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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속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긴급 인터뷰/ 우크라이나 현지 목회자 올랙 목사
2022년 05월 09일 (월) 11:55:46 최은수 교수 webmaster@amennews.com

진행: 최은수 교수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대담자: 올랙 키리쿤 목사/ 우크라이나 까추장카 지역 현지 목회자
 

   
▲ 우크라이나 까추장카에서 찍은 가족 사진

올랙 목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이틀 전인 2월 22일에 진행된 필자와의 긴급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연한 의지를 전해왔었다. 그는 2월 24일에 개시된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의 와중에서 총 6차례에 걸쳐 전쟁의 생생한 상황과 함께 기도 요청을 보내오기도 했다. 올랙 목사는 잠시 다른 사역자에게 모든 일들을 위임하고 천신만고 끝에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유럽의 한 곳에 도착하여 가족과 재회하였고 그곳에서 필자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최은수 교수: 제가 알기로는 우크라이나 곳곳에 폭탄과 지뢰 등 위험물들이 산재해 있다고 들었고 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경을 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그 과정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올랙 목사: 현재 까추장카 마을과 그 주변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곳곳에 대인 지뢰와 터지지 않은 폭탄들이 많이 있어 매순간이 긴장의 연속입니다. 원래는 수도인 키이우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한 형제의 도움을 받아서 국경을 넘을 수 있었고, 거기서 기차를 타고 가족이 있는 곳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 난민을 숙소에 15명이 모여 생활하고 있다. 올랙 목사의 부모, 남동생, 사모, 7명의 아이들, 그리고 이웃에 살던 장애인 노인

최은수 교수: 제가 알기로는 러시아 군대가 빠르게 수도인 키이우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가족이 피난길에 오르기 전까지 대략 15일 정도는 침략군들의 통제를 받고 있었을텐데 당시의 상황은 어떠했나요?

올랙 목사: 까추장카와 이웃해 있는 부차에서 민간인 대량 학살이 자행되었는데, 저희 마을에서도 무차별적인 살육이 있었습니다. 사택이 대로변에 있어서 러시아 군용 차량들이 쉴새없이 이동하였는데, 그 와중에 러시아 군인들이 길가로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총으로 쏴서 죽였습니다. 아울러 러시아와 체첸 병사들이 온 마을을 뒤지고 다니며 우크라이나 병사나 저항 세력이 있는지 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의심을 받거나 이유를 모른 체 총살을 당하는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러시아와 체첸 병사들은 사택이 대로변에 있는 이점 때문에 저를 포함하여 일가족 9명을 집에서 쫓아내고 임시 숙소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제 가족은 근처의 부모님 집으로 갔습니다.

러시아와 체첸 군인들은 마을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곳곳에 폭발물들을 설치했습니다. 저는 러시아 군인들에게 목사라고 신분을 밝혔기 때문에 낮동안 교인들과 마을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함에 있어서 특별히 제재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으로 위험천만하고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만, 제가 이슬람을 신봉하는 체첸 군인들에게 예수님을 믿으라고 복음을 전했습니다. 당시 제 생각에는 선교사로 복음을 전하러 가기도 하는데 제 발로 찾아온 체첸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도 죽지 않고 살았으니 하나님의 은혜지요.

최은수 교수: 참으로 위험한 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목사님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마을에 남아서 사역을 하셨는데, 부모님을 포함한 10명의 가족들은 어떻게 피난을 가게 되었는지요?

   
▲ 우크라이나 까추장카에서 다정하게 찍은 부부 사진

올랙 목사: 수도인 키이우를 중심으로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서 적십자사를 통해 민간인들을 대피시키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를 뺀 나머지 가족들은 적십자사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키이우로 이동했습니다. 당시 모든 다리들이 파괴된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들은 임시로 만들어진 구조물들을 이용하여 강을 건너서 국경으로 가는 버스들이 있는 곳까지 상당한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였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있어서 도보 이동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가족을 태운 버스는 장시간을 달려서 국경을 넘었고 폴란드 수도인 바르샤바와 크라카우를 거쳐서 현재의 피난처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국경을 넘은 다음부터는 기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최은수 교수: 제가 알기로는 목사님이 가족을 만나고 나서 며칠 있다가 우크라이나로 돌아간다고 들었습니다. (이 대화를 들으면서 올랙 목사의 모친은 금방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보이고 울기 시작하였다) 생사가 오가는 전쟁의 소용돌이를 빠져나와서 가족 모두 안전한 곳에서 흩어지지 않고 정착을 잘 하고 있는데, 굳이 그 위험한 상황 속으로 다시 가려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 지금은 난민이 되어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도 숙소의 중앙에 우크라이나 국가를 걸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올랙 목사: 사실 저는 자녀가 셋 이상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의 징집령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제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지 않아도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쟁통에 까추장카는 교회를 중심으로 음식과 의료품을 남겨진 교인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공급하여 왔습니다. 담임 목사인 저를 중심으로 이런 일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위험해도 제가 가서 그런 사역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아울러 까추장카 주변의 교회들까지 목양도 하고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는 사역을 해야 합니다. 저는 기차를 이용하여 키이우까지 이동한 후 키이우에서 까추장카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할 계획입니다. 대략 이틀 이상이 걸리는 대장정이 될 것입니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최은수 교수: 목사님 말씀대로라면 까추장카에 남아 있는 교인들과 교회를 가득 메우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있는 한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중단없이 사역을 하시겠다는 말씀인데요. 목사님은 특별히 차세대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특히 여름에는 썸머캠프를 통해 아이들을 섬겼고, 유스캠프를 열어서 청소년들을 신앙으로 이끌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부족한 가운데서도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있는 한, 그들을 위한 교육 사역까지 최선을 다해서 진행코자 하시는 건가요?

올랙 목사: 사실 많은 사람들이 피난길에 올랐기 때문에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지도할 수 있는 선생님들과 조력자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남겨진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있는 한 그들을 위한 교육 사역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가족들이 안전하게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저는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 교인들과 마을 사람들을 섬겨야지요. 헤어지기 전에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은수 교수: 주님은 우크라이나와 목사님을 위해서 지금도 역사하고 계십니다. 수많은 기도의 동역자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기 때문에 힘내시고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올랙 목사와 대화를 하는 내내 베란다에 걸린 우크라이나 국기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비록 그들이 남의 나라에 들어와 신세를 지고 있는 난민의 입장이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올랙 목사와 가족들이 사진을 함께 촬영하지고 정중하게 요청하였지만, 필자는 전쟁이 끝나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간 후 까추장카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자고 하면서 사양하였다. 난민이 되어 이국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오는 사진이 아니라 피난처에서 나부끼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사진에 담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올랙 목사의 대가족과 피난지에서 식사를 하면서 필자는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음식이 없어서도 아니고 양이 모자라서도 아니라 피난민의 현실이 식욕을 자극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리라. 올랙 목사의 대가족 전체가 대로변까지 나와서 길을 떠나는 필자를 배웅하는데 보내는 이들도 가는 내 자신도 가슴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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