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탁 전(前) 상임이사의 비리혐의로 촉발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장기본부, 이사장 고재식)의 내홍이 장기화되고 있다.

장기본부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2001년 11월. 상임이사인 박진탁 목사가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부터다. 보석으로 풀려난 박 목사는 일선에 복귀했으나 현재까지도 재판이 진행중인 그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난 해 10월 복지부로부터 특별감사를 받은 장기본부는 부적절한 회계운영 및 인사권에 대한 전횡 등 무려 15가지에 해당하는 지적사항을 통보받았다. 복지부는 감사결과의 책임을 물어 박 목사의 사임을 요구했고 박 본부장은 이를 수용해 지난해 11월 25일 전격 사임했다.

하지만 장기본부 노조(위원장 나현집)측은 “사임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사회의 공식적인 해임 절차를 거쳐야 하며 임기 동안 촉발된 엄청난 재정적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반발하는 등 퇴임 이후에도 박 목사에 대한 추궁을 계속하고 있다. 

박 목사가 이처럼 집중적인 표적이 된 것은 그의 운영을 독단과 전횡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실제로 박 목사는 본부장을 겸임하며 장기본부를 수년간 운영해 왔으며 인사권에 대해서도 깊이 간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목사의 퇴임 이후 노조원에 대한 해고 및 징계조치로 인해 노조탄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장기본부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일부에서는 징계위원회 이사들이 박 목사의 측근으로 구성된 만큼 징계의 배후에 박 목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노조측은 민주적 운영과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2월 10일부터 현재까지 90여 일 째 파업중이다.

하지만 장기본부측은 “징계는 복지부의 지시사항으로 행해진 조치였다”며 “장기본부의 정상화를 위해 나머지 징계대상자 33명에 대해서는 주의조치로 끝내는 등 노·사의 협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이같이 양측의 시각차가 확연한 가운데 장기본부 사태가 장기화되자 지난 1월 11일 장기기증인, 기증등록인 등이 중심이 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조영인 목사)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복지부에 장기본부에 대한 재감사를 요구하는 한편 ‘장기본부 정상화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본격적인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현재 비대위측은 신장기증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건강관리기금(1인당 80만원) 1억2천만원이  유용됐다며 박 전 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비대위측은 “신장기증자에 대한 사후조치에 사용되어야 할 기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며 이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기본부 최승주 국장은 “기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은 사실이나 개인적 용도가 아닌 본부의 부족한 활동기금으로 사용된 것이며 현재는 기금이 모두 적립된 상태”라며 “정관을 새롭게 개정해 차후에는 기금을 유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장기본부 사태가 장기화되고 해결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도 커서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장기본부 안팍에서 나오고 있다.

나현집 노조위원장은 “박진탁 전 본부장과 관련된 현 이사들의 퇴진이 정상화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장기본부 최승주 국장은 “이번 일을 거울로 삼아 장기본부가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농성중인 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해 하루속히 사태가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