방을 한 번 쳐다본다
별일 없을까 내 가방
에이 ~
무슨 일 있겠어
그렇다고 가지고 들어갈 수는
없잖은가 아는 처지에

그리고 일 보고 나와서 보니
가방이 내가 놓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나머지 이야기를 마치고 가려고
까만 가방을 들었는데
아! 뭔가 변해 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나는 거의 화내는 표정으로
가방을 들이대며

이러지 말랬지!
봉투 하나를 꺼내 그녀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그녀는 난처해하며
그냥 가시지 뭘 그렇게 보셨어요 한다

내친김에 봉투를 열어보니
한 오십만 원쯤 되는 것 같아

아픈 그녀를 위해 장을 봐다 주는
내게 고마움의 표시를 하고픈 거

그 오십만 원은 보통사람의
오백만 원이나 마찬가지다

들킨 것을 아쉬워하며
어떡하든 다시 주고싶어 하는
그녀와 실랑이를 하다가
떽! 하고 정리를 했다

인생은 어떤 호의를 지속적으로
받다 보면 습관이 되고 무뎌진다

같은 만원이라도 어떤 이는 자기 돈은 십만 원으로
가치를 높이고 다른 사람의 만원은 천원으로 가치를 깎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녀는 항상 처음처럼
감사를 안다

그러니 어찌 내 마음이 식을 수 있겠는가
수십 년을 이어오는 이유다

병 중이라 핼쑥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지난 주에 왔으면서도
오랜만에 온 것처럼 잘 지냈냐고 묻는다

내가 백내장 수술을 받아야 해서
미리 찾아 본 거다

병마와 싸우는 그녀는
입맛이 없어 못먹고 또는
병원에서 금하는 음식은 먹지못해
참으로 힘겹게 버티는 중이다

추석 선물세트와
버섯과 깻잎김치
단호박과 복숭아 무공해 초란알 그리고 청귤 등
안타까움에 좋은 식품을 구해서
차에 실어 가져다주는데

이번에는 시중에 없어 구하지 못한
불루베리와 골드키워를 못 가져와서
안타까웠다

좋은 인연이란 무엇인가
내가 도움받는 거?
아니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오랜 세월 그 사람이 진심 잘되기를 바라며
지켜봐 주고 어려울 때는 언제라도 손잡아 주는ᆢ
그런 인연도 좋은 것 같다

그녀의 마당에 심은 몇 개의 고추 줄기에서
고추가 열렸을 때
신기해하며 고추를 딴 적이 있다

그 다음 해에 전화가 왔다
고추가 열렸으니 따가라고
판교에서 거리가 있어
휘발유값이 얼만데 ㅋ

그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서 따왔다
장에 가면 이천 원어치쯤 될까?
그런데도 그녀의 마음이 고맙고
행복했다
그래서 내 삶은 풍요다 ~

   
▲ 이원좌 / 동숭교회 권사, 종로문학 신인상 수상, 시집 <시가 왜 거기서 나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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