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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따뜻한 복숭아
최세호 목사 단상
2022년 07월 19일 (화) 10:58:11 최세호 목사 webmaster@amennews.com

최세호 목사/ 대구송정교회(예장합동) 담임목사

   
 최세호 목사

  9년 전 겨울 부산,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때아닌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했다. 한겨울에 여름 과일 복숭아가 왠 말인가.. 난감해 있던 차에, 마침 집 근처에 사시던 처외삼촌이 그 얘기를 듣자마자, 냉장고 안에 복숭아가 있다고 하시며 얼른 꺼내 오셨다. 복숭아를 너무 좋아하셔서 하나씩 꺼내 드시려고 여름부터 김치 냉장고에 잘 보관해 두신 복숭아가 몇 개 있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오랜 시간 아껴두셨던 귀한 복숭아를 흔쾌히 꺼내 손에 쥐어 주셨다. 복숭아를 받아 든 우리보다 더 좋아하시면서 뿌듯해 웃으시던 외삼촌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조카가 복숭아를 맛있게 먹어줬으면 하고 진정 바라는 마음이셨으리라.

그렇게 아내는 한겨울에 복숭아를 먹게 되었다. 작년 설 명절 전날, 외삼촌께서 돌아가시고, 이제 김치냉장고에는 철 지난 복숭아는 없을 것이지만, 여름마다 복숭아를 보면, 외삼촌이 쥐어 주신 철 지난 복숭아가 생각난다.

   
 

나는 아껴뒀던 소중한 복숭아를 흔쾌히 내어 주며, 받는 자보다 더 좋아서 웃음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얼마나 있는지 들여다본다. 그 복숭아가 더 맛있는 복숭아가 되는 때는, 냉장고 속에서 꺼내 필요한 이의 손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줄 때다. 내 시간, 내 열정, 내 물질, 나의 것을 나눌 때, 나는 얼마만큼의 사랑을 담아 나누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교회 안에는 수많은 아픔, 고통, 걱정, 병듦, 슬픔, 죽음 등 안타까운 사연들을 듣는다. 그때마다 나는 어떻게 섬길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섬겨야 할까? 예수님의 마음으로 목양하려면 내 마음이 얼마나 더 넓어지고 깊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하지만 한 번 더 진실되려고 애쓰는 이유는, 하나님이 나를 조직을 관리하는 자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한 가족, 한 형제, 한 자매를 사랑하도록 부르셨기 때문이다.

빌립보교회는 에바브로디도를 로마 감옥에 있는 바울에게 보냈을 때, 죽을 병에 걸리게 된 에바브로디도를 심히 걱정한다. 반면, 에바브로디도는 자신이 병든 것을 빌립보교회가 알고 심히 근심하고 있다는 걸 알고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에바브로디도를 살려주셨을 때, 바울은 에바브로디도가 자신을 섬기게 하기보다는 빌립보교회가 에바브로디도를 다시 보고 기뻐할 것이라며 그를 급히 빌립보교회로 보낸다. 이 얼마나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이 큰가? 그들의 사랑은 정말 애틋하다.

또 바울과 줄곧 함께 사역하며, 마지막까지 그의 곁을 지켰던, 자신의 영적인 아들로 생각할 정도로 가까웠던 디모데와의 관계에서도 진실된 사랑의 관계를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바울은 디도를 소개하며, 나의 동무, 나의 동역자, 교회의 사자, 그리스도의 영광이라고 한다.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나왔을 때, 바울은 사랑하는 제자 디도가 보고 싶어 불러내 겨울을 함께 보내고 싶어했다.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 지극한 마음으로 아끼는 사람, 디도는 바울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사랑함이 이런 것일 것이다. 단순히 함께 일을 해나가는 차원을 넘어, 내 몸과 같이 형제, 자매를 사랑하는 것. 그 관계가 또한, 삼위일체로 계시며 관계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만드실 때, 주의 형상을 따라, 사랑하며 존재하도록 만드셨다.

사랑하며 사는 것은 하나님이 처음부터 세워놓으신 창조원리를 따르는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다. 하나님의 뜻을 좇아, 그 기쁘신 뜻대로 세워진 교회야말로 그 사랑을 세상 가운데 드러내는 공동체여야 한다.

코로나 전염병이 다시 확산세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이전보다 더 움츠러든다. 이웃의

필요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각자 개인의 일에 더 마음을 쓴다. 그 움츠러든 마음을 무엇으로 활짝 열 수 있을까?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조금 더 주변을 살펴서 마음의 냉장고에 있는 따뜻한 복숭아를 꺼내 나눌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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