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세습금지법 자체를 폐기시키자’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한 노회가 세습금지법 폐기 헌의안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세습 반대’를 외치는 통합 측 목회자들도 움직였다. 통합 목회자들은 세습금지법 폐기 시도를 우려하여 총회 헌법을 수호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는 연속적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 세습금지법 폐기 시도에 대한 대책 토론회가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 주최로 지난 7월 7일 경기도 광주 태봉교회에서 개최됐다.

세습금지법(총회 헌법 28조 6항) 폐기 시도에 대한 5번째 대책 토론회가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대표회장 양인석 목사, 이하 행동연대)의 주최로 지난 7월 7일 경기도 광주 태봉교회(김수원 목사)에서 개최됐다. 발제자로 나선 강치원 목사는 총회 헌법 해석과 법 제정을 보다 신중하게 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수원 목사는 총회 헌법 폐기가 변칙적으로 시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오총균 목사는 ‘명성교회 대표자 지위 부존재 소송’의 의미를 분석했다.

▲ 강치원 목사

강치원 목사(책읽는교회)는 총회 헌법 해석과 법 제정을 보다 신중하게 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중세교회의 법령을 살펴보았다. “편법과 불법으로 세습을 할 때마다 지역 종교회의나 공의회에서는 끊임없이 ‘안 된다’고 반대하며 세습 관련 사제의 면직을 결정하고 선언했다”고 알렸다.

강 목사는 ‘독신제 강화’로 세습을 막으려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제나 주교가 혼외로 자녀를 낳는 편법이 기승했다. 이에 교회는 그들을 ‘교회의 종’이라고 부르며 상속을 받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사제들은 자기 아들에게 ‘교회의 종’이라는 노예 신분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자유 신분의 여인과 결혼하여 낳은 아들을 ‘자유인’이라 주장하며 상속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한다. 중세 교회는 이런 꼼수에 사제와의 관계에서 낳은 모든 아들은 ‘교회의 종’이라고 결정으로 대응했다. 또한 “사제의 아들은 사제가 될 수 없다고 선포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한 법학 교수가 ‘사제의 아들들 중에 교황의 자리에까지 오른 이들이 있다’면서 ‘간통을 통해 태어난 자는 사제직에서 금지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법령에 넣음으로써 사제의 아들이 사제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황도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강 목사는 이런 점에 주목하며 “총회법이 잘 되어 있어도 ‘나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하면서 편법을 행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총회 헌법 해석과 법 제정을 보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습금지법을 폐지하자는 헌의안과 관련해서 총회가 보일 모습을 예상하며 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는 “세습금지법을 폐지하자는 헌의안이 1년 뒤인 내년에 결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총회 헌법 폐기가 변칙적으로 시도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 오총균 목사

이뿐만 아니라 토론회에서는 명성교회에 내려진 ‘위임 목사 및 당회장으로서의 지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의 의미를 분석하는 시간도 가졌다. 총회 결의가 효력이 없다는 점과 상위 기관의 규정이 하위 기관의 정관에 우선한다는 점 등이다.

오총균 목사(시흥성광교회)는 ‘지난 1월 ‘위임 목사 및 당회장으로서의 지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총회 결의가 행정적으로 효력 없다고 판결 ▲목회자 대표권도 사법 심사 대상이라는 판결 ▲상위 기관의 규정이 하위 기관의 지교회의 정관에 우선한다는 판결 등이다.

이와 함께 오 목사는 통합 교단의 과제도 언급했다. 그는 “(통합 교단은) 법을 만들어 놓고 뭉갠 교단이 아니라 자정능력을 가진 교단이 됐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법을 잠재하려는 방법은 안통한다’는 사실을 계몽시키는 것이 과제다”라고 주장했다.

강연 이후 참석자들은 각자의 의견을 전달하며 질의와 응답을 이어갔다.

한 참석자는 “명성교회가 세습을 강행하는 이유가 돈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교단의 제어 방법이 없겠느냐”고 묻자 강치원 목사는 “교회 재산의 사유화만큼은 노회와 총회가 안 된다고 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른 참석자는 “‘세습은 성서적이고 세습반대가 비성서적이다’, ‘미자립교회 세습은 허용하고, 자립교회는 불허한 것은 불공평하다’, ‘중대형교회 목회자 자녀들이 세습을 할 수 없기에 신학교에 안 가서 신학교가 미달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알리며 “공교회 혹은 공적 교회라는 관점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교회 세습을 옹호하고 협력한 인사들에 대한 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강경한 입장과는 달리 강치원 목사는 “배제라는 관점보다는 포용하는 관점으로 노회와 총회 차원에서 자숙하는 분위기를 가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광일 목사(행동연대 공동대표, 가락재영성원)는 “우리 모두가 절박감을 가지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면서 “대형교회의 비중은 그 규모에 어느 정도 비례하고 있다”며 대형교회의 동참과 책임을 강조했다.

이승열 목사(행동연대 집행위원장)는 “진주남노회가 세습금지법 폐기 헌의안을 올린 것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전국 교회가 기도하며 협력하기를 바라며 전국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토론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날 서울·경기지역 토론회에 목회자 20여명이 참석했다. 이전에 진행된 토론회에도 그 정도의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토론회 흥행 실패’라는 논조의 기사도 등장했다. 세습 옹호 측의 목소리로 보인다.

이번 토론회는 헌법을 수호하려는 통합 측 목회자들의 ‘노력’으로 보아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미 전남·광주 지역, 전북·전주 지역, 중부(충청, 대전, 강원, 이북) 지역, 경남·부산 지역에서 개최됐다. 이번은 서울·경기 지역 토론회로 5번째다. 앞으로 경북·대구 지역(7월 14일)과 제주도(7월 19일)에서의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