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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봄
장경애 사모 컬럼
2022년 03월 02일 (수) 15:32:17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삼월이면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라는 여고 시절에 외우던 농가월령가가 생각나는 3월이다. 지루한 긴 겨울을 보내고 3월이 되면 먼 산에 아지랑이가 실제로 피어오르기 전에 이미 우리 마음에 아지랑이가 성급하게 피어오른다. 나도 창밖을 바라본다. 누렇다 못해 삭막하게만 보이던 먼 산이 뭔지 모를 푸르름이 보이는 듯하다. 또한 정지되었던 산하의 꿈틀거림도 보인다. 그리고 봄을 유난히 좋아하셨던 나의 엄마가 맞으시던 그 봄도 보인다. 엄마는 겨울 끝자락 속에서 봄이 오는 때를 좋아하셨다. 지루한 겨울의 터널 끝이 보이는 때가 되면 엄마는 먼 아지랑이 속에서 수줍은 듯 미소 지으며 찾아오는 봄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시고 봄 맞을 준비로 분주하셨다. 봄의 내음은 엄마의 입술의 흥얼거림으로 시작되어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봄이 되면 엄마는 우리에게 언제나 봄노래를 가르쳐 주셨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배운 봄노래가 하나씩 둘씩 떠오른다.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오신다.
가만히 귀대고 들어 보면은 얼음장 밑으로 봄이 와요.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 종다리도 봄이라 노래 부른다.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등등

이렇게 봄노래를 가르쳐 주실 때면 엄마의 숨소리는 마치 날아갈 듯 가볍게 보였고 엄마의 모습은 자못 소녀 같았다. 꽁꽁 언 땅이 막 녹아 질척이는 땅에서 파릇하게 피어나는 새싹을 보며 신기해하시던 엄마는 언제나 봄이 오는 길목에 이르면 희망도 함께 맞이하셨다. 봄을 맞는 엄마의 이러한 모습 때문인지 따뜻한 봄볕이 우리를 따뜻하게 하여 봄이 오는 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들리는 날은 엄마가 더욱 보고 싶어진다. 살아 계신다면 지금쯤 두꺼운 옷을 벗어버리고 파릇하게 돋아난 새싹을 보러 가자고 하실 엄마가 떠오르며 그렇게도 소녀 같은 엄마가 많이도 그립다. 이렇게 엄마가 그리운 날에는 엄마와의 추억을 더듬으려 한 장의 편지를 쓴다. 받아 볼 엄마는 안 계시지만 마음속에 살아 계시는 엄마에게 거스르는 일 없이 잔잔히 들어줄 나만의 이야기로 그리움을 바친다.

   
 

육십을 바라보는 때에 나에게 엄마가 살아 계심은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칠십이 되었을 때도 엄마의 체온을 느낄 수 있게 이 땅에 계시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과 내 뜻은 달랐다. 그렇게도 좋아하던 봄을 지나고 여름으로 가는 어느 날 엄마는 늘 봄날만 있는 천국으로 소리 소문도 없이 훌쩍 이사하셨다. 나의 엄마는 이 땅에 안 계시지만, 그러나 어디에든 엄마는 계신다. 내리는 눈에도 엄마는 계시고, 부는 바람에도 엄마는 있다. 이 봄에 엄마는 꽃가마 타고 내 마음속에 오신다.

나의 엄마를 말할라치면 나의 엄마는 순정 소설의 여주인공 같았다. 말씀이 많지 않아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가끔 흘러나오는 말의 내용을 엮어보면 더욱 그러했다. 추억이 서린 그런 날들이 오면 그날에 얽힌 추억거리들을 찾아내어 말씀해 주시곤 했으니까 말이다.

엄마라는 호칭이 오늘따라 더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엄마! 나를 낳아 주고 길러주신 분에게 칭하는 호칭이 어머니 혹은 엄마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친구의 어머니에게도 어머니라 부를 때도 있다. 어머니라는 호칭은 그렇게 나를 낳지도, 기르지도 않은 사람에게도 칭할 수 있는 이름이다. 그러나 엄마는 아니다. 다르다. 친구의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리고 배우자를 낳고 기른 어머니에게도 엄마라고 하지 않는다. 오직 나를 낳고 길러 준 어머니만이 들을 수 있는 호칭이 엄마다.

엄마란 이름은 정말 대단하다. 엄마라는 호칭은 어머니 이상이다. “엄마”란 말은 ‘당신을 믿어요.’라는 뜻이고 ‘당신은 나를 보호해 줄 거예요.’라는 뜻이다. 아플 때도 엄마, 무엇을 찾을 때도 엄마, 비상시에 찾는 것은 무조건 엄마다. 엄마는 다급할 때 외치는 이름이고 기쁠 때 함께 웃어 주는 존재다. 엄마는 슬플 때 기대어 울 수 있는 존재이고 창피할 때 뒤에 숨을 수 있는 존재다. 엄마는 상처를 호호 불어 주고 아픈 마음을 달래 준다. 엄마의 품은 늘 포근하고 안전하다.

내가 엄마가 되고 40여 년 넘고 보니 엄마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엄마가 가르쳐 주신 봄노래는 칠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기억 속에,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영원히 내 맘에 계시는 엄마처럼 말이다. 엄마는 영원한 존재다. 이 봄이 지구상에 있는 한, 나의 엄마는 내 마음속에서 여전히 봄을 맞고 계신다.

나의 엄마는 그렇게 좋아하던 봄에 나를 낳으셨다. 그렇기에 봄을 맞을 때면 엄마 생각이 더욱 절실하다. 엄마와 나는 봄이 되면 언제나 마당 한쪽에 자그마한 꽃밭을 일구고 지난가을에 받아서 말린 꽃씨를 뿌렸다. 그리고 뿌린 씨가 싹이 되어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싹이 나오면 천진스럽게 환하게 웃으시며 행복해하셨던 엄마셨다.

내 나이 비록 겨울을 향해가는 나이지만 어릴 때의 엄마와 함께 봄을 맞던 그 마음 그대로다.
오늘은 조용히 엄마를 불러 본다.
‘엄마! 봄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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