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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랑이 아니야
이원좌 권사의 시
2022년 03월 28일 (월) 11:16:59 이원좌 권사 webmaster@amennews.com

 

 
▲ 이원좌 / 동숭교회 권사, 종로문학 신인상 수상, 시집 <시가 왜 거기서 나와> 등

사 년 전의 일이다

오지랖 넓은 김 여사가 누구네 어머니가
병원에 있는데 문병을 가자고 한다

그런데 나는 다른 이야기했다
우리 엄마 병원에 계신지
십년 가까이 되었는데
아무에게도 말 안 했다고

(그런데 내가 가지 않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다)

그 후로 김 여사는 다른 분과 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분들이 어찌나
사랑이 넘치는지 ᆢ

그 중 한 분은 발 마사지 자격증까지 있다
매일 병원 가서는 환자의 발을
마사지 해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꽤 오래 다닌 걸로 알고 있다
거기서 밤도 새웠다나 봐

밥은 교대로 돈을 내어 사 먹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런데 너무 길어진 거야
인생의 연약함이 드러나는 거

무슨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늦게 오면 난리가 난다는 거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은혜받으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약속한 적도 없는데)
시간을 지켜줘야 하잖아요 ~

환자의 딸한테 그런 말을 발 마사지 한 분이 들었다며 어이없어 한다

무슨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순수하게 도우러 간 사람이 밥값을 내고
정작 딸은 자기 차례 때는 고구마나 빵이나 주점버리(주전부리)로 때웠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그 딸을 안다

거슬러 생각해 보니 팔 년쯤 된 것같다
주일 예배 끝나고 사람들 만나 식사하고
차 마시고 오후 예배 마치고
집에 갔다

그 때는 가게를 할 때다
집안에 들어서 가방을 바닥에 놓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그 환자의 딸이다
받으니 다급한 목소리로
병원인데 교통사고로 왔다고
와 줄 수 없냐고 묻는다

일하는 직원도 퇴근시키고 해야 하는데 ᆢ
친한 사이도 아니건만
얼마나 급하면 그럴까
하는 수 없이 병원에 갔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녀는

엑스레이 찍고 무슨 무슨 검사를 한다고
기다리는 중이란다

휠체어를 밀고
그녀가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기의
밍크목도리가 없어졌다고 난리가 났다

휠체어에 앉았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 마구 걸어 목도리를 찾으러 다니는 거 아닌가
나는 황당했다

걸어 다니는 것도 그렇고
더 한 것은 밍크 목도리를
내 탓으로 돌리는 것도
심지어는 나를 의심하는 듯한(?)

나는 의식적으로
내 가방을 그녀 앞에서 활짝 열어
뭔가를 찾는 듯이 보여주었다
그런 스토리가 있었다

그래서 단호히 병문안을 거절한 것이다

그 후에 그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궁금하면 오백원 ㅋ

그 후에 그들은 원수가 되었다

그런데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그 딸은 나한테는 친절하다
왜냐면 너무 가깝게 지내지 않아서다

다시 말하면 돕지 않아서다
얼마나 역설적인가

요즘 드는 생각은 습관되면
선물이 아니다
고마움이 아니다

누군가 처음에 호의로 선물을 주면
얼마나 기뻐하는가

여러 번 계속되면 더욱 좋은 거 아닐까!
그런데 습관처럼 자주 있는 일은 "그냥"이다
조심할 일이다

선물이라고
포장 멋지게 한 것만을 생각지 마라
아무 댓가 없이 그냥 받는 것은 모두 선물이다

안타까움에 그 딸한테 이야기했다
부모한테 그렇게 잘 했는데
고맙지 않냐고?
그랬더니 더 이상 말하지 말란다

단, 한 번의 병문안으로 그쳤다면 어땠을까
단언컨대 절친이 되었을 거야

거의 한 달을 발 마사지 서비스를
했다는 것 같다
오랫동안 고마움은 안되는 건가?

그 발 마사지했던 사람은
지방으로 떠났다
얼마나 성처를 받았을까

그런데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한 동안 그 딸이 안 보이는 듯했다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은 교통사고 났다고ᆢ
그런가 보다 했다

그 후 한참 지나고 나서
카페에 앉아있는데 그 딸이 나타난 거야

사고당한 때 난 흉터라며 옷을 걷어서 손과 팔을 보여준다 장애를 입은 거야
차는 폐차를 하고

그런데 사람이 바뀐 것 같아
지난 삶을 회개를 많이 한다는 거야
여유 있는 모습으로 보기 좋았다

사고 후 처음에는 원망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다
그러다가
그동안의 틀어진 인연들에서 易地思之(역지사지)의 입장을
생각해 본 것이다

믿음의 사람들은 안다 무슨 뜻인지 ᆢ

주변을 둘러보라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자주 보는 관계되는 인연들과 역할을 바꿔
생각해 보라

잘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자
그래야 그들이 더욱 범위를 넓힐 것 아닌가

좋은 인연과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세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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