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기독교연합기관들의 통합 시도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 이하 한기총) 임원회에서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류영모, 이하 한교총)과 합의했던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 합의서’(이하 기본합의서)를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 지난 2월 18일 한기총 한교총 기관 통합 합의서 채택 모습(CBS 동영상 캡쳐)

한기총은 지난 7일 오후 2시 한기총 회의실에서 임원회를 열고 한교총과 채택했던 ‘기본합의서’를 무기명 비밀 투표 표결에 부쳐 재석 31명 중 찬성 14명 반대 17명으로 부결시켰다. 이날 부결의 원인으로는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가입 교단 배제 문제로 알려졌다. 한기총은 지난 해(2021) 11월 11일 임원회에서 한교총과의 통합 논의 시 WCC에 가입된 교단을 배제하라는 내용을 전달하기로 결의했었다. 당시만 해도 WCC 가입 교단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도 포함되어 있어 한기총이 이 두 교단을 배제하라고 요구한 것은 결국 한교총과 통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한기총과 한교총은 지난 1월 27일 양측 통합추진위원회의 공식 모임을 갖고, 이후 2월 18일에 ▲상호존중 ▲공동리더십 ▲플랫폼 기능을 3대 기본원칙으로 적시한 통합 기본합의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사진 참조). 이후 두 연합기관의 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번 한기총 임원회의 ‘기본합의서’ 부결로 인해서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강석 목사(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가 한교총 내부에서의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두 연합기관의 통합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 합의서 내용

한기총 임원회에서 ‘기본합의서’를 부결시킨 원인은 무엇일까? 한편에서는 WCC 가입 교단을 배제하라는 임원회의 결의 내용이 한교총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한기총 내부에서 제기됐다고 보도됐다. 홍재철 목사(한기총 전 대표회장)는 결의 내용 전달 문제와 관련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기총이 “한교총에 공문으로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고 알렸다. 만약 임원회에서 결의한 대로 한교총에 WCC 가입 교단 배제 의견을 전달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이번에 한교총과의 통합을 위한 ‘기본 합의서’가 부결됐을까? 한기총이 한교총에 WCC 가입 교단을 배제하라는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한기총 역시 한교총에서 제기한 이단 관련 교단들을 탈퇴시켜야만 했다. 이러한 점은 누가 보더라도 무리하고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다른 한편에서는 통합 후 대표회장의 지위 문제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기총 내부에서는 소속 교단들이 대형 교단이 아니더라도 대표회장 자리에 오를 기회가 많지만, 한기총-한교총 통합 기관에서는 대표회장 자리를 맡기가 어려운 현실에 기반한 주장이다. 한교총 내부에는 대형교단과 대형교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 기관에서의 대표회장 자리는 그들에게 돌아갈 개연성이 크지 않다. 실제로 한교총은 지난 해 대표회장(소강석 이철 장종현) 세 명이 모두 예장(합동), 감리교, 예장(백석)이었으며, 올해 한교총 대표회장(류영모) 역시 예장(통합)이다.

이유야 어떻든 한기총 임원회에서 한교총과의 기본 합의서를 부결함으로써 한기총 안에 한교총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숫자가 더 많다는 사실만 드러났다. 따라서 당분간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 논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기총은 4월 말 새로운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실시하기로 해서 새로운 대표회장의 연합기관과의 통합 의지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신평식 사무총장(한교총)은 기자와의 전화를 통해서 “회장 선출을 4월말에 한다고 하니 그 후에나 통합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알렸다.

이번 사태에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지난 해 11월 한기총 임원회에서는 한교총에서 제기한 이단·사이비 관련 3개 교단에 대해 6개월 간 행정 보류를 결의한 바 있다. 이 6개월 기간이 4월 임시 총회 후에 만료된다는 점이다. 별 다른 결의가 없다면 3개 교단은 한기총에서의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게 된다. 이는 한기총-한교총 통합 논의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