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우정 기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Kiev, 키예프) 인근의 소도시 부차(Bucha)에서 민간인 시신 수백 구가 발견돼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부차에서 철수한 뒤 이 지역에서 민간인 410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 폐허가 된 부차 지역의 길거리를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수색하고 있다(REUTERS/Zohra Bensemra)

부차 지역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 중 일부는 손이 뒤로 묶여 있었으며 어떤 시신의 경우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시신에서는 고문의 흔적도 발견됐다.

또 시신들을 집단 매장한 매장지가 발견됐으며 부차 지역의 집과 건물들은 폐허가 된 상태다. 수십 구의 시신은 매장되지 못하고 길거리에 방치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살된 민간인 중에는 키이우슬라빅복음주의신학교(Kiev Slavic Evangelical Seminary)의 비탈리 비노그라도우(Vitaliy Vinogradov) 총장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노그라도우 총장은 러시아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부차 민간인 학살을 “집단학살”이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발견된 시신의 손이 등 뒤로 묶여 있었고 일부 시신은 머리가 잘려 있기도 했다”며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고문을 받고 살해됐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도 일제히 러시아군의 만행을 규탄하고 나섰다.

▲ 키이우슬라빅복음주의신학교가 비탈리 비노그라도우 총장의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키이우슬라빅복음주의신학교 페이스북 갈무리 @kievslavicevangelicalseminary)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나토(NATO) 사무총장은 CNN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지난 수십 년간 유럽 대륙에서 볼 수 없었던 무자비한 만행”이라고 이번 사태를 비판했다.

국제형사재판소 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도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UN) 사무총장은 “부차에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사진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조사를 통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뱁티스트뉴스글로벌(Baptist News Global)의 보도에 의하면 부차 지역의 생존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지옥 같은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졌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