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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응원가/ 특별한 장례식
2022년 03월 04일 (금) 11:36:11 최재하 목사 webmaster@amennews.com

최재하 목사 / 예수사랑의교회

   
▲ 최재하 목사

 큰 아버지는 99세를 사셨다.

큰 아버지는 자식이 없어 사찰에 재산을 헌납하고 노후를 의탁했었다.

장례식이 진행되기 앞서 형님과 내가 주지 스님을 만나러 갔다.
내가 나를 소개했다.

"저는 예수사랑의교회 목사입니다."

주지 스님도 자신을 소개했다.

"목사님 가운데 나도 친구가 많습니다."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기독교계 거물들을 들먹이며 함께했던 활동들을 나열했다.
주지 스님이 자기 소개를 끝나자 형님이 말했다.

"스님, 큰아버지께서 맡기신 돈의 일부만이라도 돌려주십시오."

주지 스님이 말했다.

"안 됩니다. 남아 있는 돈은 49제 때 사용해야 합니다. 49제에 모시는 스님들 교통비라도 드려야 합니다."

   
 

그러나 형님도 물러설 마음은 없어 보였다.

"큰아버님께 이미 들어간 돈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의금도 들어온 게 없는데 장례비는 다 어떻게 합니까?"

주지 스님도 완강했다.

"내줄 돈이 없다니까요, 내 개인 돈이나 내주면 모르겠지만..."

내가 그 말을 낚아챘다.

"네, 스님 그렇게 해 주세요."

아마도 주지 스님은 우리가 '아이구 스님 저희가 어떻게 스님의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할 줄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늘 당장 계산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49제 때문에, 그것도 49제에 순서를 맡는 스님들에게 사례하기 위해 큰아버지의 돈을 내줄 수 없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갑자기 주지 스님이 불같이 화를 냈다.

"스님이 무슨 거지인 줄 알아요?"

주지 스님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여하튼 주지 스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시간이 다 됐다며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시다림*이 진행되고 있었다.
네 명의 보좌 스님들이 목탁과 염불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답답하여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저는 목사입니다. 그리고 여기 참석한 친족 대부분이 그리스도인입니다. 스님들이 하는 대로 구경만 해야 하나요?"

그때였다.
주지 스님이 갑자기 보좌 스님들의 목탁과 염불을 중단시켰다.

"여기에 고 최충섭 보살님의 조카가 되시는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잠시 후에 기도를 좀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렇게 빨리 나의 기도가 응답되리라고는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어 기도를 시작했다.

"하나님, 이렇게 큰아버지께서 훌륭한 스님을 만나 편안하게 생활하시다가 이 세상의 삶을 모두 마치시고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진리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에게로 올 자가 없느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모두 진리를 찾는 그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장례식 마무리 시간이 되었다.
주지 스님께서 이렇게 말했다.

"최충섭 보살님께서 내게 맡기신 돈이 좀 있습니다 ... 500만원은 유족에게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라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행하리라”(요14:13-14 )

*시다림-죽은 이를 위해 장례 전에 행하는 의식이다. 원래 인도의 시타바나에서 유래한 말이다. 시타바나는 추운 숲으로 인도사람들이 시체를 버리는 곳이다. 이곳에 시체를 버리면 독수리들이 날아와 뜯어먹는 조장의 풍습이 행해진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뜻이 바뀌어 장례식 전에 망자를 위해 하는 설법과 의식을 일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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