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만 목사 록원교회

로마서 16장을 보면 사도 바울은 평생 동안 전도와 목회를 하면서 잊을 수 없었던 수 십명의 사람들에 대하여 일일이 문안을 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겐그리아 교회의 뵈베와 같은 성도가 있는가 하면 ‘나의 어머니 같다’ 고 말한 루포의 어머니도 있습니다. 그리고 브리스가와 아굴라는 ‘나의 목숨을 위하여 저들의 목숨까지도 내어 놓았던 사람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때나 이제나 아름다운 신앙인들을 보면 감동이 생깁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러한 감동이 점차로 적어진다는 것이죠. 마음이 무뎌지고 각박해진 까닭도 있지만 감동을 줄 만한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제게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부족하지 않고 들어도 싫지 않은 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바로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를 세우신 유경화 장로님(동숭교회 원로장로)입니다.
유 장로님은 이북에서 피난 나오셔서 대전에 머무르시면서 하나님께 서원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축복하여 주시면 제 집보다 먼저 하나님의 집부터 장만하여 드리겠나이다.” 마치 야곱과 같은 서원 기도를 드린 것이죠.

유 장로님은 서울로 올라 오셔서 연탄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연탄 공장이 하나님의 축복 속에 날로날로 번창했죠.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내게 하려고 신설동에 있는 좋은 집을 내일 계약하기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그 날 밤에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셨답니다. 그런데 불쑥 옛날 피난시절에 하나님께 드렸던 서원 기도가 생각이 나는 거였어요. “내게 하나님이 축복하여 주시면 하나님의 집을 먼저 지어 드리기 전에는 내 집을 장만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유 장로님은 ‘내가 하나님께 큰 범죄를 저지를 뻔하였구나’ 하며 다음 날 존경하는 목사님을 찾아가 “목사님, 여기도 땅이 있고 저기도 땅이 있으니 고르십시오” 하고는 은행에 교회를 건축할 수 있는 돈을 다 예치시키고 난 다음에 당신의 집을 계약하셨답니다.

장로님은 그렇게 시작한 교회에는 그림자도 나타내지를 않으셨습니다. 그 까닭은 만약 그 교회에 오시면 하나님의 영광을 대신 받게 될까봐 곁을 지나면서도 오시기를 거부한 거죠.
얼마나 아름다운 신앙인의 모습입니까? 요사이 교회들의 분쟁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 대부분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데서 생깁니다. 유 장로님 같은 분이 참 아쉬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장로님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